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바뀌면 아이들이 달라져요"

[박미자 샘의 혁신교육, 길을 찾다. 6] 서울형혁신학교 강명초

2016-07-12     박미자 선생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교육을 지향하기 위해 시작된 혁신교육은 참교육 실천이다. ‘박미자 샘의 혁신교육, 길을 찾다’에서는 교육현장에서 진행되는 혁신교육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민주적인 배움의 길이 무엇인지 찾아본다. 

학교를 바꾸고 수업을 바꾸면 학생들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이를 확인할 길이 생겼습니다. 서울의 혁신학교인 강명초등학교 수업을 참관할 기회가 왔거든요. 설레는 마음으로 6학년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강명초 6학년 학생들은 1학년 입학당시부터 6년 동안 혁신교육을 받은 학생들입니다. 강명초는 선생님들의 교육과정협의가 잘되는 학교로 유명합니다. 교사들이 함께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학년별로 교육활동과 내용을 준비하는 혁신학교입니다.

이번 참관 수업은 10시 50분부터 12시 10분까지 80분간 진행하는 블록수업입니다. 사회시간이며, 노동자의 권리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학생들은 책상과 걸상을 좌우로 밀어놓고 교실바닥에 앉았고 수업이 시작됐습니다. 선생님은 ‘1970년 13세 살 순이의 하루’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이 글은 전태일 평전 중 한 부분으로, 교사가 된 후 읽으면서 눈이 붉도록 울었던 장면입니다.

“나는 열세 살 순이다. 나는 초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언니를 따라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는 일자리도 많고 돈을 벌수 있어서 ~ 중략 ~ 가장 힘든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먼지이다. 먼지가 사방에서 콧구멍으로 들어온다. 먼지 때문에 기침을 하던 4번 시다는 피를 토하고 회사를 나갔다. 이렇게 하루를 벌면 1500원이다. 출퇴근 차비를 빼면 돈이 얼마 되지 않아서 늘 배가 고프다. 배가 고파도 물을 많이 마시면 곤란하다. 2000명이 일하는데 화장실은 3칸이다 ~ 중략 ~ 태일이 오빠는 재단사 오빠다. 태일이 오빠가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데…,”

선생님은 읽어주고 학생들은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글을 읽고 나서 첫 번째 발문을 시작했습니다. 

질문 1. 순이랑 선생님의 공통점을 찾아보세요.

“여자다. 일한다. 노동자다. 일하고 월급을 받아 살아간다. 착하다…,”

질문 2. 선생님이 순이와 다른 차이점은? 

“선생님은 여가가 있다. 편안하다. 직업이 안정적이다. 일하는데서 쉽게 쫓겨나지 않는다. 행복하게 보인다…,”

“선생님은 행복해요, 가끔 예쁜 옷을 살만한 돈을 받고, 밥도 편안하게 먹고, 환경이나 화장실도 편안하지요. 그리고 선생님은 무엇보다도 일을 하면서 존중받을 수 있어서 행복해요…,”

질문 3. 순이도 선생님처럼 행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보살핌, 건강, 안전, 존중, 잠, 돈, 화장실, 밥을 먹는 식당…,”

“월급을 올려줘야 해요. 일하는 시간을 줄여줘야 해요. 환경을 고쳐줘야 해요…,”

질문 4. 이렇게 순이와 같은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을 만들어요.” “노동자끼리 뭉쳐서 목소리를 내고 요구해요.” “지난번에 명국이가 자기아빠 따라서 집회 갔다고 했는데요, 그렇게 집회도 할 수 있어요.” “다 같이 사직서를 내면 사장님이 회사가 망할까봐서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아요.”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풀어놓았습니다. 교실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안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고, 교사와 학생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수업시간동안 선생님은 학생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했습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 후에 함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실천을 고민하는 단계로 이동했습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다음 활동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함께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실행 단계로 이동했습니다. 

학생들은 순이를 위한 근로기준법을 정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리고 순이처럼 지켜주어야 할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도 있다는 의견을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의 제안과 의견을 종합해서 제안했습니다. 

제안 1. 우리주변에서 우리가 지켜주어야 할 노동자들을 칠판에 써 봅시다. 

“선생님, 큰 아빠, 아빠, 외국인 노동자, 엄마, 할머니, 친척언니, 배우, 할아버지…,” 

제안 2. 순이와 우리가 알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주기 위해서 근로기준법을 만들어봅시다. 

“모둠별로 모이세요. 그리고 모둠별로 한 사람이 나와서 활동에 필요한 종이와 도구들을 가져가세요. 제목은 누구를 위한 근로기준법인지를 쓰는 것입니다. 모둠별로 근로기준법을 만들어보겠습니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누구를 위한 근로기준법을 정할 것인지를 의논한 뒤에, 항목별로 의논했습니다. 모둠활동으로 들어가자 교실에 활기가 돌았습니다. 모둠원들끼리 만나고 의논하면서 진지하게 재미있게 근로기준법을 만들고 발표했습니다.

* 우리 예쁜 선생님을 위한 근로기준법

- 부상당하면 치료해주고 완치할 때까지 휴가를 준다.

- 일하는 동안 맛있는 식사를 제공한다.

- 월급을 충분히준다.

*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근로기준법

- 밤늦게까지 일하면 안된다. (성장해야하니까)

- 무거운 것을 들게 하면 안된다.(성장해야하니까)

- 정당한 돈을 주어야 한다.

* 배우를 위한 근로기준법

- 연기를 못한다고 때리거나 놀리거나 욕을 하면 안된다.

- 건강을 위해서 지나친 다이어트를 하면 안된다.

- 연습할 때도 돈을 줘야 한다.

- 어린이 연습생은 하루에 일정시간 이상 연습하지 않는다.

* 모두를 위한 근로기준법

- 일정시간의 휴가를 주어야 한다.

- 식사를 제공하고 식사비는 사장이 부담한다.

-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해고시키지 않는다.

- 여직원이 임신을 하면 1년 동안 쉬게 해준다.

- 회사가 돈을 많이 벌면 그에 따른 보너스를 주어야 한다.

모둠별 발표가 끝나고 교사와 학생은 박수를 치면서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잘 지켜주는 나라가 진짜 행복한 나라입니다. 애쓰셨습니다.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갑시다.” 선생님은 학생들과 함께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학교가 바뀌고 수업이 바뀌면 사랑하는 사람을 돕기 위해서 고민하는 활동이 공부가 되고 배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명초 선생님과 학생들로부터 크게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박미자 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잠시 쉬며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로 있으며 담쟁이 조합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와 ‘중학생, 아빠가 필요한 나이’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