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개돼지’ 발언, 개인 실수 아니다

교육단체들 “민중을 적대하고 차별 조장하는 현 집권세력의 본질”

2016-07-11     허수영 기자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고 신분제를 공고화 해야한다”는 발언이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교육희망네트워크(교육희망넷)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이는 개인의 실언이 아닌 현 정부의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육희망넷은 지난 10일 성명을 발표해 “어찌 나향욱 개인 혓바닥의 문제일까. 교육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차별과 경쟁 중심의 교육정책이야말로 그를 입을 움직인 몸통이자 두뇌”라고 일갈했다.

교육희망넷은 “그 동안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지원과 협동으로 모두를 위한 교육은 비효율로 치부해 왔다. 경쟁과 효율을 앞세웠으나 실질은 인간보다 자본이었고, 선발과 인재 육성을 표방했으나 결과는 특권 계층의 공고화였다”며 “이 모든 정책들이야말로 수많은 나향욱들의 합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선시대 어느 당상관도 언관(言官) 앞에서 백성을 가축이라 말한 바가 없다.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의 정치의식이 2,300여 년 전 민본사상을 역설한 맹자 이전으로 퇴행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모멸감을 갖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교육희망넷은 “우리가 경악하는 것은 나향욱의 천박한 인격과 시대착오적 생각이 아니라 그런 자가 교육부 고위직에 앉는 인사시스템과 사회풍토”라며 “어설픈 징계로 그를 공직 세계에 계속 머물게 하는 것은 나향욱의 발언이 곧 교육부의 의지라는 것을 공표하는 것임을 명심하라”며 그의 파면을 촉구했다.

앞서 전교조도 9일 발표한 논평에서 “이 (나향욱의)발언에는 민중을 적대하고 배반해 온 현 정부와 교육부 정책 일반의 ‘기저’를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메르스와 세월호 참사, 물대포 공격, 유성기업 노동자 추모방해 등 민중을 국민으로 보지 않고 ‘동물’ 취급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며 “또한 빌 게이츠 하나 기르면 성공하는 교육이라며 특권학교를 온존시키고, 작은 학교들을 없애고, 아이들을 무한경쟁의 도가니에서 학대하는 교육정책에서 99% 국민에 대한 배려는 찾을 길이 없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막말을 하는 권력층에 의해 수행되는 ‘반민중 정책’의 강행이 멈추어지지 않는 한 막말 행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대기발령 조치된 나 기획관에 대해 “법이 정한 최고수위의 징계를 하라”고 사실상 파면을 요구했다.

아래는 교육희망넷의 성명서 전문이다.

“교육부는 나향욱을 공직에서 당장 추방하라”

                    (99%의 민중은 개돼지가 아니라 물이고 하늘이다)                    

우리가 경악하는 것은 나향욱의 천박한 인격이 아니고,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나향욱의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아니다. 어찌 한 개인의 파탄난 인격과 미성숙한 사고방식만의 문제일까. 그와 같은 재목이 교육부 정책기획관이란 직책에 적재적소가 되는 인사 시스템과 사회 풍토야말로 우리가 경악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평등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정했다. 제11조 ②항은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향욱은 신분제를 공고하게 해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공화국을 부정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자가 가장 출세하여 요직을 점하고, 반(反)헌법적 신념에 따라 나라의 교육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분노하는 것이다.

우리가 모멸감을 갖고 두려워하는 것은 개·돼지 취급을 받아서가 아니다. 어찌 광인(狂人)의 허튼 소리에 마음 상할까.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 나라 위정자들의 얄팍한 정치 철학과 국격의 타락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백성을 하늘로 여겼다. 백성을 근본으로 삼는 민본(民本)이야말로 정치의 요체였다. 조선시대 어느 당상관(정3품 이상의 벼슬, 정책기획관은 3급 공무원으로 조선으로 따지면 당상관에 해당)도 언관(言官) 앞에서 백성을 가축이라 말한 바가 없다.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의 정치의식이 2,300여년 전 민본사상을 역설한 맹자 이전으로 퇴행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모멸감을 갖는 것이다.

맹자는 백성을 물, 권력자를 배에 비유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성나면 엎을 수도 있다고 했다. 교육부 나향욱은 99%의 민중을 개·돼지라 했지만 아타깝게도 그 99%가 물이고 하늘이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였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지 나향욱을 공직에서 추방하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가 다짐하는 것은 특권층을 공고하게 하는 모든 차별과 경쟁 일변도의 교육을 성찰하는 것이다.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노력과 재능에 따라 각자의 꿈을 실현하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 시작은 나향욱을 파면하여 공직에서 영원히 추방하고 헌법 가치 수호의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나향욱이 1%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단 공직자가 아닌 자연인으로서 노력하게 하라. 어설픈 징계로 그를 공직 세계에 계속 머물게 하는 것은 나향욱의 발언이 곧 교육부의 의지라는 것을 공표하는 것임을 명심하라.

2016년 7월 10일
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