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식량지원을 정쟁화시킨 오류: 문 대통령님, 왜 이러십니까?

2019-05-14     김광수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데이빗 비즐리(David Beasley)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우리에겐 익숙한 일화가 하나 있다. ‘농부와 황희 정승의 일화’가 그것이다. 

핵심은 농부로부터 당시 천하의 재상 황희도 지혜를 배운다는 뭐 그렇고 그런 내용이다. 

황희 정승이 어느 날 시골길을 가다가 두 마리 소를 몰고 일하는 농부를 만났다. 황희 정승은 그 농부에게 "그 두 마리 소 가운데 검은 소가 일을 잘합니까, 누런 소가 일을 잘합니까?" 하고 물었다. 농부는 계속 침묵만 지켰다. 그러자 불쾌한 마음이 살짝 든 황희가 그냥 가던 길을 계속 떠났고, 그런데 그 농부가 뒤쫓아와 말했다. "선비양반,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제가 왜 그때 말하지 않았느냐 하면, 아무리 짐승이지만 주인이 누구보다 누가 더 일 잘한다고 해보십시오. 얼마나 섭섭하겠습니까? 그래서, 침묵을 지켰습니다. 사실은 검은 소가 일을 더 잘합니다. 누런 소는 꾀를 좀 부려요.”

이 말에 크게 깨달은 황희가 그때부터 아랫사람들을 대할 때 함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그 일화내용이다.

그런데... 그렇게 유명한 일화를 왜 굳이 “식량지원을 정쟁화시킨 오류: 문대통령님, 왜 이러십니까?”에 등장시킨 이유는 뭔가? 그런 의문이 충분히 들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아무리 좋은 지혜와 가르침이라 하더라도 타이밍과 의도가 맞지 않고, 수용자의 속마음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아니 끄집어냄만도 못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 그렇다. 

우선은 국내정치적인 입장으로 볼 때 문 대통령의 고민과 의도를 모르지는 않겠으나,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오류가 보인다. 

당시 ‘비천한’ 신분이었던 농부의 말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그런 황희 정승의 됨됨이를 선대들이 우리 후대들에까지 전달하고 싶었던 그 마음은 정치지도자의 덕목이 어디에 있는가를 말해주는 것이지 ‘잘못된’ 정치행위로 곡해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인도적 지원문제는 말 그대로 한 국가의 국정 최고책임자가 국제법이 허용하고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간존엄성에 근거해 행해도 되는 그런 지극히 정상적인 통치행위의 범주가 될 텐데, 왜 그런 정당한 행위를 그렇게 쓸데없이 정치권 정쟁의 한복판 소용돌이 속으로 처박아 넣는 그런 문제로 전락시켰냐는 그런 의미이다.

즉, 통치권자로서의 정치적 판단이 결여되어있지 않은 것이라면, 지금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한 하나의 해법으로 ‘인도적 지원’ 문제를 여야의 정치회복이라는 그런 관점에서 풀고 싶었던 그 마음일 텐데, 이는 제아무리 백번 양보하여 선의로 해석하더라도 인도적 지원문제가 그런 해결의 실마리용으로 이용돼서는 안 되었다. 

다음으로는 수용자 입장에서도 문대통령의 그런 발상은 허용할 수가 없다. 이는 앞선 일화에서 그 농부가 소가 없는 먼 데까지 가서 그 물음 - 황희의 물음에 답해주고자 했던 것은 제아무리 하찮은 미물(: 의인화하면 가장 하찮은 신분계급)이라하더라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그런 인간중시의 정신이 녹아져 있다고 한다면, 이를 식량지원이라는 인도적 지원관점에서 보면 그 해당 수용국가의 처지와 실정,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일차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했을 때, 그렇게 꼬여있는 정치 쟁점들에 대해 협치를 통해 풀고자 했다면, 또 그런 마음이 너무나도 큰 것이었다면, 이는 여야가 서로 한발씩 물러설 수 있는 그런 대안을 갖고 야당을 설득하고 협상테이블에 오게 해야 하는 그런 문제이지 그렇지 않고 시급성과 수용자의 마음, 인도적 지원이라는 특성 등 그 모든 것을 감안해 봤을 때 제때 지원은 지원대로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상대방은 불쾌하게 만들고,1) 또 인도적 지원문제는 국제적인 제재국면과는 하등 상관없는데도 그 (지원의) 규모와 시기, 절차와 형식 등을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워킹그룹에서 논의하고자 했던 것은 분명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해서 명심해야 될 것은 인도적 지원문제는 ‘인도적 지원문제답게’ 정치문제와는 별개로 인도적 지원원칙과 정신에 맞게 그렇게 풀면 되는 것이고, 정치해법으로서 필요한 그런 협치 문제는 끝까지 대화와 타협으로 모든 문제를 풀고자 했던 세종, 영·정조와 같은 그런 집요함으로 풀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마키아벨리와 같은 그런 해법으로 풀어가야 할 따름이다. 

참고로 인도적 지원, 그중에서도 생존 그 자체의 고통과 관련된 인도적 지원문제는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달고 있었던 세월호 배지에 대해 누군가(기자)가 시비하자 그의 대답이 있었는데, 이를 참조하면 될 것 같다.

“타인의 고통에는 중립이 없습니다.” 

거기에다 “인도적 지원문제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며 타이밍이 생명”이고, “수용자를 배려하는 마음입니다”라는 것을 꼭 덧붙이고 싶다. 울림이 참으로 컸으면 한다. 

주1) 문대통령의 그런 호소에 돌아온 보수야당의 대답은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 귀하디 귀한 사회적 눈물 비용을 개인용으로 다 쌈 싸 먹었다. 지구를 떠나라. 지겹다.”(차명진)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정진석) “맞아요, 불쌍한 아이들 욕보이는 짓들이죠.”(안상수) “시체장사 그만하라.”(김문수) “세월호 가족 4억 6천만원 벌었다, 연평해전 전사자도 겨우 3천만 원 받았는데.” “미사일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이 식량 지원이라니…. 참으로 누구의 대통령인지…. 해야 될 일을 안 하고, 하지 말아야 될 일을 하는 것 아닌가 싶다.”(나경원)였고, 북도 5월 12일 자신들의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  “주변환경에 얽매여 (남북 정상 간) 선언이행의 근본적 문제들을 뒷전에 밀어놓고 그 무슨 계획이니 인도주의니 하며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나 하는 것은 남북 관계의 새 역사를 써나가려는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대한 우롱”이라며 남측의 인도주의적 대북지원 의사를 거칠게 비난하고 있지 않던가. 

 

김광수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그리고 현재는 부경대 기초교양교육원 외래교수로 출강한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현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