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서 우리민족이 최고의 장면 만들었다”

4박5일 평창 방문한 해외동포응원단 미국·유럽·일본 대표 인터뷰

2018-02-13     강호석 기자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단일팀) 선수들을 응원하러 온 해외동포응원단(6.15공동선언실천 해외측위원회)이 4박5일 일정을 마무리하고 지난 12일 서울로 향했다. 
미국·유럽·일본을 대표해 평창에 온 응원단은 단일팀 시합을 경기장에서 응원하진 못했지만 “오길 잘했다”, “좋은 날에 또 만나자”면서 밝은 얼굴로 작별인사를 나눴다. 
4박5일 응원단과 동행하며 신필영(6.15미국위 대표위원장), 선경석(6.15유럽위 상임공동대표), 김지영(6.15일본위 부의장) 대표와 나눈 얘기를 정리했다.[편집자]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후 하늘의 전투기가 여객기로 바뀌고, 땅의 전투기가 관광버스로 바뀌고, 바다의 군함이 여객선으로 바뀌고 남북이 잘 지냈다. 이제 다시 6.15시대가 열릴 해다.”

동포들과의 만남 "당연한 일"

▲ 6.15남측위원회가 준비한 환영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신필영 6.15미국위원회 대표위원장.

6.15시대가 다시 열리자 신필영 위원장은 갑작스레 채비를 하고 고국 방문길에 올랐다. 그는 “미국에서 많은 응원단을 꾸려서 오지 못해 아쉽고 미안하다”는 말로 동포애를 표현했다. 

지난 1월1일 북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남측이 화답하면서 일사천리로 구성된 남북해외응원단. 지난해 12월31일까지도 올림픽 공동응원단은 예상치 못했던 터였다. 

2월 부모님 기일에 맞춰 고국을 방문하려 했던 선경석 대표도 서둘러 일정을 앞당겨 비행기를 예약했다. “6.15시대 당사자로서 오랜만에 찾아온 남북해외 동포와의 만남에 꼭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는 선 대표는 “2010년 5.24조치 이후 남북교류가 꽉 막힌 상황에서 독일 등 유럽의 동포들은 작은 자체 행사를 마련해 6.15와 8.15를 기념해 왔다”면서 오랜만에 찾아온 남북해외한마당에 함께하는 것은 그에게 “당연한 일”이었다. 

김지영 부의장은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에 소속된 대학생, 청년들을 이끌고 평창에 왔다. 일본 참가자들은 서울로 출발하기 전 응원단 출정식도 가졌다. “회원들이 응원 잘 하고 오라면서 스키장에서나 사용할법한 두꺼운 방한용품을 선물했다. 강원도 겨울 날씨는 영하 20도 보다 더 춥다면서….” 재일동포들의 뜨거운 환송을 받으며 고국을 방문했다. 

“마치 동네사람 만나 악수하듯”

“해외 응원단으로 단일팀을 응원하러 간다고 하니 일본인들이 다들 부러워했다. ‘경기장엔 입장권이 없어서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못했다. 그래도 평창에 있으면서 아쉬움 없는 일정을 보내고 간다. 이게 바로 작은 통일 아닌가.” 

평창에서 본 최고의 장면은 무엇일까? 김지영 부의장은 10일 황영조기념체육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한마당과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공동응원전에 참가하면서 “2005년의 감동을 그대로 느꼈다”고 말했다. 

▲ 김지영 6.15일본위원회 부의장.

2005년은 김 부의장에게 특별한 해였다. 그해 8월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해외공동행사(8.15민족대축전)에서 남·북·해외측 대표가 한명씩 나와 축전의 개막을 선언했는데, 해외측 대표가 바로 그였던 것. “‘통일은 됐어!’라고 적혀 있던 대형 현수막이 눈에 선하다.” 이번 민족화해한마당에서 “통일”이란 두 글자를 보고 남북교류가 한창이던 당시의 벅찬 감정이 되살아난 걸까? 

신필영 위원장도 “4박5일 짧은 기간이지만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고의 장면을 만들고 있다”며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얘기를 이어갔다. “평창올림픽은 분단된 민족이 잠시 만나서 함께하는 행사가 아닌 이미 통일된 상태에서 하는 축제처럼 느껴진다. 마치 동네사람 만나 악수하듯 남북의 대표가 너무 자연스럽고 진실된 악수를 나눴다.” 

남북해외 공동응원은 “기이한 응원”이라고 표현했다. “경기장에 들어갔거나, 못 들어갔거나 똑같은 심정으로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이처럼 기이한 응원이 어디 있겠나? 스크린 응원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선수들 바로 뒤에서 응원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닷새 가운데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최악의 장면은 “미국 부통령!”. 신 위원장은 “미국시민권이 있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며 작심한듯 말을 이었다. “천안함 기념관에 가고, 웜비어 부친을 초대하고, 탈북자를 면담하고…. 각 나라 고위급 대표가 서로 악수하는데도 북측 김영남 위원장을 피해 도망가듯 빠져나갔다. 땅덩어리이만 크지 남의 잔칫집에서 소인배 짓을 하고 갔다.”

“우리민족끼리가 답이다”

대표단 모두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우리민족끼리 통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필영 위원장은 10일 민족화해한마당 무대에 올라 남북해외 동포들에게 “올해야 말로 서울에서, 평양에서 민족공동행사 전민족대회를 기필코 성사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위원장은 평창에 도착해 동포들이 있는 곳곳에서 “남북 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 70주년 맞는 올해 반드시 성사되도록 6.15를 경험한 세대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남녘동포들, 특히 원로선생들이 적극적으로 화답해줘 큰 힘을 받고 간다”고도 했다.

▲ 한충목 6.15남측위원회 공동대표와 얘기를 나누는 선경석 6.15유럽위원회 상임공동대표(오른쪽)

선경석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더욱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교류협력을 이뤄내고, 북미간 대화의 장을 만들어 민족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 독일에서도 남북의 문화·예술·체육교류 및 경제활성화를 위해 한몫 단단히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결의도 밝혔다.

신필영 위원장이 평창을 떠나기 전 말을 남겼다. 올림픽 이후 재개될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앞두고 ‘우리민족끼리의 힘’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민족의 힘을 이길 수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완전히 망쳐놓은 남북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이 그 시작이다.”

해외측 대표단은 마지막 평창 일정으로 개막식이 열린 주경기장을 둘러본 뒤 남북응원단에게 격려의 인사를 남기고 서울로 이동했다. “6.15든 8.15든 곧 올 민족경사에서 다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