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은 정말 누가 먼저 제안한 걸까?

북 최선희 부상 24일 담화에서 “저들이 먼저 대화 청탁” 공개 ‘눈길’

2018-05-24     김동원 기자

북미정상회담은 누가 먼저 제안한 걸까?

북한(조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에 이어 최선희 부상이 24일 담화를 내 ‘북미정상회담 재고려’를 거듭 경고한 가운데 북미정상회담을 누가 먼저 요청했는지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부상이 이날 담화에서 “저들이 먼저 대화를 청탁하고도 마치 우리가 마주앉자고 청한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저의가 무엇인지, 과연 미국이 여기서 얻을 수 있다고 타산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라고 추궁하고 나선 탓이다.

최 부상 주장대로라면 북미정상회담은 미국이 먼저 북에 제안했다는 얘기다.

북미정상회담은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북한(조선)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형식으로 제안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정의용 실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직후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알렸다.

이로써 북미정상회담의 최초 제안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 알려지게 됐다. 

그런데 최 부상이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맹렬히 힐난하면서 북미정상회담 제안에 사전 내막이 있음을 넌지시 공개한 것이다. 비공식적으론 미국이 먼저 정상회담을 ‘청탁’했다는 것. 

‘미국의 북미정상회담 최초 제안설’은 정의용 실장의 백악관 브리핑 직후 언론을 통해 한 차례 불거진 적이 있다. 

지난 3월1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미국 정부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조선)의 북미정상회담 제안 이전부터 유엔 루트 등을 통해 북측에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최 부상의 담화는 두 달여가 지난 시점에 요미우리신문 보도가 사실임을 알려준다. 

이는 최 부상이 담화에서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전후사정이 이렇고 보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제안’을 전격 수용한 게 아니라 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수용’ 의사를 정의용 실장을 통해 전달 받았다고 해야 맞다. 현재 북미관계의 운전석에 누가 앉아있는지 확인케 해주는 대목이다. 

▲ 지난 3월9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면담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