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시사평론 겉과속 – 2018년 4월30일

2018-04-30     안호국 시사평론가

1. 망나니보다 더 망나니 같은 일

침략이나 제도 변화 등 외부에서 몰려오는 위기에 처한 집단은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위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대표자를 뽑는 것은 그중에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능력 있는 지도자는 원한다고 마련되지 않는다. 알맞춤한 인물을 찾기도 어렵고, 그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부적격한 인물이 이런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중 가장 극단적인 경우는 능력도 자질도 없는 막가파 인물이 위기에 처한 집단의 수장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지혜와 힘을 가진 장수를 내세워 장검을 휘두르게 할 수 없으니, 망나니에게 칼춤이라도 추게 해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황당한 선택이지만 이런 예는 드물지 않다.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 이명박과 박근혜도 이 경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자신들이 지키려고 하는 바가 정당하지 못하거나, 다른 이들의 지지와 이해를 받기 어려울 때 흔히 이런 엽기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싸울 용기와 각오가 부족해서 자기가 나서기는 싫으나, 이익은 지키고 싶을 때도 이런 방법을 찾게 된다. 물론 결과가 좋을 리 없다.

대한의사협회는 얼마 전 최모를 차기 회장으로 선출하였다. 최모는 박근혜 정권 시절 일베로 명성을 떨친 사람이다. 일베들의 글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그의 주장은 천박함과 저열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국정농단 적폐들이 다 망하고 촛불혁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일베라면 온 사회가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사람을 단체의 대표로 뽑았으니 세상이 의아해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으니 이 일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의료보험 적용대상을 대폭 늘리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시행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개업의들의 처지가 지금보다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또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은 누구나 가지는 권리이기도 하다. 의료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사적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현실과 공적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 요구 사이에서 여러 가지 갈등을 겪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의료라는 이유만으로 소자본가인 의사들에게 손해를 감수하고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말 못할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기존에 누려온 이익들을 침해받지 말아야 하는 자기들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신이 누리는 그 어떤 것이 보호받아야 하는 소중한 권리가 되기 위해서는, 합당한 사회적 기능이 있어야 하며 사회구성원들로부터 일정한 신뢰를 받아야 한다.

물론 의사는 교육과 더불어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의료를 담담하고 있는 직종이므로 일정한 사회적 보장과 대우를 하는 것이 필요하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그에 맞는 역할을 해왔으며 사회적 신뢰를 받고 있는가 하는 것은 따져보아야 한다.

일베충을 자기 대표로 선출한 대한의사협회의 엽기적 행보,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역사적 요구에 역행하는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대의 어느 의사가 사경에 빠진 농민 백남기에게 과도한 수술과 연명치료를 강행하고, 엉터리 사망진단서를 발부했을 때 일부 학생들과 의사 몇몇을 제외한 절대다수 의사들, 그리고 그들의 단체인 대한의사회는 침묵으로 방조하였다.

당시 그 대학병원은 너무도 뻔한 사실이었음에도 ‘의사의 전문적 소견은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고칠 수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전문가로서 객관성과 의료인으로서 양심을 내다버린 행위에 이 규범을 적용하는 것은 책임회피일 뿐이었다. 실제로 그들은 정권이 바뀌자말자 그 진단을 황급히 수정하였다.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최모와 같은 인물을 내세워 자기 이익을 지켜보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촛불혁명의 시대에 일베를 대표로 뽑는 망나니보다 더 망나니 같은 일은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는 집단만이 벌일 수 있는 일이다.

▲ 사진 : 뉴시스

2. 망나니의 망나니춤

세계를 놀라게 하고 남과 북을 감격케 한 4.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에 대해 시비질을 하는 무리가 있다. 온 세계를 뒤져도 찾기 힘든 이 유별난 집단의 하나는 자유한국당이다.

자유한국당이 ‘위장평화쇼’, ‘어처구니가 없다’는 등의 억지를 부리는 것은 분단적폐의 소굴이므로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가 내뱉는 막말 또한 그의 사람 됨됨이를 볼 때 영영 고칠 수 없는 습성이기도 하다.

국민이 확인한 것은 그들이 하는 주장이 아니라, 분단적폐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새 시대로 나아갈 수 없다는 엄중한 현실이며, 자유한국당과 그 떨거지들은 없애야 하는 낡은 시대의 오물일 뿐이라는 명확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유별난 행진에 나선 자가 또 있다. 판문점 선언을 ‘대국민 기만 누더기문서’, ‘기만적 비핵화 쇼‘라고 비난한 ’대한의사협회 회장당선자‘ 최대집이 그 장본인이다.

대한의사협회와 의사들은, 이것은 최대집의 개인견해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를 자신들을 대표하는 단체의 회장자리에 앉힌 것은 스스로 한 선택이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의료보험 확대적용 저지’라는 이익을 바라고 이를 묵인 방조하였다.

최대집이 그 자리를 자기의 시대착오적인 생각, 병든 가치관을 주장하는 곳으로 이용하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망나니에게 칼을 쥐어주면서 그 자가 망나니춤을 출줄 몰랐다거나 그 춤이 자신들과 상관없다고 하는 것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하지만 홍준표나 최대집 같은 자들이 어떤 망나니 춤을 추건, 판문점 선언으로 역사의 새 시대는 시작되었고 도도한 흐름은 꺾을 수 없다.

이를 되돌려 보겠다고 어리석게 책동하는 자들은 그가 누구이건 낡은 시대와 함께 내버려질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민국의 의사들이 그 오물이 되기를 원한다면 누가 굳이 말리겠는가. 각오 단단히 하고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