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입범위 확대 “스튜핏!”, 적용범위 확대 “그뤠잇!”

[노동절 특집 기고] 최저임금 7530원 넉 달에 즈음해

2018-05-01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
▲ 사진 : 뉴시스

2017년 7월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노동자, 사용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 협의에 따라 전문가 18명으로 ‘최저임금제도개선 전문가TF’가 구성, 운영해 같은해 12월 ‘전문가TF 권고안’을 제출했다. 최저임금위는 이 전문가TF 권고안을 공식 의결하기 위해 전원회의와 소위원회에서 협의를 진행했지만 지난 3월6일 최종 결렬됐다. 최종 결렬된 핵심 이유는 전문가TF 권고안 가운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의견 불일치다. 산입범위 확대를 통해 임금수준을 낮추려는 사용자위원의 요구는 애초부터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런데 최저임금위의 협의 결렬을 기다렸다는 듯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3월7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심의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가 최저임금위 협의 결렬을 이유로 사업주를 위해 최저임금법 개악이라는 ‘악마의 칼’을 뽑아 든 것이다. 2018년 4월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위한 5개(바른미래당 3개, 자유한국당 2개)의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산입범위 확대 규모는 최소 상여금는 물론, 최대 상여금에 복리후생수당과 현물급여까지 포함돼 있다.

처음부터 협의대상 아니었던 산입범위 확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악안을 발의하지는 않았지만 홍영표 환노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대한상의 강연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상여금, 식대 등 복리후생수당이 포함되도록 최저임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을 보면 여·야를 불문하고 보수정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즉 보수정당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노동보다는 자본의 편이기를 결심한 것이고, 결국 사업주에게 아첨하기 위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라는 어리석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환노위의 반노동적 국회일정 발표에 따라 민주노총은 지난 3월15일 국회 앞 민주노총 대표자 투쟁돌입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농성, 집회 등을 진행해왔다. 4월 임시국회 대응을 위해 16개 가맹조직별로 청와대, 정부청사, 국회 앞 등에서 각각 최저임금 대응 기자회견과 16개 지역본부 중심으로 국회 환노위 소속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항의 농성, 4월6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문제점과 피해사례 집담회, 4월9일부터 ‘국회발(發) 임금삭감 STOP! 최저임금 개악 저지를 위한 버스 순회투쟁’을 가졌다. 그리고 현재도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유력 대선후보들은 모두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즉 최저임금 1만원은 2017년 사회적 합의가 완성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당시에 산입범위 확대 공약은 없었다. 그러나 국회는 대통령 공약에 역행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산입범위 확대는 노동조건 개선투쟁을 통해 쟁취한 성과인 상여금, 복리후생수당 등을, 국회가 법을 개악해 강제로 빼앗아 사업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는 국회가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며 나아가 헌법 제33조 ‘노동3권’을 부정하는 행태이다. 

국회는 지금 당장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대신 최저임금 적용범위 확대를 논의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바람직한 국회의 역할이다. 

민주노총이 제안하는 최저임금법 개선방향

최저임금법은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임금수준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최저임금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존재하고 있다. 가사노동자는 최저임금법 적용조차 받지 못하고 있으며, 수습노동자는 감액 적용을 받고 있다. 모두 개선돼야 한다. 최저임금 적용 배제 대상으로 규정된 장애노동자들의 경우도 법의 취지에 맞춰 최저임금법을 적용해야 한다. 다만, 장애 정도에 따라 감액된 최저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그 차액을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급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이런 적용범위 확대 등 13개의 최저임금법 개선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그 가운데 2가지 더 소개한다면 도급인의 책임 강화와 소상공인도 웃으며 장사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다. 우리나라는 수 차의 도급관계로 계약이 형성돼 있으며 3차 또는 4차 하도급 업체는 지불능력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원도급자가 하도급 대금을 조정하도록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 관련 제도 개선도 절실하다.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원청 부담 의무화, 공공부문 입찰계약시 최저임금 인상분 자동연동, 가맹수수료 반값 등 프랜차이즈 갑질 근절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반값임대료 실현, 세제지원,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도 시급하다. 끝으로 소상공인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방안도 더욱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