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북미정상회담은 어떻게 가능한가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6)

2019-04-16     김장호 기자

하노이 회담 불발 이후 북미, 남북관계, 국제정세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라는 제목으로 6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1.트럼프식 빅딜론이 가져오는 위험한 후폭풍
2.패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제국주의는 없다
3.트럼프정권의 동북아 정책과 한반도
4.북의 ‘새로운 길’
5.북미교착의 장기화, 남북동시 압박과 통제의 강화
6.어디로 갈 것인가

 

 

▲ 4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우리의 개인적인 관계가 매우 좋고(good), 아마도 훌륭하다는(excellent) 말이 훨씬 더 정확할 것, 그리고 우리가 서로 어디에 있는지 완전히 이해한다는 점에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는 내용이다.[사진 : 트위터 캡처]

6. 어디로 갈 것인가

북미대결전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포스트하노이가 어떤 방향을 잡을 것인가는 4월 10일 조선노동당 제7기 4차 전원회의, 4월 11~1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서 일정한 윤곽이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한 번은 더 해 볼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고 화답하면서,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4월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면서 "북한의 여건이 되는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하여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간을 연말까지 못 박아 두고, 영변핵시설 폐기안을 철회할 가능성까지 암시하였다. 70년 북미대결전을 총결산하는 심각한 대결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2019년 남은 8개월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며, 북미간 물밑협상은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역할도 ”중재자“, ”촉진자“를 넘어 어느 방향에서 높아질 것인가 역시 중요한 관심사이다.

북 : 장기전 정면돌파태세, 대화의 문은 열어두다

조선노동당은 4차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건설에서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고나갈데 대하여”라는 첫 번째 의정을 심의, 의결하면서 “자력갱생대진군”을 선언했다. 북은 대화를 통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라는 경로에 대해 마지막 시도는 해 보겠지만, 기본은 자기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있다”고 발언했다. 강력한 핵보유국의 지위를 점차로 강화하면서 세계비핵화를 향한 반제평화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핵 위협을 핵으로 종식시킨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 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70년간의 북미핵대결을 핵무력완성으로 억지력과 미본토타격력을 확보했듯이, 동일한 원칙과 방법으로 제재공세를 극복하겠다는 정면돌파의지를 천명했다.

또한 "적대시 정책이 노골화될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되어있다"고 경고하며, 한미연합훈련의 변형된 재개나 군사적 행동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대화의 문은 열어놓았으나, 조건은 명백히 밝혔다.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이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다”면서, “하노이 같은 수뇌회담 재현,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고,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지난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한 강도 높은 실망감을 표출했다.

시간은 누구편인가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최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많다”고 언급했다.
하노이 2차북미정상회담에서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편이었다. 북이 시간에 쫓기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보기 위해 절박감을 가지고 진정성있게 임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북은 이미 장기전의 태세에 돌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에 재선을 위한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제 시간의 칼자루는 김정은 위원장의 손에 쥐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급한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3차 북미정상회담 시한을 연말로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1년은 지켜보자”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말하는 1년과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1년은 그 의미가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이 말하는 1년은 트럼프 대통령을 믿고 대화를 통한 북미관계수립이라는 경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갈 것인가를 판단하는 최후 통첩성 시한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1년 정도 대북제재를 강화하면 북이 “목말라” 손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다. 3차 북미정상회담은 열리지도 않을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나 북미관계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하노이 회담에서는 코헌 청문회 등 미국내 상황이 너무 안 좋아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것이었다면 기회는 있다. 남은 것은 결국 어떤 협상을 할 것이냐 문제이다.

치열한 물밑 협상, 그러나 협상안보다 더 중요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3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서 "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우리의 개인적인 관계가 매우 좋고(good), 아마도 훌륭하다는(excellent) 말이 훨씬 더 정확할 것, 그리고 우리가 서로 어디에 있는지 완전히 이해한다는 점에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속적인 스몰딜”의 조합으로 빅딜을 생각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행이기는 하다. 그러나 트럼프의 언사는 언제나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행동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북이 말하는 “단계적 동시협상안”(스몰딜),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안”, 문재인 대통령의 “굿 이너프 딜안” 등 온갖 협상안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북은 ‘스몰딜에는 스몰딜, 미들딜(중간급 협상)에는 미들딜, 빅딜에는 빅딜’이라는 협상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북이 핵전쟁 억지력을 확보한 조건에서 대북제재해제를 중심으로 대미협상에 임했다. 그것은 경제문제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북미협상은 매우 복잡하고 결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상호신뢰를 먼저 구축한 후에 진행할 예정으로 뒤로 미루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안을 제시한 조건에서는 북 역시 핵보유국간의 한반도 평화담판을 뒤로 미룰 이유가 없어졌다. 따라서 북은 물밑 협상의 추이를 지켜보되, 어느 때라도 “미국의 비핵화”, “상호비핵화” “세계비핵화 협상”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때문에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과정은 정전과 평화협정, 핵군축, 대북제재, 군사연습 등 전반 문제에 대해 매우 높은 수위에서 동시다발적인 협상의제를 가지고 치열한 접전을 펼치게 될 것이다. 이제 한반도를 무대로 핵군축회담이 중요 쟁점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또한 이런 조건에서는 북이 영변핵시설 문제를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옵션으로만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빅딜안은 미국이 뒤로 미루고 싶었던 평화담판을 오히려 촉진하고 앞당겨 쟁점화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북이 어떠한 협상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다 알 수 없으나, 각종 협상안에 대비하는 다각적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상안이 무엇인가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신뢰문제이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보인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행태에 대해 북은 “전혀 실현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온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다음 3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 가능한 안이 나온다 할지라도 과연 북이 무엇을 담보로 미국을 믿을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때문에 3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사전적인 상응조치를 선행하지 않으면 합의안과 별도로 북이 신뢰문제를 제기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남북관계에 대한 통제나 개입을 약화시킨다거나,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해 예외적 조치를 취한다거나 하는 문제들이다. 미국이 회담을 깨는 것은 자유였지만, 이제는 그것에 대해 책임감있게 해결해야 할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자력자강의 사회주의건설전략과 핵보유국의 반제평화전략

북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4차 전원회의와 14기 1차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자주의 혁명노선 고수, 인민대중제일주의 실현, 당의 영도 백방강화를 통해 자력자강의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매진하기로 결의했다.

3차 북미정상회담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전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70년 북미대결의 총결산으로 다가가는 정세의 종심을 가로지르는 대결의 본령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북은 미국의 대북제재문제에 대해 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 와해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북미대결의 첨예한 지점은 여기에서 형성되며 누가 이기느냐의 싸움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힘으로는 우리를 어쩔수 없는 세력들에게 있어서 제재는 마지막 궁여일책이라 할지라도 그자체가 우리에 대한 참을수 없는 도전인것만큼 결코 그것을 용납할수도 방관시할수도 없으며 반드시 맞받아나가 짓뭉개버려야 합니다.”라는 언급이 그것을 말해준다.
지금 북은 과학기술로 무장한 자력갱생사회주의라는 인류사에서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겠다고 더욱 분명하게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 해제는 이제 협상의 의제가 아니라 투쟁으로 돌파해야 할 과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역시 유일한 협상 지렛대인 대북제재를 당장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명분과 수단이 마땅치 않고, 과거처럼 국제적 공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대북제재를 둘러싼 투쟁에서 승자가 누가 될 것인가를 전망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다음으로 북은 공인된 핵보유국의 길과 그에 의거하여 한반도 비핵화, 세계비핵화를 견인하는 겹싸인 길을 가려는 반제평화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노이 2차 북미협상은 비록 불발되었지만 보이지 않는 효과를 남기었다. 바로 미국 스스로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인증효과“이다. 이미 미국이 북과 정상회담에 나선 것부터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결과이며, 증거이다. 미국이 빅딜안을 제시하며, 영변핵을 뛰어넘는 추가시설 등등을 운운한 것, 하노이 회담 전 미 정보국 등에서 북의 핵무력증강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힌 것 등은 결국 북이 강력한 핵보유국임을 미국 자신이 인정한 꼴이다. 

미국은 북이 부분적 비핵화를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의 길을 가려고 한다고 의심하고 있는데, 반만 맞는 분석이며, 철저히 미국의 입장에서만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북이 핵무력완성선언을 통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집중하고 한반도를 평화번영의 길로 올려세우겠다는 전략은 이미 궤도에 들어섰다. 그러나 북이 핵을 보유한 전략국가로서 추진하는 전략은 단순히 북의 체제수호차원의 수동적인 전략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북이 현재 시점에서 종전선언이나 대북제재해제 등 1단계 조치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북미간 신뢰회복에 기초해서 한반도를 둘러싼 러시아, 중국 뿐만 아니라 미국을 상대로 한반도 핵군축과 비핵화, 전세계 비핵화를 추진하자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방법에서도 북미핵강국간 협상과 대화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경로를 먼저 앞세워 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러한 길을 한사코 거부하고, 대북적대정책을 강화하고, 긴장을 유발하며, 분단을 영구화하려고 할 경우 북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다른 한편 북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대중적 확인을 유보한 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북미협상에 임한 이유는 새로운 사회주의 건설 전략의 수립함과 동시에 북미협상이 좌초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북은 끝내기 한 수를 아직 쓰지 않았다.

올해 안에 북미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북은 “새로운 길”을 갈 것이다. 그것은 핵전쟁으로 넘어가지 않으면서도 핵전쟁 위험이 미국 안방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호기롭게 선북비핵화, 대북강경제재를 앞장서서 외쳤던 세력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미국내 대선풍향계와 정치지형, 여론지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보다 중요하게는 한반도내의 정치지형에서 엄청난 파고가 몰아칠 것이다.

북은 자기 갈 길을 분명히 정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와 한국 국민은? 2019년 정세는 문재인 정부와 한국 국민에게 3차 북미정상회담의 성사와 불발, 모든 경우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