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노동자들이 “원 플러스 원”을 외치는 이유

마트노조, 다음달 10일 ‘1000마트노동자대회’… 1만 마트노동자 요구안 선포

2018-10-05     조혜정 기자

원 플러스 원(1+1). 마트노동자들이 “1+1”을 외치며 11월을 준비하고 있다. 마트에서 할인상품을 판매할 때 자주 등장하는 문구 ‘1+1’을 마트노동자들이 11월 앞두고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11월10일 서울에서 마트노동자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은 전태일 열사 기일에 즈음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날 출범대회를 갖고 마트노조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출범 1년 만에 1000여 명의 조합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마트노동자대회’를 연다. 1만 마트노동자들의 요구안을 선포하는 자리다. 이날은 민주노총이 ‘적폐청산·노조할 권리·사회대개혁’ 구호를 들고 ‘2018년 전태일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총파업·총력투쟁을 대중적으로 선포하는 날이기도 하다. 

마트에겐 황금과 같은 주말, 많은 고객이 몰리는 토요일, 마트노동자들이 일손을 놓고 서울로 집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외치는 “1+1”의 의미와 마트노동자대회를 준비하는 현장 소식을 들어봤다. 첫 번째 만남은 홈플러스 안산점 이순분 지회장이 들려주는 얘기다. 

500간부가 결심한 “1+1” 

지난 8월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에서 일하는 마트노조 간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마트노조 500간부대회’에서 11월 마트노동자대회를 결심했다. ‘1+1’. ‘500명의 간부가 1명의 조합원의 손을 잡고 11월 마트노동자대회에서 만나자’는 뜻이다. 500에서 1000이 되는 것. 

“500간부대회 참 좋았어요. 마트노조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더 깊이 알게 되고, 지회장으로서 가장 좋았던 건 뭐니뭐니해도, 함께 간 지회간부들이 노동조합에 대한 믿음이 높아지고, 간부들의 역할을 더 많이 고민해왔다는 거예요. ‘간부대회가 너무 좋았다’며 다음부턴 이런 자리에 빠지지 않겠다는 간부들이 많아요.(웃음)” 1박2일 일정에 11명의 지회 간부들이 참여했다. 간부대회 이후 노조 활동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11월10일 마트노동자대회엔 30명이 함께 가자는 목표를 세웠다. “매월 지회 간부들이 모이는 운영위를 합니다. 간부대회 다녀오고 나서 바로 9월 초에 운영위를 했어요. 두 달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목표를 세웠어요.” 1+1이라고 하지만, 14명의 간부가 30명 이상의 인원을 결심했다. 

▲ 지난 8월26~27일 마트노조 500간부대회에서 홈플러스 안산지회 간부들과 함께. 왼쪽에서 네 번째가 이순분 지회장. [사진 : 이순분 지회장]

“트래킹도 1+1! 안산에서, 그리고 서울에서”

11월10일은 마트가 정기 휴업하는 둘째 주 일요일 하루 전이다. 손님이 많이 몰릴 것이 뻔한 토요일, 마트노동자대회에 가기 위해선 휴가를 내야 한다. “저희 매장은 매월 10일이 정기휴무라 그래도 다행이에요. 그런데 그 날이 ‘트래킹 동아리’ 모임이 있는 날이지 뭐예요.” 매월 10일은 50여명이 활동하는 동아리 모임이 있는 날이다. 11시에 출발하는 트래킹을 가게 되면 마트노동자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라 고심했단다. 그리고 방법을 찾았다. “동아리 회장님과 상의해서 그날 트래킹은 9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했어요. 이왕 모이는 거 트래킹 마치고 마트노동자대회에도 많이 가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눴죠.” 모락산에서 오전 트래킹을 하고, 서울로 가 오후엔 ‘마트노동자 트래킹(?)’을 하는 셈이다. 

▲ 홈플러스 안산점에서 19년째 일하고 있는 이순분 지회장. 안산점에 노동조합을 만들었던 초창기 멤버다.

매월 10일이 정기휴무인 안산점 조합원들은 휴가를 내고 상경해야 하는 조합원보다 나은 조건이다. 하지만 한 달에 몇 번 쉬지 못하는 마트노동자들에게 매월 정기휴무는 귀한 날이다. ‘마트노동자대회에 함께 가자’고 얘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휴게실과 노동조합 게시판에 홍보물을 비치해 홍보하고, 매장 각 파트에서 일하는 분회장들이 열심히 조합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현재까지 20여 명의 조합원이 가겠다고 약속했다. 한 달 남은 시간, ‘30명’이라는 목표를 넘어 더 많은 동료들을 모아볼 참이란다.

노동조합하며 배운 것 “우리가 움직이면 바꿀 수 있다”

다음달 10일 1만 마트노동자들의 요구를 모아 선포하는 날. 마트노조는 1만 노동자들의 요구를 모아 정부와의 ‘노정교섭’, 노사정이 함께 하는 ‘사회적 교섭’을 준비하고 있다. 의무휴일도 늘리고, 명절휴업도 하고, 저임금과 최저임금 삭감 꼼수 문제, 감정노동에 불안한 고용문제까지 마트노동자들의 요구, 마트가 변하기 위한 요구는 한두 개가 아닐 것이 분명하다. 11월10일 대회에 1000명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낸다고 하니 힘이 난단다. “전국 매장에서 일하는 마트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단결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니 너무 기대가 됩니다. 1만 요구 모으는 설문조사도 열심히 받아야죠.” 

그래서 조합원과, 조합원이 아닌 동료를 만날 때 힘주어 말하는 것은 “10명의 목소리보다 100명의 목소리가 크다”는 말이다. 매장 안에서 일하면서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고, 두 사람이 열 사람이 됐을 때’의 성과도 자주 맛봤을 터다. “2년 전 크리스마스 때였을 거예요. 이날 넷째주 일요일 정기휴무였는데, 점장이 직원들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정기휴무를 바꿨어요. 마트에서 하루 이틀 일하는 직원들도 아니고, 길게는 몇 십 년씩 함께 일해 온 사람들에게 한 마디 상의와 협조 요청도 없이 일방적으로 휴무를 바꾼 거예요. 크리스마스에 일할 수도 있는 거지만 이런 태도에 모두 화가 많이 났어요.” 그래서 조합원, 동료들과 함께 행동했다. “안산시 상생협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하니 시청에 전화를 돌렸어요. 협의회엔 노동자대표는 없었고, ‘아직 크리스마스 근무가 승인된 게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더라구요.” 결국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일방적 휴무변경’ 문제는 기존 정기휴무 일정대로 ‘크리스마스 휴무’로 결론이 났다. 

이렇게 한 명보다 두 명, 그리고 더 많은 목소리를 모아 바꾼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마트노동자들의 ‘감정노동’ 문제도 ‘노동조합’으로 모여 요구했기 때문에 이젠 일방적으로 고객 편만 드는 관리자는 거의 없어요. 또 ‘마트노조’로 뭉쳐있기 때문에 마트노동자들이 쉴 권리도 찾아가고, 최저임금 삭감 꼼수에 대응도 할 수 있는 거죠. 11월 마트노동자대회가 ‘내가 아닌 우리’, ‘함께하면 세상이 바뀐다’는 걸 느끼는 의미있는 자리가 될 거예요.” 마트노조가 한 살 생일을 맞는 11월을 앞두고 그들이 “1+1”을 외치는 이유다. 

▲ 500간부대회에서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과 함께 11월 마트노동자대회를 위한 결심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