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의에 노동계 반발

민주노총, 환노위 회의 앞두고 15일부터 국회 앞 농성 등 투쟁 예고

2018-03-14     강호석 기자
▲ 지난 1월30일 열린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규탄, 최저임금 제도개악 저지’ 민주노총 결의대회 모습 [사진 : 뉴시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오는 16일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어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내용이 담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산입범위 확대 개악을 중단하라”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국회로 모이고 있다. 

앞서 노·사·공익위원 각 2인씩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소위원회는 지난 6일 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지만 노동자위원들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킨다”며 강하게 반발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자 소위 결렬 바로 다음날인 7일, 국회 환노위는 오는 16일 고용노동소위, 20일 전체회의를 열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다룬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제도개선 소위 결렬 직후 유감 성명을 발표해 “정기상여금과 숙박, 식대 등 임금과 현물로 지급되는 모든 복리후생금품을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사용자측의 터무니없는 주장은,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저임금법의 근본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명백한 ‘개악’”이라고 규탄했다. 

한국노총도 “최저임금 제도개선 소위 합의 불발이 정부‧국회의 일방적 제도 개악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최저임금법에는 기본급·직무수당·직책수당 등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이 최저임금에 산입되며, 상여금을 비롯해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식대, 교통비 등 각종 수당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환노위 홍영표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소한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에 산입할 필요가 있다”,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지난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것처럼 이번에도 환노위에서 최저임금 개정안을 강행처리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환노위 회의가 진행되는 기간을 ‘비상시기’로 규정하고 대응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5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동배제 최저임금 개악 일방강행 저지’를 위한 대표자 기자회견을 가진 다음 지도부가 농성에 들어간다. 또 환노위 전체회의가 열리는 20일 저녁까지 결의대회와 문화제 등 집중투쟁을 벌려 최저임금법을 개악하려는 국회 논의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당사자들도 현장 투쟁에 나섰다. 각종 수당과 성과급이 최저임금 안에 편입되거나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등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는 시도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마트노동자들은 “700조 원이 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놓은 재벌은 규제하지 않고 연봉 2000만 원 남짓한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수당과 상여금을 뺏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발하며 16일 고용노동소위와 20일 환노위 전체회의를 막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국의 대형마트 매장 앞에서 1인 시위 등 항의행동을 시작했으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반대 등의 내용이 담긴 ‘최저임금 당사자 의견서’에 서명을 받아 오는 16일 더불어민주당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진보정당도 목소리를 보탰다. 민중당은 13일 최저임금 노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보수정당 소속이 아닌 환노위 국회의원은 재벌의 요구를 실현할 것인지, 최저임금 노동자의 입장을 실현할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면서, “재벌과 기업들의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편법·불법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개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