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 방북에 대한 미국내 시각, 기대반 우려반

2019-06-20     김장호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펑리위안 여사가 지난 2015년 10월 19일 영국 런던 히스로 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 트랩을 내려오고 있는 모습

시진핑 주석의 방북에 대한 미국내 시각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행정부, 의회, 언론 각 분야에서 제기된 시진핑 주석 방북에 대한 입장들을 미국의 소리(VOA)보도를 중심으로 알아본다.

비건대표의 입장은 미 행정부의 입장을 상징한다.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19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애틀랜틱 카운슬과 동아시아재단이 주최한 행사에서, 시진핑 주석 방북에 대한 질문에 대해 “결과를 지켜보자”며 일단 말을 아꼈다. 다만 “중국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상태를 조성하고 싶어하고, 한반도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동의하기에 충분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중국이 이렇게 하는 건 미국을 위해서가 아니며, 중국의 국가적 이익 때문”이라면서 “중국이 계속해서 건설적인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직관리인 수전 손튼은 개인적 의견이라고 전제하고, 훨씬 냉정한 분석을 가했다.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을 지낸 수전 손튼은 18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방북이 비핵화 외교 동력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튼 전 대행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 협상하지 않으면서, 대신 다른 나라 지도자들, 즉 “러시아에 다가가고 중국과 계속 대화하면서… 미국 말고도 다른 상대가 있고, 대미협상의 성공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걸 미국에 보여”주려고 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번 방북이 “현지 상황이나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그 정도가 미국이나 한국이 바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대미 지렛대와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를 동시에 얻기 위한 포석이라고 진단했다.
시주석의 방한보다 평양행이 먼저 이루어진 것과 관련해서는 “실제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걸 의미한다”면서,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한국의 기반은 이미 크게 약해졌고” 이것이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지금은 미국이나 한국 모두 북한 문제와 관련해 꼼짝 못하고” 있다며, 북이 “칩거에 들어간 듯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북이 이런 상황을 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것이라고 보았다.

미 의회쪽은 대북강경파들의 온상답게 철저하게 대북적대적 관점에서 시진핑 주석 방북을 진단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공화당 의원은 18일 VOA와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중국이 대북 압박을 크게 완화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미국이 중국에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과 최대 압박 지속의 필요성을 표명해,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을 지속하지 못하도록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는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북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하기 위한 것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밥 메넨데즈 의원은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한반도 비핵화라는 세계적 성격이 아니라 자국의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하길 원한다”면서, “시 주석이 무역 분쟁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대북 영향력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실제로 한반도를 비핵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의 군축과 관련해 어떤 결과도 내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양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은 “북한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는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경우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 없는 상황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상원 군사위 소속 케빈 크레이머 공화당 의원은 시진핑 주석의 방북과 미중 무역분쟁 연계 시각을 경계하며, “중국은 미국이 북과 형성한 관계에 조금 위협을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라운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중국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 안정이며, 북이 때론 중국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북이 존재하는 이유는 중국이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북측에 상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중, 대북관련 의회인사들이 강경일변도인 것에 비해 미국언론들은 대체로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북의 외교적 승리이자, 중국이 대미협상에서 지렛대를 확보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한 중국이 대북압박을 약화하는 본격적인 신호로 해석했다. 또한 방북시점에 주목하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전에 북중정상회담을 가진다는데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7일 카네기-칭화 글로벌정책센터의 자오 통 연구원의 말을 빌어, “중국이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평가했다. 즉,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무역갈등을 비롯한 양국의 광범위한 경쟁관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제 위에서 중미회담에 앞서 평양 방문을 결정한 사실을 중요하다고 보았다. 시 주석이 대북 영향력과 더불어 북의 핵 프로그램을 끝내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입장을 중심으로 한 대미 메시지로 보인다.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은 중국이 북의 최대 교역국이며, 북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과 유엔의 제재가 효과를 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완화됐고,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이 북의 비핵화 과정을 늦추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볼 때, 시진핑 주석 방북은 중국의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시 주석이 평양 방문 중 비핵화 협상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핵 협상의 다음 단계에 대한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다 적극적 방향에서 예상했다. 또한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이같은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시 주석의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불렀다.

‘워싱턴 포스트’는 북중정상회담이 중국은 무역협상, 북은 비핵화 협상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만나게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의 방북은 북에 대한 중국의 제재가 약화될 수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또한 시 주석의 방북은 중국이 현재의 제재 체제에 대해 점점 더 인내심을 잃고 있고, 아울러 미국을 대신해 대북압박을 유지하기를 꺼려한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