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자화자찬’ 박수 칠 때 아니다

탄력근로제 확대 발표… 민주노총·양대노총 제조연대 “야합 분쇄·무효” 총력투쟁 예고

2019-02-20     조혜정 기자

정부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합의에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다. 노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했던 사안인 탄력근로제를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았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앞으로의 기대감도 섞여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경사노위 합의 발표 직후 환영논평을 내 “경사노위가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로 탄생한지 채 석 달도 되지 않아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이자 난제를 해결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했다. 덧붙여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와 임금보전 등에 합의를 이룬 것은 타협과 양보의 정신을 통해 우리사회가 새로운 길로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한마디 보탰다. 같은 날 “사회적 대화의 소중한 결실, 대승적 결단해 주신 노사 양측에 감사드린다”고 트윗했다.

▲ 19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브리핑실에서 탄력근무 관련 합의문이 발표된 후 대표자들이 박수를 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회장, 이철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사진 : 뉴시스]

경사노위를 통한 문제해결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는 여론을 조성하며 경사노위 논의테이블에 올려진 다른 현안들에 대해서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노동계의 반발과 이에 대응한 투쟁 태세는 높아지고 있다.

노동계 합의당사자인 한국노총은 “반대만 하다가 합의 안 된 내용을 국회에서 최악의 내용으로 개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탄력근로제 합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법개정 과정에서 그리고 법 시행이후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노총의 선택은 ‘투쟁’이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가 “노동자의 건강, 임금, 노동 주도권을 팔아먹은 야합”이라며 “이것은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야합 당사자들이야 내용과 무관하게 노사정이 합의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할지 모르지만, 이번 개악합의는 정상적인 회의도 아닌 노사정 대표자끼리 시도한 야합”이라고 꼬집었다.

아직 자화자찬의 박수를 칠 때도 아니다. “경사노위법에 따르면, 이번 야합을 주도한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독립기관이 아닌, 경사노위 운영위원회 산하 일개 의제별 위원회에 불과하다”는 것. 의제별 위원회는 회의 결과를 운영위에 보고해야 하고(9조), 운영위는 이를 검토해 본위원회에 상정할 의안을 검토‧조정해야 한다(8조 1항 1호)고 돼 있다는 조항이 그 근거다.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이를 건너뛰고 바로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아직 절차가 남아 있다. 경사노위 운영위원회와 본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자신 있는가”, “경사노위법 취지를 무시하고 일개 의제별 위원회(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결정내용만 국회로 통보하는 불법을 저지를 심산인가”라고 추궁했다.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탄력근로제 야합을 논의하고 있을 때에도 민주노총은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가 마치 경사노위 논의 결과인 것처럼 야합 내용을 발표하거나 정부 또는 국회에 통보하는 것은 심각한 법위반 사항에 해당한다”고 제기해왔다.

▲ 20일 오후 서울 종로 세종로소공원에서 열린 민주노총 결의대회. 삭발하는 김명환 위원장 [사진 : 뉴시스]

민주노총은 다음달 6일 예고한대로 총파업·총력투쟁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 1월 대의원대회에서 1천여 명의 대의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반노동정책을 한목소리로 우려한대로, 탄력근로제 개악 수순이 예상을 빗나가지 않자 20일 전국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투쟁의 태세를 높이고 있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날 삭발까지 해 민주노총의 결의를 알렸다.

한편, 한국노총 소속 금속노련과 화학노련은 한국노총과 입장을 달리했다. 탄력근로제 합의가 “박근혜 시절 노동개악 노사정 야합과 다른 게 무엇이냐?”는 입장에 서있다.

이들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화학섬유연맹과 함께 이번 합의가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존중 사회는 노동경시 재벌세상으로 역주행 가속 패달을 밟고 있다는 증거, 경사노위 탄력근무제 개악 야합은 무효”라며 양대노총 제조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단위 기간 확대(3개월→6개월) 개악 ▲서면합의로 근로시간을 주별로 정하고, 근로자대표와 ‘협의’로 사용자 마음대로 주별 노동시간 변경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의무, 자본의 입맛대로 쓸 수 있도록 열어 줌 ▲임금보전 방안 마련, 어길시 과태료 부과는 강제력 없음” 등 비판의 내용이다.

양대노총 제조연대도 “정권이 바뀌었어도 전체 노동자의 기본권을 흔드는 문제에 대해서는 야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표자회의를 투쟁본부로 전환해 투쟁태세를 구축하고, 경사노위 야합 무효화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이 자유한국당 등 수구보수정당들과 공조할 임시 국회일정을 앞두고 노동자들의 분노는 더욱 높아질 것이 예상된다. 2019년, 노동자들의 본격적인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 사진 :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