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북’ 정상회담일까?

[기자수첩] ‘미-북’ 정상회담 표기 고집하는 TV조선(일보)

2018-05-23     강호석 기자

대부분 언론사가 ‘북-미’ 정상회담이라고 쓰는 반면 TV조선(일보)는 ‘미-북’ 정상회담을 고집한다.

두 개 나라를 병기할 때 앞뒤 순서에 딱히 정해진 기준은 없다. 통상 우리나라와 외교관계 수준이나 정서적으로 더 가까운 나라를 앞에 쓴다. ‘미-일’, ‘중-러’ 하는 식이다. 

언제나 뒷자리에 놓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일본이다. ‘청-일’전쟁이라고 하지 ‘일-청’전쟁으로 부르지 않는다. ‘러-일’전쟁도 마찬가지. 이는 우리 국민들의 대일 감정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겠다. 

외국을 나열할 때 통상 정부의 공식 발표 때도 그렇고, 공영방송인 KBS도 미국을 언제나 앞자리에 둔다. 그러나 북한(조선)과 병기할 때만은 예외다. 북한(조선)과 우리의 특수관계가 반영된 표현이다. 그래서 ‘북-미’ 정상회담이라고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유독 미국을 북한(조선)보다 앞자리에 두는 언론이 있다. TV조선(일보)다.

이유가 뭘까? TV조선(일보)가 ‘미-북’이라고 쓰는 이유가 단지 북에 대한 반감 때문만은 아닌듯하다. 일본과 병기할 때는 ‘북-일 관계’라고 표현하기 때문이다. 

‘북-미’든 ‘미-북’이든 표현은 자유다. 또한 ‘미-북’이라는 표현을 두고 한미동맹이냐, 남북관계냐 하는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난 3.1절 태극기 집회에 성조기를 들고 독립만세를 외치는 것처럼 ‘미-북 정상회담’이란 표현은 어딘지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