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분담금, 안 낼 3가지 협상전략

2019-10-15     강호석 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과 관련, “양측이 원하는 중간 어디쯤에서 절충안으로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미 대통령처럼 해리스 대사도 “한국이 부유한 경제대국이다”는 이유를 들었다.

해리스 대사의 주장은 (현 1조 원에서 동결하자는 한국과 6조 원을 내라는 미국의 중간) 최소한 3조 원을 넘긴 선에서 타결하자는 것.

2020년 적용될 11차 SMA 두 번째 회의가 이달 중 미국에서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리 대사의 발언은 협박성 가이드라인 제시로 보인다.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300% 인상 강요를 물리치고, 분담금을 아예 내지 않을 협상전략을 찾아보자.

가장 쉬운 방법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한국은 방위비분담금을 한 푼도 낼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 방안이다.

SOFA에는 주한미군 유지에 필요한 경비를 모두 미국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방위비분담금을 한국이 낼 아무런 이유가 없다.

11차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SMA의 상위 규정인 SOFA 대로 하자고 하면 미국은 적잖이 당황할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은 ‘총액 기준’으로 정한 방위비분담금을 일본처럼 ‘항목 기준’으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한미는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총액 기준’ 협정인 반면, ‘미일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구체적인 ‘지출 항목’까지 못 박고 있다.

예컨대, 노무비를 정한 미일 협정 1조는 지급 대상으로 기본급, 지역수당, 해고수당, 부양수당, 격리지 수당 등 수십 가지 항목을 나열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일 협정엔 “미군이 이들 비용의 경비를 절약하는 데 한층 노력한다”(4조)는 ‘절약 규정’이 포함돼 있고, “일본 정부가 부담하는 경비의 구체적인 금액을 결정해 이를 미국에 신속히 통보한다”(5조)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협의는 하지만 구체적인 지급액은 일본 정부가 정한다는 뜻.

11차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처럼 ‘항목 기준’ 등으로 바꾸자고 하면, 자연히 협상이 지연되어 연말을 넘기게 되고, 이 경우 최소한 동결은 할 수 있다. 어쩌면 미국이 복잡한 협상을 하지 말자고 나올지 모른다.

이 보다 더 좋은 방안은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는데 주한미군이 도움이 안되니, 유지비용이 없다면 그냥 나가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실제 미국도 6.12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조선)과 평화•번영을 위한 관계 개선을 약속한 조건에서 주한미군은 대북용이 아닌 대중국용으로 지위가 변경되고 있다.

주한미군의 지위가 변경된 조건에서 오로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주둔하는 미군에게 한국이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할 이유가 없고 방위비분담금은 더더욱 낼 필요가 없다.

11차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에 방위비분담금을 내기 싫으면 우리도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고 해보자. 미국이 과연 중국과의 군사적 요충지인 주한미군 기지를 방위비분담금이 내기 싫어서 철수할까.

10월 말 미국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열린다. 이번에야말로 “아파트 임대료 올리는 것보다 한국에서 방위비분담금 올리는 게 쉽다”고 한 트럼프 코를 납작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