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의 핵심은 노동헌법 쟁취투쟁이다

[노동절 특집 기고] 노동자의 밥과 기본권, 그리고 노동헌법

2018-05-01     김성란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

30년만의 촛불항쟁 주역, 노동자와 국민은 항쟁이 그려낸 새로운 한국사회를 담을 가장 큰 그릇인 헌법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한 대로 촛불항쟁 이전의 낡은 역사에 갇힌 채 정쟁만 벌여온 자유한국당 등 정치집단의 임무 방기로 6.13지방선거 때 개헌 동시투표는 물 건너갔다. 하지만 촛불항쟁의 힘이 밀어가는 개헌정국은 지방선거 이후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항쟁의 광장에서 외쳤던 새 사회에 대한 열망과 요구는 기필코 새로운 헌법을 쟁취하는 강렬한 힘으로 작동할 것이 분명하다.

그 누구보다 노동자가 개헌에 주인답게 나서야 한다. 왜? 헌법이 노동자의 밥과 권리를 규정하기 때문이다. 모든 법률은 가장 상위법인 헌법의 하위 제도다. 현행 헌법의 독소조항을 그대로 두고 노동법만 개정한다고 해서 노동기본권이 전면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설령 노동법 개정을 쟁취한다고 해도 자본은 반노동자적 독소조항이 가득한 현행 헌법을 무기삼아 허구한 날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청구를 해대며 노동법을 무력화시키려 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비근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노동자의 파업투쟁은 왜 맨날 불법 시비에 시달려야 할까. 합법파업이 하늘의 별따기가 된 이유도 바로 노동3권의 목적 범위를 임금 등 ‘근로조건 개선’만으로 국한시켜놓은 헌법 33조1항에서 비롯된다. 수십 년간 자본과 정권은 이 조항을 무기 삼아 민영화 반대, 노조파괴 분쇄, FTA 반대도 모두 노동3권의 목적인 근로조건 향상 범위를 벗어났다고 주장하면서 불법파업 딱지를 붙여왔다. 지금 헌법에 이런 반노동자적인 독소조항들이 수두룩하게 널렸다. 노동3권의 온전한 보장과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비롯한 노동기본권 전면 쟁취를 위해서는 노동헌법을 반드시 함께 쟁취해야 한다.

30년 만에 노동자 민중은 다시 한 번 노동자 민중의 헌법을 쟁취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냈다. 이 기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하는 것도 아니고, 300명 국회의원들이 주도하는 것도 아니다. 촛불항쟁 광장에서 외쳤던 사람중심, 노동중심의 새로운 사회를 향한 철학과 가치, 지향과 요구를 완성시키고자 하는 촛불민중의 힘이 열어낸 기회이다. 촛불항쟁을 민중 스스로 완성해가는 또 하나의 연속 투쟁이다. 30년 전 노동자 민중은 항쟁의 주역이었지만 당시 항쟁의 힘으로 노동자 민중의 기본권을 전면 확보하는 개헌을 쟁취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소수 정치인의 손에 맡겨진 30년 전 개헌은 수십 년 군사독재정권의 장기집권용으로 개악을 거듭해온 각종의 반노동, 반민주적 독소조항을 그대로 남긴 채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리의 삶을 옥죄었다.

10차 개헌의 핵심은 바로 2천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노동과 삶의 질을 높여낼 노동헌법으로 개헌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제와 군사독재정권이 ‘당신은 성실하게 시키는 대로 일하는 근로자일 뿐이지 노동자는 아니다’라고 강변해온 현행 헌법을 뜯어고쳐 ‘노동자’라는 이름부터 찾아와야 한다.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국제노동기구(ILO)에서 20년 전부터 권고한 특수고용노동자, 교사·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교섭할 권리, 파업할 권리가 우리사회의 보편적 규범으로 공식화되는 개헌이어야 한다.

‘해고는 살인이다’는 구호가 넘쳐나는 나라에서 모든 노동자의 ‘일할 권리’가 국가 차원에서 보장되는 나라로, 재벌의 탐욕이 무한대로 보장되는 살인적 양극화 체제를 넘어 노동자의 이익균점권 보장 등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주어지는 공정한 나라로, 문제는 자본이 만들고 책임은 노동자가 지는 ‘노동자 고통전담’ 사회를 불식하고 노사공동결정제나 노동자 경영참가를 헌법적 권리로 보장하는 나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포함해 고용형태나 성별 등에 의해 차별받지 않고 실질적 평등권이 실현 되는 나라로….

바로 수십 년간 외쳐온 노동자의 요구를 헌법에 담아내는 것, 이것이 이번 개헌의 핵심이며 노동헌법 쟁취투쟁이다. 

▲ 사진 :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