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식 “미국의 체제보장? 북이 받을 수 없는 개념”

tbs라디오 출연해 “생선을 고양이한테 갖다 주며 지켜달라는 것” 일축

2018-05-29     김동원 기자
▲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학교 명예교수.[사진 : 뉴시스]

한차례 취소소동 이후 속도를 더하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국내외 주류 언론들이 으레 거론하는 ‘북 체제보장’에 대해 재미동포 북한(조선) 전문가인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지난 28일 “미국이 어떻게 북한(조선)체제를 보장하느냐”며 어이없어했다.

최근 방한한 박한식 명예교수는 이날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에 출연해 “미국이 보장할 게 아니죠. 그건 생선을 고양이한테 갖다 주면서 지켜 달라, 자기들의 안보를 우리가 보장해 주겠다, 그런 말을 많이 하는데 북한(조선)에서는 받을 수 없는 개념들”이라고 일축했다.

박 명예교수의 판단 근거는 이렇다.

“북한(조선)이 원하는 것은 남한식으로 잘 사는 걸 경제적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사느냐, 그게 중요하죠. 남한식으로 잘 사는 식으로 해 주겠다, 그러면 동독이 흡수되는 것처럼 북한(조선)은 남한에 의해서 흡수되고 맙니다. 그러니까 북한(조선)이 그걸 원할 것 같으면 옛날에 했죠. 그런데 그걸 원하지 않으니까 북한(조선)이 원하는 것은 특별한 성격을 가진 발전이지, 그냥 발전이 아니거든요. 어떤 성격을 가진 발전을 원하느냐? 한국식으로 사유화, 자본주의화, 또 중국이 표방하는 경제발전의 모델을 그대로 원하지도 않습니다. 북한(조선)이 원하는 그러면 발전이, 미국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발전이 뭐냐? 미국이 줄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북한(조선)이 원하는 것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또는 북한(조선)식, 자기말로는 ‘우리식 발전’을 원합니다. ‘우리식 사회주의’를 원합니다. 그 ‘우리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데 미국이 도울 의사가 있느냐, 도울 수가 있느냐? 제가 볼 때는 도울 의사도 없고, 도울 방법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박 명예교수는 “사실 북한(조선)이 원하는 것은 자기 체제보장, 이런 걸 원하는 것이 아니고 경제성장을 원하는 건 당연하죠. 그러기 위해서 안정되어야 되고, 평화로운 사회가 되어야 되고, 국교관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체제안전이 보장이 되어야죠”라며 북이 이른바 ‘병진노선’ 종료 이후 추진하는 사회주의 경제발전을 위한 안전보장을 강조했다. 체제보장과 안전보장은 개념이 다르단 얘기다. 경제발전도 북이 여태껏 지켜온 이른바 ‘우리식 사회주의’ 발전이지 한국 모델이 아니란 것. 

진행자가 “그러면 체제보장이라고 하는 이 용어에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까 바꾸면 적대관계 청산, 그다음에 상호 간섭 안 하는 부분, 이런 것들을 북한(조선)이 원한다, 이렇게 바꾸면 될까요?”라고 묻자 “잘 말씀하셨다”면서 “북한(조선)이 진짜 원하는 건 그거지, 미국 마음대로 해서 우리 체제를 보장하라 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박 명예교수는 북과 미국의 관계정상화, 적대관계 청산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봤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박 명예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중국이 가장 바라는 것을 미국이 줄 수가 없다”면서 “가장 중국이 바라는 것은 북한(조선)의 공산주의 발전이죠. 사회주의 발전이죠. 사회주의, 공산주의 발전하는 걸 미국이 도울 수 있다 하는 그런 개념을 미국은 원하지 않습니다.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조선)이 원하는 사회주의적인 발전을 미국이 도와줄 수가 없고, 미국이 얘기를 하는 남한처럼, 남한이 발전된 것이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고 사유재산화, 자본주의화, 시장개척, 이런 걸 다 통해 가지고 겨우겨우 해서 이렇게 훌륭하게 발전을 시켰는데 북한(조선)도 그렇게 가기를 트럼프가 원한다면 북한(조선)으로서는 시작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진행자가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남한처럼 번영하게 해 주겠다는 표현은 북한(조선)의 사회주의체제를 남한처럼 자본주의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북한(조선)은 읽고 있다, 이런 말씀이시냐”고 묻자 “그럼, 그렇게 읽는 게 당연하죠. 대한민국처럼 잘 살게 해 주겠다, 한국의 모델을 당신이 받아들여라, 이런 걸 암암 중에 시사를 하니까, 한국이 되는데 조금 더 가난한, 훨씬 더 가난한 한국이 되어라, 그것 북한(조선)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북은 지난 27일자 로동신문 논평에서 “우리(북)가 마치도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바라고 회담에 나선 것처럼 여론을 오도하고 계속 확대시키고 있는 조건에서 그 사실 여부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 까밝히지 않을 수 없다. 조미회담을 먼저 요구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라며 “우리는 남의 도움을 받아 경제건설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꼬물만큼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 명예교수는 또 북과 미국의 관계정상화도 평화협정 체결은 가능하지만 국교수립은 어렵다고 봤다. 그는 “북한(조선)과 정식수교를 하자, 이러면 이제 북한(조선)에 대한 불신과, 또 북한(조선)체제를 악마화시키는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미국에. 그래서 이게 어렵죠. 국교정상화를 시키는 건 좀 어렵습니다. 그러나 정상화되기 전에 적대관계가 있는 행사들이나 이런, 예를 들어 합동군사훈련을 한다든가 또 미군의 주둔한 목적을, 북한(조선)을 방지하기 위해서,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서 미군의 존재를, 존재의식을 둔다고 하는 건 바꿔야 된다”고 말했다.

최근 남북관계 문답집인 <선을 넘어 생각한다>을 펴낸 박 명예교수는 29일 오후 건국대에서 통일인문학연구단 초청 특별강연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