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최저임금은 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가늠자’

2018-07-12     이정희 민주노동자 전국회의 집행위원장

2019년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까지 2019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결정을 서두르고 있다. 물론, 정치권은 예산안 조차도 법정시한인 12월 초는 말할 것도 없고 집행일을 넘겨 처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결정도 14일이 최종시한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시기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예산반영 등을 고려하면 7월 중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해 최저임금위는 정치권의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인해 파행을 빚었으며, 결국 시한에 쫓겨 인상액을 포함한 기준 설정 등 쟁점에 대한 논의가 충실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민주노총이 빠진 노동자쪽은 2019년 최저임금액을 1만790원으로 제시했으며 사용자측은 동결을 주장하는 등 현재까지 차이가 크게 나고 있다. 

2019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자본가 진영과 보수언론은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사용자쪽은 해마다 주장해온 업종, 지역별 차등적용안이 부결되자 최저임금위 불참을 선언하는 등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공세를 펴고 있다. 사회적 논의가 충분하게 진행되지 않은 조건에서 2019년 최저임금은 결국 정부쪽 의지를 반영하는 공익위원안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최저임금을 어느 수준에서 결정하는가 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지속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감소분을 제외하더라도 2019년 최저임금을 8700원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 

▲ 사진 : 뉴시스

2019년 최저임금 인상액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경제지표는 2가지다.

하나는 5월말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소득동향>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2인이상 가구 가계소득은 3.7% 상승했지만 1분위(하위 20%)의 가계소득은 129만원으로 전년 대비 8.0% 하락해 역대 최고의 하락률을 보인 반면, 5분위(상위 20%)의 가계소득은 1015만원으로 9.3% 늘었다. 사회적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 또한 “소득분배의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자료는 통계청이 6월 중순에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5월 취업자 수가 7만2000명 증가해 8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문재인 정부의 고용확대 목표인 30만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공공행정과 사회복지서비스 부문은 취업자가 증가한 반면 제조업에서 7만9000명이 감소했으며,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등에서 고용이 감소했다. 

 5월 고용동향 결과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였으며,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교체하고 정부 내에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계기가 되었다. 

6월 고용동향 또한 취업자 수가 10만6000명 증가에 그쳐 고용률 하락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1분기 가계소득동향에서 확인된 양극화 심화는,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며 그 방도는 저소득층 복지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저임금노동자의 소득향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해선 이견이 거의 없다. 

문제는 고용동향인데 5~6월 고용동향의 결과는 한국경제가 하강, 침체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객관적인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이런 경향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쪽과 보수언론, 문재인 정부 일부 경제라인에서는 경기하강과 취업자수 감소를 이유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동향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수가 감소한 업종은 제조업(12만6000명), 교육서비스업(10만7000명), 도소매·숙박업(3만2000명)이 대표적이다.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었던 제조업에서 취업자수가 대규모로 감소하고 있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조선업 불황의 지속과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의 영향이 크며, 장기적으로는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서비스업 종사자의 감소는 인구구조 변화로 취학인구가 감소하는 장기적 경향성으로 봐야 한다. 도소매업과 숙박업의 경우 경기변화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업종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제조업 쇠퇴 등 한국경제의 경기 하강에 따른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취업자수가 감소한 3대 업종 중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업종은 도소매업과 숙박업 정도라고 볼 수 있으며, 이 역시 경기 하강에 따른 영향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음식숙박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최저임금에 따른 지원과 종합적인 경영 지원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할 정도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일부 계층의 어려움보다 사회적 양극화 심화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필요성이 훨씬 큰 것이 객관적 현실이다. 

또 다른 통계자료인 국세청의 <2016년 귀속년도 근로소득 백분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 1774만 명의 연평균소득은 3359만원으로 월 280만원 수준인 반면, 중위소득자의 소득은 연평균 2424만원으로 월 202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의 절반인 887만 명은 월급 200만 원 이하를 받고 있으며 노동자 10명 가운데 3명의 임금 수준은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저임금은 직접적으로는 400만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실질적으로는 900만의 저임금노동자 전체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라인 교체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우경화하고, 최저임금 1만원 공약도 후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는데 2019년 최저임금 결정에 따라 우려가 현실로 드러날지, 기우로 끝날지를 가려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적 대화의 진실성과 현실 추진력도 2019년 최저임금 결정에 달려있다는 점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