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합의 무산 한달, 뭐가 어떻게 되고 있나

[기자수첩] 하노이합의 무산 한달에 즈음하여

2019-03-28     강호석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북한(조선)은 지금까지 가타부타 반응이 없다. 

탄핵 위기를 겨우 모면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효능 없는 대북제재 카드를 움켜쥔 채 지붕만 쳐다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통일부 장관은 교체하지만 이렇다 할 대응책은 없어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반면 북은 느긋하게 미국의 태도를 관망하고 있다.

과연 북미 관계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선택은?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하노이평화선언’이 초안대로 합의된 경우를 가정해 보자.

초안에는 종전선언 명기, 연락사무소 설치, 남북경협에 대한 대북제재 해제가 담겼고, 북은 영변 핵시설 폐쇄와 미사일 발사 중지, 미군 유해 추가 송환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가 이뤄졌다면 미국은 비핵화에 엄청난 진전을 이루게 됐을 터. 최선희 부상의 말처럼 미국이 합의문에 서명을 거부함으로써 ‘황금 같은 기회를 날린 꼴’이 됐다.

사실 합의문 초안은 북측의 엄청난 양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종전선언은 6.12싱가포르 회담 때 이미 합의된 사항을 미국이 이행하지 않다가 이번에 다시 약속한 것에 불과하고, 연락사무소는 지난 1994년 제네바합의에서 설치를 약속했던 사안으로 재확인한다는 이상의 의미는 없다. 

대북제재 문제도 북이 미국에 요청한 것은 관계개선 의지를 보이는 차원에서 극히 일부만이라도 해제할 것을 주문한 것이었다. 

반면 북한(조선)은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를 약속했다.

북이 이처럼 합의문 초안 작성단계에서 통 큰 양보를 한 이유는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대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평화와 공동번영의 새로운 북미관계를 원했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문 서명을 거부한 이유는 국내 정치 상황 때문이라기보다 핵보유국 지위에 오른 북한(조선)의 주동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관심사는 비핵화라기 보다 관계 악화를 통한 분단체제 유지에 있음이 드러났다.

이번 하노이합의 무산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뜻밖에도 문재인 정부가 돼버렸다. 

우리 정부는 하노이합의를 통해 미국에 방해 받지 않고 남북경협과 교류를 전면화할 계획을 세웠지만 물거품이 되고만 것.

이와같이 하노이합의 무산의 원인과 결과를 통해 앞으로 전개될 양상을 예측해 볼 수 있다.

북한(조선)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관계개선 의지를 보일 때까지 국내 경제 발전과 대외 평화 외교를 흔들림 없이 밀고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가 북한(조선) 경제 발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검증이 끝난 사안이다. 

특히 북한(조선)이 중국, 러시아, 베트남, 인도, 이란, 몽골 등으로 대외 활동을 확장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조선) 보다 상대적으로 선택지가 적다. 대북제재를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아보지만 실효성 없는 조치라는 것을 미국이 더 잘 알고 있다. 

최대 압박을 다시 들고나오고 싶지만 이 경우 북한(조선)의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명분이 된다는 점에서 섣불리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니다. 

비건의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비등해지는 반미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가난한 집 족보 자랑한다’고 결국 미국은 말 잘듣는 일본을 끌어다가 대북제재 강화만 외쳐 댈 공산이 크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다. 

미국의 동의 하에 남북관계를 개선한다는 기존 구상은 현실성이 없어졌다. 

결국 미국의 승인 없이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이행으로 평화와 번영의 통일시대를 여느냐, 아니면 미국의 개입과 간섭에 또다시 굴복하느냐의 선택만 남았다.

“(미국의) 승인 없이 (한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 트럼프 미국은 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미국말 잘 듣는 반북세력으로 교체되길 희망한다. 

성조기를 든 태극기 부대가 보수야당으로 결집하고, 자유한국당이 진용을 갖추고 반 역사적인 행보를 노골화하는데서 이같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조국이 없으며 민족이 없고 민족이 없으며 무슨 당, 무슨 주의, 무슨 단체는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현단계에 있어서 우리 전민족의 유일한 최대 과업은 통일독립의 전취인 것입니다.”라고 한 백범 김구 선생의 뜻을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표로 삼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