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와 세계 핵군축 회담

[특별기획] 북미 핵공방 30년사, 그리고 북미정상회담(4)

2018-06-08     강호석 기자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북미 핵공방 30년사’를 돌아본다. 길게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핵폭탄 투하 계획으로 시작해 1989년 영변 핵시설 의혹 제기로 본격화돼 지난해 일촉즉발의 최대 위기상황으로 치달았던 북미 핵공방. 이 동안 반복된 핵위기와 합의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다음달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과제와 진로를 전망해본다.[편집자]

[특별기획] 북미 핵공방 30년사, 그리고 북미정상회담
(1) 매번 합의를 먼저 깬 쪽은 미국이다
(2) 북미회담 의제는 정전협정문에 다 있다
(3) 미국의 핵위협이 한반도 핵문제의 본질
(4) 한반도 비핵화와 세계 핵군축 회담

한반도 비핵화, 북핵 폐기, 세계 비핵화, 세계 핵 군축…,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비핵화. 하지만 본질은 의외로 단순하다. 세상에서 핵무기가 사라지는 것.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영철 조선로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전달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어보이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출처: 백악관 트위터 갈무리]

비핵화 방안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냐? Vs ‘완전한 폐기(CD)냐?’, ‘일괄타결’이냐? Vs ‘단계적 접근’이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다 최근엔 ‘판문점선언’에서 밝힌 ‘완전한 비핵화’,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난 후 언급한 ‘비핵화 프로세스’로 논란은 일단락됐다.

6자회담, 비핵화 4단계 프로세스

북미 핵공방 30년사 특히, 6자회담을 통해 비핵화 과정을 4단계로 정식화하고 북미는 이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 북한(조선)의 비핵화 의지는 변함없이 유지됐다.

4단계 비핵화 프로세스 ▲1단계 (관계개선) : 핵시설 가동중단, IAEA 감시단에 의한 핵시설 폐쇄(shutdown) ▲2단계 (평화포럼) : 모든 핵프로그램의 IAEA 신고, 핵시설 불능화(disabling) ▲3단계 (종전선언) : 핵 프로그램 해체, 핵물질과 핵시설의 해체(dismantlement) ▲4단계 (평화협정) : 비핵화의 완성, 장거리 미사일 폐기

2005년 9.19공동성명과 2007년 2.13합의에서 밝힌 4단계 비핵화 프로세스 중 2단계에서 한반도 평화포럼을 가동,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한다. 3단계에서 종전을 선언하고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한다. 그리고 마지막 4단계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양국에 대사관을 설치 국교를 수립한다고 합의했다.

현재 북한(조선)은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폭파하는 선제적 조치를 취한 상태, 한미합동 핵 전쟁연습 중단 등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면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합의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새로운 비핵화 프로세스에 진입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핵화는 북한(조선)의 일관된 전략

6자회담이 파산 난 이후에도 북한(조선)은 비핵화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2009년 발표한 북 외무성 성명은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해 준다. “우리가 9.19공동성명에 동의한 것은 관계정상화를 통한 비핵화라는 원칙적 입장에서 출발한 것이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그로 인한 핵위협 때문에 조선반도 핵문제가 산생되였다.” 이 주장을 해석하면, 지난시기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 원인은 북한(조선)이 비핵화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미국이 대북 핵위협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 지난 2016년 5월6일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 로동신문]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2016년 이후에도 북한(조선)은 비핵화 전략을 포기하지 않았다. 북은 2016년 5월 7차 당대회 결정서에서 “우리 공화국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 전파 방지의무를 성실히 리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개월 후 발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에선 “명백히 하건대 우리가 주장하는 비핵화는 조선반도 전역의 비핵화이다. 여기에는 남(南)핵 페기와 남조선 주변의 비핵화가 포함되여 있다.”고 했다. 이는 주한미군이 배치한 핵무기와 한미합동 군사훈련 때마다 전개되는 미국 항모에 탑재된 핵미사일을 포함 한반도를 진정한 비핵지대로 만들자는 의지가 담겨있다.

비핵화와 핵군축 회담

2013년 4월 현재, 미국 공군은 지상형 ICBM으로 전략 핵탄두 3발이 탑재되는 미니트맨 미사일 450기를 실전배치중이다. 미국 해군은 전략 핵탄두 12발이 탑재되는 트라이던트 미사일 24기를 탑재하는 오하이오급 잠수함 14척을 실전배치중이다. 전략 핵탄두 4,032발 분량이다.

러시아는 1,480개의 전략 핵탄두를 실전 배치 중이다. 물론 실전배치 상태에서 해제되어 창고에 보관된 전략 핵무기는 훨씬 많다.

2010년 4월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뉴 스타트 조약에 서명했다. 양국이 2018년까지 실전 배치 전략 핵탄두 수를 1,550개, 운반수단(미사일과 폭격기 등)을 700기 이하로 줄이는 내용이 골자로 2021년 종료된다.

세상의 모든 핵무기를 없애는 것이 비핵화다. 결국 핵보유국들이 핵군축 회담을 통해 세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만이 유일한 비핵화 방안이다.

비핵화를 위해 핵을 만들어 ‘전략국가’가 되었다는 북한(조선)이 과연 오는 12일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핵군축 회담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싱가포르로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