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일관계 중재가 달갑지 않은 이유

2019-07-22     강호석 기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한국과 일본 순방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가 일방적으로 일본 편만 들지 않을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우려를 하게 된 이유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전범국가의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밝힌 것처럼 볼턴 보좌관은 “일본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일본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더 하게 된다.

정세현 전 장관에 따르면 일본은 한반도 문제 개입을 위해 볼턴 보좌관이나 펜스 부통령 등 백악관 주변 강경파들에게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으며, 역사 인식과 대북 정책에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을 지렛대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일본이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과 무기 구매 과정 등에서 밀월관계를 형성했으리란 추측이 가능하다.

미국의 외교 관례를 보더라도 한미관계는 미일관계에 비교가 안 된다. 정세현 전 장관은 이를 두고 “격이 다르다, 같은 동맹이라도 갑을병이 있다, 우리는 A급은 못 된다”라며 미국과 일본의 친밀관계를 설명했다.

친일 인사인 볼턴 보좌관이 미일 관계를 앞세워 일본 입장에서 현 한일관계의 해법을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입장에서 볼턴 보좌관의 방한이 달갑지 않은 이유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일 관계 악화를 거론하며 “문 대통령은 내게 관여하기를 요청했고, 만약 (한일 정상) 둘 다 원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나는 문 대통령을 좋아하고, 아베 총리도 알다시피 특별한 사람”임을 강조한 다음 날 볼턴 보좌관의 순방 일정이 발표됐다. 때문에 이번 순방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볼턴 보좌관의 한일 순방 기간에 보일 행보에서 전쟁범죄에 대한 미국의 역사 인식을 가늠해볼 수 있다. 또한 일본의 한반도 강점을 불법으로 보는지 합법으로 보는지 대한 미국의 판단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