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전쟁 종결과 중동 안정화의 길

[특집/ 중동 정세분석] 3차 대전의 시작인가, 다극화의 분기점인가(3/끝)

2018-06-28     손정목 4.27시대연구원 국제분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핵합의 파기로 중동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일각에선 3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현 중동 정세의 원인과 본질, 그리고 앞으로의 추이를 전망해 보는 손정목 민플러스 편집운영위원의 심층 분석 글을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차례] 1. 미국 대 러시아, 중동에서 지위가 바뀌다, 2. 미국의 이란핵합의 이탈, 흔들리는 대서양동맹, 3. 시리아전쟁 종결과 중동 안정화의 길 

파죽지세 시리아 정부

8년을 이어온 시리아전쟁이 종결국면에 들어섰다. 21세기 인류문명을 부끄럽게 만든 최악의 전쟁으로 기록될 이 전쟁은 시리아 인구 1800여만 명(2016년 기준) 가운데 사망자만 50여만 명(비공식 추산), 난민 560만 명에 이를 정도의 처참한 피해를 남겼다. 인구 3명당 1명이 짐을 꾸리고 국경을 넘은 것이다. 이 야만적 전쟁이 시리아정부와 러시아, 이란, 레바논 헤즈볼라 등의 연합에 의한 IS퇴치로 거의 끝날 지점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반(反)아사드를 부르짖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등 서방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내 반시리아 세력들은 IS잔당을 앞세우거나 때론 직접 나서 전쟁의 종결을 방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9일 시리아 아사드정부는 이라크 국경에 인접한 유프라테스 강변 지역인 아부카말 전투 승리를 계기로 IS에 대해 승리를 선언했다. 이어 이라크 정부도 IS가 마지막까지 점령했던 라와 지역 탈환을 계기로 11월17일 IS에 대한 소탕완료를 선언했다. 이란의 로우하니 대통령은 11월21일 IS의 멸망을 선언하고 “IS 잔당이 앞으로도 준동하기는 하겠지만, IS의 기반은 이미 파괴되었다”고 선언했다. 2015년 9월 러시아가 시리아정부의 요청으로 전쟁에 참여한 이래 2년만이다.

이후 시리아정부는 파죽지세의 기세로 곳곳의 IS잔당들에 대한 소탕작전을 개시해 지난 4월 동구타 지역을 탈환해 수도권 전역의 해방을 선포하고, 6월 현재 IS가 장악했던 지역 대부분을 탈환하였다. 이제 IS를 비롯한 남은 잔당들은 시리아 남부와 북부 그리고 일부 동부 긴장완화지대(de Escalation Zone)를 근거지로 포진한 상태다. 이 지역은 모두 미군기지 주변으로 북부는 터키 국경 부근 이들리브(Idlib) 지역, 남부는 요르단 국경 부근 다라(Daraa) 지역이다. 긴장완화지대는 지난해 5월 러시아와 이란, 터키 주도로 개최된 아스타나(Astana)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시리아 전역 4곳에 전투중단 지역을 설치해 반군의 퇴로를 열어줘 불필요한 군사 충돌을 방지하고 긴장완화지대에 있는 주민안전과 재건을 위해 실행됐다. 특히 남부 다라 지역은 지난해 7월 러시아와 미국, 요르단이 재차 합의해 설치된 곳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과도 인접한 민감한 지역이다. 중요한 점은 긴장완화지대에는 알카에다 계열의 IS는 물론 쟈파트 알누스라(Jabhat al-Nusra)같은 반군(테러집단)은 수용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테러집단으로 분류된 세력들이 도망가 긴장완화지대에 들어가도 이들에 대한 소탕작전은 계속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실 현재 반군은 대부분 IS와 알누스라 같은 테러세력에 통합된 상태다. 현재 테러집단으로 분류되지 않고 무장을 갖춘 반군세력은 터키가 지원하는 자유시리아군(FSA)과 미국이 지원하는 소위 온건반군이라는 쿠르드 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 정도다.

시리아정부와 러시아, 이란 연합군의 IS에 대한 완전한 소탕이 분명해지자 이에 비례해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 프랑스 등 서방이 참여한 국제동맹군과 이스라엘의 직접 공격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여러 차례 IS가 패퇴하는 전투 현장이나 인근의 시리아-러시아 연합군을 공격해 다수의 사상자를 내면서 IS 소탕작전을 방해하였다. 지난 17일에도 미국 주도 국제동맹군(이스라엘이라는 주장도 제기)이 시리아군을 공습, 52명 이상이 사망했다. 15일 시리아군이 남부 다라에 있는 테러세력의 완전한 소탕을 위해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한 직후다. 

▲ 지난 1월 미군 주도 연합군이 시리아 군기지를 폭격한 뒤 무너진 빌딩 잔해 속에서 화이트 헬멧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 : 뉴시스]

IS와 화이트 헬멧(White Helmet) 그리고 가짜뉴스

이렇듯 미국 주도 국제동맹군의 IS 등 테러세력에 대한 지원과 그들의 패배를 막기 위한 방해작전은 이미 수도 없이 보도된 바 있다. 최근 사례 만해도 지난 4월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동구타 지역 두마마을 탈환작전에서 시리아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해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소위 ‘화이트 헬멧(White Helmet)’에 의한 동영상은 진위를 가릴 새도 없이 곧바로 미국, 영국, 프랑스에 받아들여져 시리아에 대한 연합공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사건은 발생 하루 뒤 이 지역을 탈환한 시리아와 러시아에 의해 ‘화이트 헬멧’에 의한 조작극임이 밝혀졌다. 전형적인 ‘누명 씌우기’ 가짜뉴스(fake news)를 만든 것이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공식적으로 동구타 지역 탈환 뒤 ‘두마 지역에서 화학무기 사용 흔적이 없고, 이 사건이 외국 특수기관의 소행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두마의 유일한 병원에서 화학무기에 의한 부상자나 시신을 찾을 수 없었고, 화이트 헬멧의 동영상이 조작됐다는 두마의 병원에서 일하는 의대생의 진술도 공개했다. 주지하듯이 시리아정부는 2014년 국제화학무기감시기구(OPCW)의 확인 아래 자국의 화학무기를 폐기하였다. 정치적으로 보더라도 시리아정부가 폐기한 화학무기를 다시 몰래 만들어 이미 승리가 예견된 동구타 탈환작전에서 국제적 비난을 살 줄 뻔히 알면서 이를 사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실 메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2월 ‘시리아정부에 의한 화학무기 사용은 증거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시인한 바 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시리아, 러시아군이 동구타 지역에서 미처 탈출하지 못한 영국 특수군을 포로로 체포했다는 점이다. 이란의 파르스(Fars) 통신은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 이스라엘, 요르단이 3월 이전에 동구타에 특수부대와 용병단을 파견해 IS를 지원하고, 다마스쿠스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와 러시아가 이를 미리 알고 탈환작전을 서둘러 이들을 패퇴시킨 것이다. 이것은 IS 및 화이트 헬멧과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밝혀준 결정적 사례다.

캐나다의 미셸 초서도브스키(Michel Chossudovsky) 교수는 최근 저서 <전쟁의 세계화>에서 IS를 미국이 만들었다고 폭로했다. <전쟁의 세계화>는 IS를 2006년 당시 부시 정부 국무장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에 의해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자 기획된 수니벨트 창설이 시작이었다고 폭로하였다. 이의 실행은 이미 그 이전 존 네그로폰테 이라크 대사를 중심으로 중남미 정권전복공작에 관여했던 일련의 미 CIA, 군부세력들이 이라크 내 미군 포로수용소에 있던 수니파 무슬림들을 준비시킨 데서 비롯되었다. 이들을 시리아전쟁에 내보낸 것이 IS의 시작인 것이다. <전쟁의 세계화>는 이 과정에서 사우디가 자국 사형수에게 사면되어 시리아전쟁에 나갈 것인가, 아니면 사형될 것인가를 선택케 했다고 영화 같은 이야기도 전한다.

미국이 IS를 만들었다는 근거는 이 뿐만이 아니다. 2016년 10월 위키릭스는 힐러리 클린턴이 2014년 8월 그녀의 선거대책본부장 존 포데스타에게 보낸 ‘사우디와 카타르로 하여금 비밀리에 시리아 내 IS에게 자금과 병참을 지원’하게 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폭로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대통령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IS를 힐러리가 만들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독일의 유력지 ‘쾰너스타트 안자이거(Koelner Stadt-Anzeiger)’는 알 누스라 사령관 인터뷰를 통해 <“미국은 우리 편이다(Americans are on our side)”>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상세 내용은 필자의 <미국의 세기가 끝나고 있다> 3-1편 참조)

그리고 화이트 헬멧은 ‘시리아시민군(Syria Civil Defence Unit)’의 별칭으로 우리에게는 마치 시리아의 자발적인 풀뿌리 인권단체처럼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화이트 헬멧은 2013년 영국 대외정보기관 MI6 출신인 제임스 르 메주리어에 의해 네덜란드에서 창설된 반아사드 선전조직이다. 이들에 대한 재정지원에 대해 가디언(the Guardian)지는 영국이 최대 지원국으로 지금까지 3840만 파운드(약 570억 원)을 지원했다고 보도했고, 미국은 지난 5월 이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했다가 이달 14일 660만 달러(약67억 원) 지원재개를 결정했다. 이렇듯 화이트 헬멧은 서방의 자금지원에 의해 IS와 사실상 연계돼 활동하면서 시리아와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무고한 양민의 탈출을 막고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비인도적 군사행동인 것처럼 세계여론을 조작해온 소위 ‘가짜뉴스’ 선봉대인 것이다.

▲ 블라디미르 푸린 러시아 대통령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지난 5월 러시아 소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시리아전쟁 종결과 중동안정화의 길이 열리고 있다

시리아전쟁의 완전한 종결을 위한 최대 현안은 긴장완화지대에서 전열 재정비를 하고 있는 테러집단을 완전히 소탕하는 것과 시리아정부의 요청 없이 불법적으로 시리아 영토에 들어와 반군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 영국, 프랑스, 터키 등 외국군을 어떻게 큰 충돌 없이 철수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아울러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건재와 이란의 영향력 확대에 큰 위협을 느낀 이스라엘의 공공연한 도발을 어떻게 확전 없이 중단시킬 것인가의 문제 또한 중요 현안이다. 세계여론은 이 과정에서 3차 대전을 비롯한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시리아전쟁이 대규모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미국 지배층 내부의 중동전략 분열 ▲러시아의 강력한 전쟁억지력 ▲유관 각국의 처지와 입장차이 때문이다.

주지하듯 미국의 중동전략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지난해 3월 헤일리 유엔대사를 통해 ‘아사드는 더 이상 적이 아니다’고 하고, 꼭 1년이 된 지난 3월말에도 시리아 주둔미군의 철수를 선언해 군부만이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기존 동맹세력들을 크게 당황시켰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시리아정부에 의한 칸 세이크쿤 지역에 화학무기 공격극과 미국의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이 전개됐고, 올해도 비슷하게 동구타 지역에서 화학무기 공격극이 발생해 미영프 연합공격이 이뤄졌다. 한마디로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불법적 시리아정권을 놔두고 미군을 철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철수 시행은 연기됐지만 그렇다고 철회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중동전략은 지난 1월 발표한 ‘2018 미국 국방전략’에서 보듯 중동에선 러시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고 반테러전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요건은 미군 장기주둔이다. 한마디로 중동에서 영향력 유지를 위해 러시아와 영구적 대립구도를 만들어 중동에서 긴장과 대결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의거해 시리아에 대해서는 쿠르드 자치지역 강화와 미군 장기주둔을 통한 사실상의 시리아 분할전략이 제기됐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 군산복합체의 이런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와 러시아의 강력한 견제에 의해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세를 얻으면서 유럽 동맹들을 포함한 국내외의 강력한 반대에도 이란핵합의 이탈과 알쿠드스(예루살렘)으로의 미대사관 이전이 실행됐다. 미국의 일방적인 국제협정 파기와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은 오히려 미국과 이스라엘을 고립시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이런 중동정책은 미국이 더 이상 중동에서 패권국이자 중재국으로서 지위와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 결과 이란, 팔레스타인은 물론 유럽 각국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당면 현안 토의를 위해 러시아로 달려가고 있다.

중동에서 러시아가 미국의 지위를 넘겨받고 있다. 거대한 전환이다. 러시아는 2015년 시리아전쟁에 참여한 이래 불과 2년 만에 시리아, 이라크가 IS를 상대로 전쟁승리를 선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올해 들어선 아사드정권의 건재에 불만인 유럽과 중동 각국을 정치적으로 달래면서 확전을 막는 강력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러시아가 공개한 최첨단의 극초음속 핵무기들은 사실상 미국과 나토가 중동에서 전쟁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바탕이다.

푸틴 대통령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을 통해 시리아전쟁의 정치적 해결과 이란핵합의 유지 등을 협의하고, 이스라엘의 불안감을 다독이면서, 사우디와는 원유 증산, 수출관련 미국의 자국 원유 수출 증대 압박에 대응해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시리아전쟁이 마무리되고, 이란핵합의가 유지되면 이스라엘의 중동 내 고립이 심해져 어쩔 수 없이 타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설사 유럽이 미국 압력에 굴복에 이란핵합의가 완전히 파기되더라도 이란과 이스라엘의 긴장은 고조되겠지만 미국세의 퇴조로 이스라엘은 이란, 헤즈볼라, 시리아연합을 이길 수 없어 결국 평화안에 합의할 것이다. 네타냐후가 빈번하게 푸틴을 만나는 이유다. 예멘전쟁도 현재로선 러시아 이외에 중재할 국가가 없다,

지난 15일 개시된 시리아 남부 다라 탈환작전도 확전 우려와 달리 이스라엘이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전면적으로 반발하지 못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시리아군의 다라 탈환작전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던 미국이 막상 탈환작전이 시작되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실상 다라 지역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점차 뒤로 물러나고 있다.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은 지난 10일 영국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향후 1년 안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시리아 영토를 한 치도 남김없이 모두 되찾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IS의 완전한 소탕과 모든 외국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뜻이다. 푸틴과 아사드는 지난 5월 만나 군사적 국면이 끝나면 정치협상으로 전쟁종결과 헌법개정, 국가재건의 단계로 들어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은 아사드 정권 퇴진을 고수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시리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지는 못한다. 향후 EU와 미국이 이란핵합의와 무역전쟁에서 대립이 계속되면 결국 러시아와 합의해 아사드 정권 용인으로 나갈 것이다.

이런 상황 전개 끝에 다음달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이 만난다. 처음 열리는 러‧미정상회담은 중동 안정화를 비롯해 세계를 다극화 방향으로 이끄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