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평양공동선언과 2019년 예산안

2018-09-29     이정희 민주노동자 전국회의 집행위원장

3차 남북정상회담과 평양공동선언을 보면서 ‘속도전’이 뭔지 실감하게 된다. 
올해만 벌써 3번째,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방문이 성사되면 한해에 4차례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게 된다. 분기별 1회, 최소한 최고지도자급에서는 통일이 이루어졌다고 말해도 될 정도의 일상적 만남과 합의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만나야 통일이다’라고 했는데 이제는 만남 자체를 넘어 형식과 내용 또한 겨레에게 민족의 단합과 통일의 희망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판문점회담 때 손을 맞잡고 금단의 선을 넘어서고 도보다리에서 흉금을 터놓는 대화의 모습을 보여주더니, 평양정상회담에서는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문재인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민족의 영산 백두산천지에서 남북정상이 손을 맞잡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판문점선언에서는 10년의 공백을 넘어 6·15와 10·4선언을 단숨에 복원했으며 2차 정상회담을 통해 머뭇거리던 미국을 회담장으로 이끌어내고 9월 평양선언을 통해서 종전선언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선도하고 있다. 

9월 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서로 채택된 군사분야 합의서는 대규모 군사훈련의 중지, 군사분계선 인근의 포사격 및 기동훈련 중지, 해안포와 함포의 포신 덮개 설치, 비행금지구역 설치등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의 일체의 충돌과 긴장조성행위를 금지하는 등 획기적인 조치가 포함되었다.   

문재인대통령은 평양회담의 성과를 안고 UN으로 달려가 총회연설에서 ‘지난 1년 동안 한반도에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고 호소했다. 3차 정상회담의 결과 교착된 북미협상과 2차 북미정상회담도 본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감동과 감격을 넘어 이제 한국사회에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실질적으로 이행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우선 7월말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개혁 2.0>과 8월말 정부가 발표한 <2019년 정부예산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국방개혁 2.0은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북적대정책, 선제공격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국방개혁 2.0은 유사시 한국군 단독으로 북한지휘부를 점령하기 위한 입체기동작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킬체인-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을 포함하는 한국형 3축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입체기동작전과 한국형 3축체계는 한국군 독자전력으로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전략일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첨단군사장비구축을 위한 천문학적 예산을 요구한다.  

▲ 2019년 정부예산안[그래픽 : 뉴시스]

실제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을 실현하기 위해 5년간 270조원의 소요재원과 년평균 국방예산 7.5% 증가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9년 국방예산으로 올해 대비 8.2% 늘어난 46조 7천억원을 제출했다.
이는 2008년 8.8% 인상 이후 11년 만에 최고수준이며 이명박정부 평균 5.2%, 박근혜정부 평균 4.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국방전략과 대규모 첨단무기 구입을 위한 국방비증액은 판문점선언-평양선언정신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과 방향에도 맞지 않으며 정치적으로도  방향착오다.    

3차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문재인정부 지지율이 급상승했지만 불과 한 달 전에는 50%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6월 지방선거 시기 80%를 넘나들던 문재인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임금 공약 파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둘러싼 정책혼선, 재벌개혁의 포기와 규제완화를 통한 친재벌 성장정책 회귀, 고용상황 악화, 수도권 부동산 폭등 등으로 지지율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결국 경제문제,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해법과 실질적인 개선 없이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확인했다. 

문재인정부 지지율하락의 주요원인이 된 두 가지 사안을 돌아보면 철학의 불명확함, 정책수단의 혼선, 재원마련의 부재가 드러나고 있다. 
최저임금문제는 재벌중심 경제구조극복이라는 전략방향이 없는 상태에서 한계에 내몰린 중소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상가임대차보호,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 카드수수료문제 등의 정책이 함께 제시되지 않아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부동산폭등은 높은 지지율에 취해 보유세 현실화 등 부동산 불로소득근절이라는 정책방향을 외면한 채 주택임대사업활성화와 대규모 개발계획 발표 등의 헛발질을 한 결과다.  

문재인정부는 8월말 정부예산안 제출과 9월초 당정청 전원회의를 통해 소득주도성장의 유지· 보완, 사회복지의 확대를 통한 ‘혁신적 포용국가’로 정책방향을 정비했다. 
이러한 정책방향을 뒷받침하기 위해 2019년 예산안을 9.7% 증액했지만 저출산 고령화, 대외경제환경의 악화, 고용상황 개선, 복지국가 기반구축을 위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변화된 한반도정세와 포용적 복지국가건설을 위해서는 재정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북한이 핵-경제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집중노선으로 전환했듯이 한국판 병진노선의 전환, 노동-민중복지 집중노선으로 전환해야 한다. 
평양선언 이전에 마련된 국방개혁 2.0과 2019년 예산안을 변화된 정세에 맞게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국방예산중 최소한 F-35A도입, 한국형 3축 체계도입 등 공격형 무기도입을 위한 방위력개선비 15조 4천억원에 대해 대폭 삭감하고 복지, 일자리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주한미군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식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문재인대통령을 극찬하면서도 ‘연합훈련에 당신들이 돈을 내야 한다’, ‘엄청난 무역흑자를 보는 부자나라들의 군대에 돈을 주는 것은 안된다’ 라면서 1조원의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어렵고 국민의 부담이 큰데 왜 연합훈련을 계속하고 주한미군주둔비를 부담해야 하는지 근본질문을 해야 할 때다.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한미연합훈련을 전면중단과 주한미군의 철수, 최소한 감축을 공론화해야 한다.  
북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국제사회의 화답을 호소하기 전에 남이 먼저 화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