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총선보도 반성합니다”

정석구 편집인 칼럼서 “엉터리 선거보도 언론 책임”

2016-04-19     김동원 기자

19일자 조간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4.13총선을 올바로 보도하지 못한 것을 성찰한 한겨레 정석구 편집인의 “총선보도 반성합니다”란 제목의 기명칼럼이다.

예측이 거의 틀린 이번 총선 결과와 관련해 언론은 한 목소리로 여론조사기관 탓만 했지 정작 자기들의 보도태도를 성찰하는 데는 인색했다. 한겨레의 이런 입장 표명이 더 이채로운 건 ‘반성문’의 작성자가 바로 신문 편집의 최고 책임자인 편집인이라는 점이다.

칼럼에서 “선거 때마다 언론은 선거결과를 놓고 예상치 못한 이변이라며 호들갑을 떨곤 한다”고 운을 뗀 정 편집인은 “이번 4.13총선도 마찬가지였다.(중략) 야권분열로 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는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겨레>의 선거 보도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국민께 혼란을 준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편집인은 칼럼에서 이번 총선 보도의 잘못을 크게 5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언론의 이런 오류 반복의 가장 큰 원인이 부정확한 여론조사 때문이라고 지적한 정 편집인은 “그렇다고 엉터리 선거 보도를 부정확한 여론조사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한겨레를 포함한)언론은 이미 여론조사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며 “그러면서도 밑바닥 민심을 소홀히 한 채 여론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민심의 흐름을 치열하게 파고들지 않은 언론의 게으름이 엉터리 선거 보도에 한몫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자성했다.

둘째 오류는 ‘야권 분열은 필패’라는 도식적인 언론 접근법. “언론은, 야당이 분열하면 여당에 유리하다는 건 너무나 뻔한 ‘산수’라고 판단했지만 유권자는 이런 산수를 비웃듯이 야당 승리로 응답했다”며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국민의 들끓는 분노(중략)의 크기를 언론은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셋째 문제는 “정치적 의도까지 개입되면서 ‘야권 분열은 필패’를 전제로 한 언론 보도는 정반대 방향으로 증폭”된 것을 꼽았다. 보수언론은 야권 분열을 부추겼고 진보언론은 야권 단일화를 촉구하는 보도에 치중했는데 “(선거)결과는 양쪽 모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는 것. 그러면서 “언론이 선거판에서 심판이 아닌 선수로 뛰려 할 경우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언론의 신뢰도만 떨어뜨릴 뿐이라는 쓰라린 교훈을 남겼다”고 정 편집은 돌아봤다.

정 편집인은 그밖에 “양당 체제에 익숙한 언론이 실질적인 제3당의 출현 가능성을 그리 크게 주목하지 않은 것”과 “호남 민심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을 실책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정 편집인은 “물론 언론이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민심과 동떨어진 엉터리 선거 보도가 계속될 경우 유권자의 판단에 혼란을 주고, 자칫 특정 세력에 의해 여론이 조작될 수도 있다”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건전한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언론이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선거 보도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언론의 분발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