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예고한 “만족한 합의”

2018-05-11     현장언론 민플러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준비가 거의 마무리된 것 같다. 로동신문이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전격적인 방북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결과를 1면 전체를 할애해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사실상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사전합의가 거의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구속된 3명의 한국계 미국인들에 대한 특사조치도 그 일환이다. 실제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영도자 동지께서” 미국과 “만족한 합의를 보셨다”는 보도와 함께, 폼페오 장관도 “매우 유익한 회담 진행”과 “충분한 합의를 이룩”한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김정은 위원장이 “조미수뇌회담”은 “(조선반도의) 훌륭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역사적인 만남”이 될 것이라고 천명한 것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오 장관의 “만족한 합의”란 ▲첨예한 (한)반도지역정세에 대한 평가와 견해 ▲“조미수뇌회담과 관련한 양국 최고지도부의 입장과 의견 교환”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적인 문제, 절차, 방법 등에 관해서다. 이것은 북미간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라는 핵심 의제에서부터 날짜, 장소 등 구체적 실무사항까지 합의됐음을 의미한다. 장소를 싱가포르로 하고, 구속된 3명을 미리 석방한 것은 북이 통 크게 미국의 체면을 살려 미국 내 여러 방해흐름을 아우르면서 핵심의제에 대한 확고한 합의를 이루려는 뜻으로 보인다. 회담의 성격으로 보나 역사적 관례로 보나 장소는 당연히 평양이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북미정상회담 전망이)굉장히 성공적일 것”이라고 한 발언은 단순한 인사치례로 보이지 않는다.

주목할 점은 폼페오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대안”을 제안했다는 점이다. 그러자 김 위원장이 “(트럼프대통령의)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대한 깊은 관심”과 “조미수뇌상봉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에 사의를 표했다는 것은 이 제안이 “만족한 합의”를 이뤄내는 배경이 됐음을 시사한다. 또한 논란이 된 북미간 협상 교착설이나 무산설 등 미국 내의 과도하고 오만한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미국에선 최근 북에 대한 리비아식 비핵화 방식과 생화학무기, 인권 문제까지 의제를 확대하려는 주장 등 사실상 정상회담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공공연히 불거졌고, 북은 이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폼페오 장관의 “우리는 적국”이었지만 “이제 이런 갈등을 해결하고” “북한(조선) 국민이 받을 자격이 있는 모든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함께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이로써 북미정상회담에선 공동선언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동선언은 아마도 과거 북미간 최고수준의 합의였던 2000년 ‘북미공동커뮤니케’보다 결정적으로 진전된 내용일 것이다. 왜냐면 당시 북한(조선)은 핵개발 단계에 있는 국가로서 미국과 합의했지만 이번엔 핵무력 완성국으로서 미국과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에 대해 합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결정적이다. 당시 북미간 최고위급 합의였던 ’북미공동커뮤니케’는 ‘쌍무관계 근본적 개선’, ‘정전체제 평화협정 전환’, ‘적대정책 철회’, ‘경제교류와 협조’ 등 포괄적 합의를 담았다. 그러나 뭐 하나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것은 당시 미국이 북에 대해 힘의 우위에 있어 합의를 깨더라도 북이 그에 대응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적대정책의 유지가 미국에 더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미국이 국제적으로 합의한 이란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를 3년도 안 돼 파기한 것이 같은 이치다. 그러나 다음달 새로이 발표될 북미공동선언은 북이 바라는 바도 있지만 미국 또한 자국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처지에서 발표될 선언이다. 미국은 더 이상 임의로 합의를 깨기 어려울 것이다. 핵무력을 바탕으로 대등한 힘의 관계에서 발표될 선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북미공동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은 물론 새로운 동북아와 세계질서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실상의 종전선언과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관계정상화, 평화협정과 적대정책 철회, 비핵화 원칙과 방식 등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을 위한 전반 로드맵이 천명될 것이다.

논란이 됐던 한반도 비핵화 관련 북의 ‘단계적, 동시적 조치’와 미국의 ‘일괄 처리’ 방식은 상충하는 게 아니다. 이는 마치 북이 비핵화 조치를 미루고 시간을 끌려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북이 비핵화에 소극적이고 미국은 적극적이다’는 미국 주도의 협상 이미지를 유포하려는 미국식 여론전이다. 강조할 점은 북의 비핵화 조치는 반드시 그에 상응한 미국의 핵공격 위협 중단과 적대정책 철회가 연관된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7~8일 시진핑 주석과 만나 거듭 “조선에 대한 적대시 정책과 안전 위협을 제거하기만 하면”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그 과정이 단번에 가능하지 않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북미는 정상회담에서 근본조치인 관계정상화와 최소한 양국의 연락사무소 설치, 한반도 비핵화를 일괄해 합의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인 북의 비핵화와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 조치는 단계적, 동시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 평화협정을 맺기 위한 협상과 실천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국이 2년 내 한반도 비핵화를 완성하겠다는 주장은 곧 북미간 제재 해제, 핵공격 위협 중단 등 적대정책 철회와 평화협정 체결 등을 그 기한 내 이룰 것임을 뜻한다.

보도대로 2년 내 적대정책 철회와 한반도 비핵화가 상호 동의하는 조건에서 이뤄지고, 북미간 관계정상화가 되돌릴 수 없는 정도에 이른다면 한반도의 운명엔 그야말로 대전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속전속결, 눈이 부실정도다. 일각에선 70년 기나긴 적대의 골이 그렇게 단기간에 해체될 수 있겠는가 회의를 표하고, 미국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양질전환은 임계점에서 급속도로 이뤄지는 법이다. 지금 상황은 미국이 선의를 보이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강제돼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 조치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거대한 진전과 남북간 화해협력이 본궤도에 올라 병행 전개되면 머지않은 장래에 남북이 합의하는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다. 가슴 벅찬 그 날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