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경축사에 대한 북의 이유 있는 비난

2019-08-16     강호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북한(조선)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문을 발표,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이 쩡쩡 울리도록 야단법석을 떨었는데 결과는 생쥐 한 마리가 튀어나왔을 뿐이다)이라고 비판하곤,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북한(조선)이 이렇게까지 격분한 이유는 경축사에서 한반도 ‘평화경제’를 구축하겠다면서 “최근 북한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큰 성과”라는 표현과 “북한의 도발 한 번에 한반도가 요동치던 그 이전의 상황과 분명하게 달라”졌다는 발언이 화근이 됐다.

북한(조선)은 이날 경축사에 대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仰天大笑, 하늘을 쳐다보고 크게 웃음)할 노릇"이라고 힐난했다.

담화문에서 “지금 이 시각에도 남조선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합동군사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때에 대화분위기니, 평화경제니, 평화체제니 하는 말을 과연 무슨 체면에 내뱉는가”며, ‘90일 내에 (북한군) 괴멸’을 목표로 하는 전쟁시나리오를 실전에 옮기면서 “대화를 운운하는 사람의 사고가 과연 건전한가 하는 것이 의문스러울 뿐이다”고 몰아붙였다.

실제 지난 11일부터 ‘동맹 19-2’ 훈련이 한·미연합지휘소훈련으로 이름을 바꿔 오는 20일까지 전개된다. 이는 지난 6월말 문재인 대통령도 함께한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에서 약속한 실무회담 기간이라는 점에서 '전쟁연습과 대화는 공존할 수 없다'는 북한(조선)의 지적은 틀린 소리가 아니다.

조평통 담화는 또 최근 우리 정부의 무기 구매와 관련해 “말끝마다 평화를 부르짖는데 미국으로부터 사들이는 무인기와 전투기들은 농약이나 뿌리고 교예비행이나 하는데 쓰자고 사들였다고 변명할 셈인가?”라고 비꼬았다.

이는 최근 국방부가 미국으로부터 F-35A 스텔스 전투기 20대,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하기 위한 함대공 요격 미사일을 SM-3, 지상감시정찰기인 조인트 스타스(J-STARS) 등 약 10조원에 달하는 무기를 구매한 것을 두고 한 표현이다.

또한 북한(조선)은 지난 14일 국방부가 발표한 ’20~’24 국방중기계획에 대한 불만도 표시했다. 담화문에서 “공화국북반부 전 지역을 타격하기 위한 정밀유도탄, 전자기임풀스탄, 다목적대형수송함 등의 개발 및 능력확보를 목표로 한 《국방중기계획》은 또 무엇이라고 설명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국방중기계획에는 총 290.5조원의 재원을 들여 ▲첨단전력 증강, ▲스마트한 국방운영, ▲작전 전투중심의 인력‧무기체계를 전력화한다고 밝혔다.

광복절 하루 전날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을 감안할 때, 북한(조선)이 문 대통령을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라고 한 표현이 과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특히 이번 담화문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명백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우리를 괴멸시키자는데 목적이 있다”고 단정한 부분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북한도 경제건설 총노선으로 국가정책을 전환했고 시장경제의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북한(조선)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면 몸서리를 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문 대통령이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또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성장을 돕겠다”는 국제사회의 약속을 언급한 것은 패착 중의 패착이다. 북핵이 미국의 핵위협에 대한 방어 목적이라는 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다. 그런데도 대북 경제지원을 핵 포기와 연결지은 이날 경축사는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대목이다.

그래서 일까.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당국자가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조롱했다.

문제는 기대를 걸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실망한 북한(조선)이 “남조선당국이 이번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아무런 계산도 없이 계절이 바뀌듯 저절로 대화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면서 앞으로의 조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목을 빼들고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것이 좋을 것”이라며 대화를 거부한데 있다.

지금이야말로 문재인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평화와 번영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시작으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미국 눈치 보지 말고 즉각 이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