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없는 차별에 통일로 맞선 사람들

‘조선학교 차별반대! 고교무상화 적용요구! 금요행동’ 12차 방문단, 일본 방문기

2019-06-12     강호석 기자
▲ 도쿄 조선 제3초급학교에서  [사진 : 김지연 다큐멘터리 사진가]

‘금요행동 방문단’ 일행이 도쿄 조선 제1초중급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6일 오후2시. 조선학교 방문은 이번이 네 번째지만 이 학교는 처음이다. 3백여명의 학생과 교직원들은 ‘제1’학교에 다닌다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넘쳐났다.

초등학생은 하교했고, 유치원생은 부모님이 오기를 기다리며 대기실에서 놀고 있다. 중학생들은 운동장에 도열(?)해 있다.

“안녕하십니까~~” 한결같은 인사말이다. 처음엔 “안녕하세요”라고 하다 어느새 그들을 따라 “안녕하십니까”로 자신도 모르게 말이 바뀐다.

우리 방문단 일행을 위해 중학생들이 공연을 준비했다. 덥지 않게 관람하라고 천막을 쳐서 그늘까지 만들어 줬다. 사실 공연하는 중학생들은 30도 넘는 뙤약볕에서 벌써 30분 넘게 우리를 기다렸다.

모두들 그 정성에 몸 둘 바를 몰라하는데, 100여명의 학생들이 펼치는 집단체조가 시작됐다. 통일을 바라는 선율과 함께 ‘통일기’가 꿈틀대는 장면은 관람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뜨겁게 적셨다.

▲ 도쿄 조선 제1초중급학교 학생들이 방문단 ;일행을 위해 공연하고 있다.

저녁을 먹으러 간곳은 도쿄 어느 중화요릿집. 일본에서 한국인이 중화요리라... 살짝 기분이 묘했다.

만찬장에는 도쿄지역 조선학교 교장선생님들이 오셨다. 아홉 분 모두 교장선생님 ‘삘’이라고는 1도 안나는 수더분하고 겸손하기 이를데 없는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같다.

학교 방문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우리 일행은 교장 선생님들이 전하는 과분한 ‘감사 인사’에 곳곳에서 감격의 눈물을 쏟아야 했다.

방문단에 함께했던 교사 한 분은 “어쩜 이런 교장선생님이 있고, 이런 학생들이 있을 수 있을까”며 놀라움과 부러움의 감탄사가 끊이질 않았다.

출국 전날 팔이 부러져 방문을 망설였다던 한 참가자는 “만약 오지 않았다면 평생을 후회하며 살뻔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첫날 일정이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은 다음날 도쿄 조선중고급학교를 방문하고서야 알았다.

고등학생 수업을 교장선생님의 안내로 참관했다. 수학, 영어, 국어 수업을 모두 둘러봤다. 수학은 어디에서든 어려운 과목인가 보다. 영어 실력은 우리랑 비슷하다는 것이 우리 일행중 현역 교사의 평가다.

국어, 여기서 국어는 일본어가 아닌 우리 말과 글이다. 조선학교에서는 일본어 수업을 제외한 모든 수업을 우리말로 한다.

교포 5세까지 고국의 말과 글을 쓰는 지구상에 하나뿐인 우리 재일동포들이 탄생한데서 조선학교를 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동포 2세만 돼도 우리말을 모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런 희귀한 모습을 본 우리 일행에게 조선학교는 감동 그 이상이었다.

이날 조선학교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꽃송이’ 작가와의 만남 (학생 작가들의 사진을 담을 수 없어 안타깝다).

‘꽃송이’는 조선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선신보사’가 현상 모집하여 입선작들을 엮은 작품집이다. 이날 우리는 작가 학생들을 만나는 영광을 누린 것.

도쿄 조선중고급학교에 다니는 입선자 12명과의 만남은 우리 방문단 일행을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통일은 어디까지 왔나요?’의 작가 최혜림(고2/2018년) 학생이 자신의 작문을 낭독했다.

“통일은 어디까지 왔는가요. 그건 아직 아무도 몰라요. 꿈처럼 행복한 이 나날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다는 몰라요. 그러나 나는 믿고 있어요. 아무리 역풍이 휘몰아쳐도 굴하지 않는 강한 ‘조선민족의 의지’를 우리는 대대손손 이어받았으니 더 조금만 견디면 창창한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에요. 우리에게는 그런 힘이 있어요”

▲ 일본 문부과학성 관계자들에게 항의서를 전달했다. [사진 : 김지연 다큐멘터리 사진가]

7일 오후에는 ‘조선학교’에 대한 고교무상화 적용을 거부한 일본 문부과학성에 항의방문을 했다.

“재일동포들이 일본 정부에 세금을 안 낸 적 있는가?”
-문부과학성 관계자 “없다. 모두 내고 있다”

“그런데 모든 일본 소재 학교에 적용하는 고교무상화를 왜 조선학교에만 적용하지 않는가? 이것은 명백한 차별이 아닌가”
-문부과학성 관계자 “기준에 따라 적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도대체 어떤 기준에 미달인가?”
-문부과학성 관계자 “해당하지 않으니까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세를 포함한 모든 세금을 내고 있고, 조선학교는 일본의 정규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있다. 하물며 외국인에게도 적용되는 고교무상화를 왜 조선학교에만 적용하지 않는가? 일본헌법, 국제인권규약, 국제아동권리협약을 위배한 명백한 차별이 아닌가?”
-문부과학성 관계자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이상 드릴 말씀 없다”

항의 방문을 했던 50여명의 우리 일행과 조선학교 관계자들은 일본 공무원들의 치졸함에 분통을 터트렸다.

▲ 일본 문부과학성 앞에서 금요행동을 진행했다. [사진 : 김지연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어진 272차 금요행동. 일본 문부과학성 앞에서 펼쳐진 조선학교 차별반대! 고교무상화 적용 요구 금요행동은 조선학교 학생과 졸업생 그리고 어머니회 회원 백여명이 함께했다.

한국에서 금요행동 방문단이 참가해서일까, 집회 중간중간 ‘바위처럼’, ‘아침이슬’ 같은 노래가 나오는가 하면, ‘연대투쟁!’이라는 구호도 나왔다.

이날 저녁 7시, 일본 도쿄 히비야공원에서 열린 ‘한반도와 일본의 비핵과 평화 확립을’ 집회에 참석한 방문단 일행은 1천여명의 한일 평화단체 회원들과 함께 행진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차별철폐’와 ‘고교무상화’를 외쳤다.

▲ 금요행동 집회를 마치고 1시간여 행진이 이어졌다. [사진 : 김지연 다큐멘터리 사진가]

통일된 조국의 국적을 갖겠다며 지금까지 해방 전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는 조선학교 재일동포들이 일본 정부에 차별을 받고 있다. 이들 동포와 힘을 합쳐 일본 정부에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일에는 남과 북이 따로 일 수 없다. 이렇게 우리는 하나의 민족임을 확인한다.

[사진 : 김지연 다큐멘터리 사진가]
[사진 : 김지연 다큐멘터리 사진가]
[사진 : 김지연 다큐멘터리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