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멈추면 낡은 것이 준동한다

1차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맞이하며

2019-06-12     현장언론 민플러스

사상최초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1년이 지났다. 
70년간 전쟁상태였고, 작금에는 핵전쟁 수준의 대결상태로 발전했던 북미관계였다. 6.12북미정상회담은 역사상 최초로 북의 최고지도자와 미국 대통령이 만났다는 점에 있어서나, 가파르게 고조되던 북미간 핵전쟁 위기가 외교와 대화의 방법으로 ‘새로운 북미관계’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갈구하는 민족의 염원에 비추어 보나, 일본을 제외한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지지와 찬동에 있어서나, 나아가 세계평화와 세계 비핵화를 지향하는 국제사회와 인류의 염원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6.12 북미정상회담은 세기의 정치적 기적이라고 할 만 했다.

그러나 역사의 전진은 거기까지였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멈춰섰다.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1.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2. 한반도 항구적 안정적 평화체제 구축, 3. 4월 27일 판문점 선언 재확인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 4. 전쟁포로 및 전시 행방불명자 유해발굴, 유해송환”을 구체화하기 위한 올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불발로 끝나면서, 북미관계는 깊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전진하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쐐기를 꽂고 멈춰세운 건 미국이다.
미국은 1차 북미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지킬 의사도 준비도 안되어 있었다. 오히려 리비아식 “빅딜안”을 내놓고 대북제재강화에 더욱 매달리면서 북으로 하여금 대화를 통한 북미관계 수립에 심각한 의혹과 회의를 느끼게했다.
다행히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14기 제1차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과 정상회담을 한 번은 더 해볼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북미간 대화국면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다는 사실이 공개되고,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실무형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지만, 문제의 본질은 여전히 미국의 입장과 태도에 있다.

최근 미국우선주의는 몰락하는 미국의 위상을 회복해보고자 하는 공격적인 트럼프식 외교전략으로서 중국, 이란, 베네주엘라, 인도 등을 포함한 지구적 범위에서 군사, 정치, 경제적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각종 갈등사안을 복잡하게 벌려놓고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식으로 해서 재집권전략을 구사하는 것 같은데, 더 근본적으로 보면 미국우선주의 침략성과 약탈성의 확대과정이고, 불가피하게 국제적인 반미반제전선의 확산과정과 맞물려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모든 것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몰락하는 미제국주의의 가장 첨예하고 당면한 위협은 결국 북미핵대결이며, 이것을 대화와 담판의 방법으로 풀지 않는다면, 미국은 매우 첨예하고 확장된 위기 앞에 서게될 것이다. 미국은 이 점을 똑똑히 알고 하노이회담식으로 잔수를 쓸 것이 아니라 대담하고 통 큰 결단으로 핵담판장에 나오는 태도를 정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인 1차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현 정세의 엄중성에 대해 말한다면 미국이 단순히 역사의 수레바퀴를 멈춰 세운데 그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민중은 현재 미국의 대응방식이 단순히 북미회담에서 꼼수를 부리고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는 것을 유의해서 보아야 한다. 각종 무기강매에 이어 폐기된 한미연합훈련을 ‘19-2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하여 재개하고, 사드영구배치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남측을 대북적대정책을 실현하는 기지로 줄기차게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일 해리스 주한미대사가 우리정부에 "反화웨이에 이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라", "미 기업의 공정한 경쟁을 막는 규제 부담스럽다. 규제 장벽 철폐하라“, "동북아 안보에 필수다. 한일 관계 정상화하라."는 식으로 경제적 이권을 꼼꼼히 챙기고 민족의 지향과 요구에도 맞지않는 한미일동맹의 복원에 나서라고 하면서 구한말에도 볼 수 없는 외교적 압박을 자행하고 있다.

멈춰 선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는 주변 것들까지 반드시 낡은 것들이 고개를 쳐들고 준동하게 되어 있다. 박근혜 탄핵으로 무덤 입구까지 무너져 내렸던 자유한국당들이 황교안, 나경원을 중심으로 대열을 정비하고 제법 지지율까지 올리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그들이 자행하는 막말과 장외투쟁행태는 촛불민중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것이지만, 그들 나름대로는 기사회생의 실마리를 마련하고 반격의 기반까지 확장하려고 기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좌충우돌에 대한 반사이익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이 북미회담을 교착상태에 빠뜨리면서 주되게 노린 것 중의 하나가 남북관계에 대한 통제였다. 한미워킹그룹을 통한 총독정치를 하는 것도 그렇고 대북제재의 주요 기능이 대북협상의 지렛대가 아니라 오히려 남북관계발전과 평화번영으로의 전진에 대한 제재로 되고 있다는 현실을 놓고 보아도 그렇다. 이같은 미국의 남북관계발전에 대한 방해책동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재개 등 남북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이행에 대못질을 하며, 자유한국당이 종북공세가 재개되는 토양을 제공해 주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정책이 결국 의심스러운 문재인 정부를 갈아치우고 미국의 입맛에 맞는 친미수구세력에게 권좌를 넘겨주자는 고도의 전략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때문에 그 근본에서 한미동맹의 해체와 친미분단구조에 기생하는데서 살 길을 찾아왔던 친일친미수구세력을 청산함이 없이는 북미관계개선도 남북관계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엄중한 교훈일 수밖에 없다.

기대에 가득찼던 1차 북미정상회담의 전진의 수레바퀴가 1년 만에 멈춰서 있고, 멈춰있는 것은 곧 후퇴이고 반동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는 오늘, 우리 민중은 미국압박을 물리치고, 친미수구세력의 준동을 들어내는 것을 통해서만 역사의 수레바퀴를 한 걸음 더 전진시킬 수 있음을 뼈 아프게 되새기는 날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