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가 알바를 구해 쓰라굽쇼?

CJ대한통운 ‘배송 다변화’에 택배기사들 ‘부글부글’

2016-07-12     강호석 기자
▲ 물류터미널에서 택배물이 분류되고 있다. [사진출처 통산자원부]

홈쇼핑과 인터넷쇼핑은 유통채널의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장기적인 경기 불황과 바쁜 생활 속에서,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해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이 유통의 중심이 된 것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채널의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런 유통 변화와 더불어 요동치고 있는 또 다른 시장이 있다. 바로 택배산업다.

택배산업은 최근 모바일 쇼핑, 해외직구 등의 확대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13.2%의 높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표1). 그 결과 2015년 기준 18억 개 이상의 박스물량과 4조원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지난 10년간 택배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힘입어 국내 택배회사들은 외형적으론 성장했으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택배의 평균단가는 하락하고 있다(표2). 최근엔 소비자들의 관심이 낮은 가격뿐 아니라 배송 시간, 배송 안정성, 직원 친절도 등 서비스 품질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대형업체들이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통한 운송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머지않아 상위 3~4개 기업(일본은 2개)으로 택배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택배산업 성장율(표1) 택배단가 추이(표2) [자료 통합물류협회]

한편, 택배시장의 4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이 지난 5월 ‘배송 다변화 정책’을 내놓았는데 택배기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왜 그럴까?

배송 다변화 정책이란 신속한 배송을 위해 터미널, 물류창고, 영업소, 집배송 센터 등으로 이뤄진 배송 네트워크를 다양화한다는 의미다. 택배기사가 자기 구역에서 물량이 늘면, 구역을 쪼개고 회사는 여기에 인력을 충원한다. 택배기사가 더 늘어나면 원활한 분류작업을 위해 또 물류창고를 확대한다. 이런 지금까지의 배송 네트워크에 어떤 변화를 준다는 것일까? CJ대한통운의 다변화는 ‘배송구역’과 ‘분류작업’ 권한을 택배기사에게 일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택배기사가 알아서 구역을 쪼개고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고용해야 한다. 분류작업도 물류창고의 규모에 맞춰 오전과 오후로 나눠 두 번 수령하게 된다. 여기서 알바를 구하는 일, 알바의 배송책임, 택배기사의 작업시간 연장 등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지난 10일 100여명의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이 광주에 모였다. 이 자리에선 지난 2개월간 실시한 ‘배송 다변화’에 관한 사례 발표와 평가가 이뤄졌다.

배송 다변화? “택배기사가 알바 배송사고 책임까지 져야 해”

천안지역에서 일하는 이모 기사의 얘기다. “알바생이 회사가 아닌 택배기사와 임의로 계약을 맺다보니 택배기사가 알바의 배송 사고 책임까지 져야 한다. 어떨 땐 (알바가)연락도 없이 안 나온다. 다른 사람을 쓰고 싶지만 알바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다. 특히 물량이 많은 화, 수, 목(요일)만 알바가 필요한데 이렇게 일할 사람이 누가 있나? 하는 수 없이 (다른 날까지)일당을 주고 사람을 구해야 하는데 보통일이 아니다. 배달하기도 바쁜데 왜 우리가 알바까지 신경 써야 하나?”

서울에서 일하는 김모 기사는 “택배기사는 90명으로 늘어났는데, 물류터미널엔 60대만 배차 가능하다. 결국 배송은 오후에 시작하게 된다. 물량이 많은 화요일은 밤 12시를 넘기기 일쑤”라면서 “같은 구역에 기사가 두 명 배치되는데 오전 물량과 오후 물량이 차이가 나면 결국 수입에 차이 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CJ대한통운분회의 한 관계자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전했다. “회사는 투자를 하고 택배기사는 배송을 해야 하는데, ‘배송 다변화’는 기사에게 (알바 등을 써야하니)투자를 하라는 얘기다. 또 하나, 분류작업은 회사가 영업소와 맺은 계약이다. 택배기사들이 배송을 해야 하니 직접 분류작업을 하고 있지만 인수인계의 책임은 엄연히 영업소장에게 있다. 그런데 ‘배송 다변화’는 택배기사에게 (분류와 인수인계)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5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배송 다변화’를 정착시킨다는 방침이지만 노동조합이 있는 울산, 광주 등엔 기자들이 원하는 경우에만 (다변화를) 실시한다는 권고사항으로 전달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지역 차별화’ 전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가 있어 반발이 예상되는 곳은 시범 실시라며 안심시켜 놓고, 노조가 없는 수도권에 (다변화를) 먼저 정착시킨 뒤 전국적으로 밀어 붙이려는 의도란 것이다.

[사진출처 공공운수노조]

CJ대한통운 택배기사와 쿠팡맨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

요즘 쿠팡의 인기가 화제다. 소비자들이 쿠팡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쿠팡맨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이 무료 배송 서비스란 점에서 일반 택배와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소비자들이 마음을 움직이는 포인트는 바로 쿠팡맨의 서비스 정신이다. 계속 낮아지는 택배 가격으로 인해 택배 기사들은 하루 종일 배송을 해도 하루에 배정된 물량을 채우기 힘든 실정이다. 이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소비자에게 물건을 던지듯 전달하고 바삐 떠나기 일쑤이며, 소비자에게 물건을 직접 전달하지 않고 경비실이나 문 앞에 택배 물건을 놓고 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쿠팡맨들은 소비자가 집에 있는 시간에 방문해 웃는 얼굴로 물건을 직접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쿠팡의 빠른 배송과 더불어 쿠팡맨들의 친절한 태도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있다. 그야말로 ‘취향 저격’이다. 그럼 쿠팡맨은 슈퍼맨일까? 아니다.

쿠팡은 ‘국내 전 지역 로켓배송 가능한 네트워크 구축’이란 목표를 세우고 2017년까지 1조50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2017년까지 현재 3500명 수준의 쿠팡맨을 2만4000명으로, 현재 6000여 명 수준의 물류창고 직원 및 콜센터 직원을 2만4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고용을 늘리고, 근로조건을 개선한 쿠팡에서 ‘쿠팡맨’이 탄생한 것이다.

울산지역에서 근무하는 CJ대한통운의 이모 기사는 “우리도 쿠팡맨처럼 하루에 100개만 배송해도 된다면, 그래도 정상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면, 또 회사에 직접 고용돼 있다면 왜 쿠팡맨들처럼 일하지 못하겠느냐?”고 반문했다.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들은 하루 평균 180개를 배송하고 있으며 수입은 배송한 물품 개수가 결정한다. 그리고 자칫 배송 사고라도 나면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기사가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