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제’라 쓰고 ‘성과제’라 읽는 박 정권

전교조·공무원노조 1박2일 성과급제 폐지 공동투쟁

2016-06-25     강호석 기자
▲ 성과연봉제 폐지를 위한 ‘교사·공무원 1박2일 공동투쟁'이 24일과 25일 양일에 걸쳐 전개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위원장 김주업)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 변성호)이 성과급제 폐지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요구하며 ‘교사·공무원 1박2일 공동투쟁'을 24일과 25일 이틀간 벌였다. 공동투쟁 선포식에서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은 “정권이 전교조는 법외노조로, 공무원노조는 설립신고 반려로 두 조직을 비합법단체로 만든 뒤 직권면직과 전임자 징계 등 온갖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교사와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 차등성과급제라는 비상식적인 징계안을 만들려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막아내겠다”고 투쟁 의지를 밝혔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가 공동투쟁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김주업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교사·공무원 1박2일 공동투쟁'을 선포하고 있다.

다음은 두 노조가 왜 성과급제에 반대하는지 등을 주제로 한 최윤영 공무원노조 대협국장과 일문일답이다.

- 성과급제를 왜 성과퇴출제라고 부르는가.

“성과급제는 직무수행 성적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문제는 국무회의를 통과해 20대 국회에 상정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에 성과심사위원회가 ‘직위해제’ 권한을 갖도록 한 것이다. 이제 직무 성과에 따라 임금이 차등 지급될 뿐 아니라 퇴출로 이어진다. 그래서 차등성과제를 성과퇴출제라 부른다.”

- 성과급은 어떻게 지급되나.

“작년까지 성과등급은 S, A, B, C로 구분했다. 인사혁신처가 시행지침으로 S등급보다 50%의 가산점이 더 주어지는 SS등급을 신설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1~3급까지의 고위직에만 적용되던 성과급을 5급 과장까지 확대 적용했다. 24일 인사혁신처는 성과급제를 교장선생님에게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7급, 9급까지 내려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5급 과장 기준 SS등급과 C등급은 920만원의 연봉 차이가 난다.”

- 인사혁신처가 퇴출(직위해제) 기준을 마련했다던데.

“국가공무원법 73조2항에는 ‘근무성적이 지극히 나쁜자’는 직위 해제할 수 있다고 돼있다. ‘지극히 나쁘다’는 규정을 C등급을 2회 받거나, C등급 1회에 무보직 6개월이거나, 무보직 1년이면 퇴출시킬 수 있게 명문화했다. 또 하나 공직 가치 조항에 ‘애국심’을 삽입했다. 애국심은 근무평가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 직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면 성적을 계량화해야 할텐데.

“개량화된 기준을 마련할 수 없다. 생각해보자. 학생의 시험성적이 영어는 80점이고, 국어는 70점이이라면 영어교사에게 성과급을 지급해야 할까? 강도를 10명 잡은 경찰과 강도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마을에 근무하는 경찰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나? 임금이 삭감될 게 뻔한 산간벽지에 어떤 교사가, 어떤 공무원이 가려할까?”

- 공직수행이 이윤논리에 휘둘리게 된다는 우려가 있던데.

“예산 절감이라는 (성과 평가)기준을 적용해 보자. 오지 마을에 예산 10억 원을 들여 전기를 공급한 공무원과 전기를 끊어 마을 사람들을 억지로 이사시킨 공무원에게 예산 절감이라는 (평가)기준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 성과주의에 빠질 가능성은 없는가.

“공직을 수행하려면 서로 도와주는 게 기본이다. 그러나 성과급제는 그런 ‘협업’을 원천에서 봉쇄한다. 산불이 났다고 가정해 보자. 119소방관, 구청직원, 경찰이 모두 출동해야하는데 자기 실적으로 남지 않는 일에 나서겠는가? 만약 불길이 번져 관할구역을 벗어났다면? 이처럼 상상만해도 끔찍한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다.”

-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도 해석하던데.

“프로야구 선수는 그해 타율이 다음해 연봉을 결정한다. 마찬가지로 성과연봉제가 적용되면 공무원도 개개인의 실적에 따라 연봉이 결정된다. 노동조합이 해마다 진행하던 임금협상이 필요가 없어진다.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동료들 간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노동자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사용자와 단체로 협상하는 대신, 상호간의 경쟁이 사용자와의 협상력을 결정하게 된다. 이쯤되면 노동조합은 있으나 마나다.”

-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던데.

“성과심사위원회는 부단체장을 단장으로 구성한다. 직위해제 권한까지 갖게 되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다. 계량화된 평가기준이 없는 조건에서 심사위원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줄서기가 시작된다. 임금 삭감을 막기 위해, 아니 퇴출되지 않기 위해 영혼을 바쳐야한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해도 평가점수를 생각하면 저항할 용기가 생길까? 심각한 것은 이뿐이 아니다. 만약 작년에 C등급을 맞은 과장 밑에서 일하게 된다면?”

▲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이 ‘교사·공무원 1박2일 공동투쟁'을 선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