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진영이 당장 버려야할 3가지

[기자수첩] 민중진영의 미디어전략에 대한 조언

2018-06-21     강호석 기자

촛불항쟁으로 적폐청산과 개혁의 공간이 열리고, 4.27판문점 선언으로 자주통일의 새시대가 다가왔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30여년 세월 자주·민주·통일의 한길을 걸어온 이른바 민중진영은 표를 얻지 못했다. 

87년 6월의 뜨거운 함성을 듣고자란 유권자들이, 2000년 6.15의 감격을 온몸으로 느꼈던 국민들이 정녕 민중진영의 그간 순결한 투쟁 역사를 몰라서 지지하지 않은 것일까? 

대중은 지금 민중진영에 불만이 많아 보인다. 그 불만은 대중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싫어하는 일을 반복해서 생긴 것 같다. 

대중이 싫어하는, 그래서 민중진영이 당장 버려야 할 몇 가지를 간추려 본다. 

효능을 다한 집회·시위 

집회 및 시위는 민주주의의 상징이며 민중진영의 주요한 투쟁 수단이었다. 7~80년대 군부독재에 맞선 물리적 힘으로, 2000년대엔 사회 곳곳에 똬리를 튼 적폐 고발의 도구로 활용돼왔다.

광우병 촛불, 국정원 대선부정 등 집회에 많은 숫자가 모이면 사회 이슈가 된다. 상대적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는 민중진영에게 집회는 그의 유일한 여론형성 방법이었다. 

그러나 박근혜를 탄핵한 촛불항쟁 이후 집회·시위가 가진 고유한 기능은 눈에 띠게 약화됐다. 조직된 대중의 관성적이고 규격화된 집회는 더 이상 대중여론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특히 1000만 촛불이후 집회 참가자 숫자는 무의미해졌고, 자발적 참여를 경험한 대중은 규격화된 집회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고 있다. 

집회·시위의 의미가 퇴색한 것은 집회 참가자들이 더 절감하고 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자신이 ‘집회 및 시위 용품’이라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한다. 최근 민중진영의 집회는 할 수 있는 다른 것이 없어서, 또는 할 줄 아는 것이 집회뿐이라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대부분이다. 

민중진영의 투쟁전술에서 이제 동원식 집회·시위는 ‘최소한’으로 두고, 조직된 역량이 대중의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감동적인 선전선동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집회를 대신한 기자회견 

기자회견(News conference)이란? 미디어 이벤트의 하나로 기자들을 초청해 주장과 근거를 밝히는 행사다. 보통은 기자들과 질문·답변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민중진영의 기자회견엔 기자의 질문이 없다. 주최측도 질문을 요청하지 않는다. 회견이라기보단 약식집회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회견에 기자가 안 오거나 와도 카메가 기자가 사진만 찍고 가버린다. 

민중진영은 기자회견 형식보다는 분명한 주장이 담긴 퍼포먼스를 언론이 더 주목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준 이하의 기관지

최근 브랜디드 콘텐츠(다양한 문화적 요소와 브랜드 홍보를 결합한 것으로, 콘텐츠 안에 자연스럽게 브랜드 메시지를 녹인 것)가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유독 민중진영의 기관지는 단체회원에게조차 외면받기 일쑤다. 이유는 컨텐츠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중의 눈은 높아졌다. 돈 없는 민중단체가 만들었으니 수준이 좀 떨어져도 봐줘야 한다는 의무감은 이제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처럼 삐라로 군부독재의 치부를 폭로하던 때가 아니다. 

민중진영이 아무리 훌륭한 정책을 내놔도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하면 헛방이다.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고품격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민중진영도 브랜디드 콘텐츠를 생산할 독립적인 기획홍보팀을 꾸려야 한다. 홍보(선전선동)를 잘하려면 홍보일꾼을 하늘같이 떠받들어야 한다. 월급도 제일 많이 주고, 휴가도 많이 줘야 한다. 3D 업종으로 전락한 민중진영 홍보일꾼들이 자부심과 열정으로 넘쳐나지 않는 한 민중진영의 미디어전략에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