강제동원 배상 판결 1년... ‘반인도적 불법행위’ 끝까지 책임 묻는다

강제동원 공동행동, ‘피해자 인권피해 회복’ 촉구… 민주노총, ‘강제노동 국제사회 고발’ 서명 시작

2019-10-30     조혜정 기자

2018년 10월30일,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에 대해 가해기업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지 1년이 되는 30일.

강제동원 피해자와 변호인단, 그리고 민주노총을 비롯해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와 가해기업의 책임을 묻고, 피해자의 인권 피해 회복을 요구했다.

▲ 사진 :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이들은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배는 불법이었고, 식민지 조선인을 동원해 강제노동하게 한 것은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였다는 것이 작년 대법원의 판결이 담고 있는 뜻”이라며 “피해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로 노동하게 하고 지금까지 방치”한 가해기업들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또, “대법 판결이 한일관계에 미치고 있는 파장이 있다면 그 책임은 식민지배를 한 일본 정부와 인권침해를 가한 가해기업이 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대법원 배상 판결 이후 1년을 되짚으며 한국 정부에도 쓴소리 했다. 공동행동은 “지난 1년 동안 한국 정부가 보인 노력은 부족하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진상규명, 사죄, 법적 배상, 재발방지 등 과거사 해결의 기본원칙에 입각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 박근혜 정부 당시였던 2015년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같이, 피해자들의 인권을 짓밟은 과오를 다시는 한국정부가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일제강제동원 강제노동 국제사회 고발 서명운동’을 선포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999년 민주노총, 한국노총,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호소와 관련자료>를 ILO(국제노동기구) 노동자위원회에 제출하고, 일제치하의 강제동원 강제노동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렸으며, 당시 ILO 전문가위원회에선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에 대한 책임성을 받아들이고 희생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알리곤 “강제동원과 강제노동이, 피해자들에 대한 명백한 인권침해이고 일본 정부와 해당 기업들이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국제사회에서도 인정했지만 일본 정부와 기업의 입장은 달라지기는커녕,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한국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고,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은 물론, 시민사회 전체가 나서 국제사회에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고발하고 일본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묻기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한다”면서 “강제동원 공동행동 소속 단체는 물론, 민주노총 100만 명의 전 조합원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모아진 서명지는 내년 6월 열릴 ILO 총회에 제출한다.

또, 영어·일본어 등 외국어로 된 서명을 받는 등 다른 나라 노동조합·시민사회와 연대해 지속적인 국제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며, 내년 3월1일, 3.1 101주년엔 다른 나라 일제 강제동원 피해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국제토론회와 피해자 증언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공동행동은 덧붙였다.

▲ 서울겨레하나는 “강제동원 사죄·배상”, “친일적폐 청산” 인증샷과 1인시위 사진을 담은 현수막을 양금덕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사진 : 겨레하나]

이날 기자회견엔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이춘식 어르신이 참석해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강제동원 대법판결 이행’을 요구하며 매주 목요일 저녁 일본 대사관 앞에서 목요행동을 진행해온 서울겨레하나는 대법원 판결 1년을 앞두고 “강제동원 사죄·배상”, “친일적폐 청산”의 내용이 담긴 회원 인증샷 운동을 펼쳤다. 노동자회원들은 10월1일부터 30일까지 점심시간을 전후해 일본 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겨레하나는 이날 회견에서 인증샷과 1인시위 사진을 담은 현수막을 제작해 두 분 피해자에게 전달했다.

▲ “저희가 함께 싸우겠습니다.” 이춘식 할아버지는 겨레하나 회원과 재일동포들의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사진 : 겨레하나]

대법원 판결 1년,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한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8년 10월 30일 역사적인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뒤 1년이 지났다. 1997년부터 일본과 한국의 법정에서 자신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싸워 온 피해자들이 20여년의 기나긴 투쟁 끝에 마침내 승리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국제인권법의 성과를 반영하여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에 대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고, 식민지배와 직결된 강제동원·강제노동이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식민주의의 극복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디딘 세계사적인 판결이라 할 것이다. 아울러 냉전과 분단체제 아래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강요한 ‘65년 체제’를 피해자들과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연대하여 극복한 역사적인 성과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1년, 해방 70여년이 지나도록 실현되지 못한 자신들의 인권회복과 정의의 실현을 고대해 온 피해자들의 기대는 처참히 짓밟히고 있다.

아베 정권은 한국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고 사죄, 반성하기는커녕 ‘국제법 위반’을 운운하며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피고 기업들에게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하여 판결의 이행을 방해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경제규제와 노골적인 배외주의를 선동하여 일본 사회 전체를 ‘혐한의 광풍’으로 몰아넣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혐한의 광풍’ 속에서 재일조선인들은 일상적으로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으며,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평화의 소녀상 전시 문제에서 드러나듯 역사왜곡과 혐한발언으로 채워지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일본사회 전체가 ‘재특회’처럼 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강제동원의 근본적 책임이 있는 가해자 일본정부가 피해자 행세를 하는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피고 일본 기업 일본제철, 미쓰비시, 후지코시는 판결에 따라 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배상을 위해 먼저 나서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대화마저 거부한 채 일본 정부 뒤에 숨어서 1년이 지나도록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글로벌 기업을 자처하는 기업들의 비겁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피고 가해기업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임을 밝힌다.

한국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피해자중심주의에 입각하여 강제동원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천명하였으나, 지난 1년 동안 한국 정부가 보인 노력은 부족하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진상규명, 사죄, 법적 배상, 재발방지 등 과거사 해결의 기본원칙에 입각하여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나아가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의 진상규명을 위해 한국 내에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취하고, 소송 당사자뿐만 아니라 군인·군속 피해자 등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포함하여 강제동원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위해 고민하여야 한다.

한국 정부는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 박근혜 정부 당시였던 2015년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같이, 피해자들의 인권을 짓밟은 과오를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아니 된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구상권 방안, 1+1 방안 등 이른바 ‘해결안’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안보문제와 한일관계를 빌미로 피해자의 양보를 강요하고 피해자의 인권회복과 맞바꾸려는 일련의 시도에 대해서 우리는 강력히 경고한다.

지난 1년,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뒤에도 적지 않은 피해자들이 정의의 실현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뜨고 말았다. 피해자들에게 남겨진 시간은 얼마 없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보여준 지지와 연대가 무엇보다 큰 힘이 되었음을 기억한다. 우리는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이 실현되는 그 날까지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하여 행동해 나갈 것이다.

2019년 10월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겨레하나,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대한불교조계종민족공동체추진본부, 민족문제연구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한국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선학교와함께하는사람들 몽당연필, 청년시대여행, 평택원폭피해자2세회, 평화디딤돌, 포럼 진실과정의,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한국YMCA전국연맹, 합천 평화의집, 흥사단,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KIN(지구촌동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