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미 국무부 “빅터 차, 대사 내정된 적 없다” 구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 정례브리핑서 “기자들이 앞서 나간 것” 강변

2018-02-02     김동원 기자
▲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사진 : 뉴시스]

미국 국무부가 최근 주한미대사 내정자에서 낙마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주한미국대사 후보로 지명된 적이 없다고 강변해 구설에 올랐다. 그러면서 탓은 언론에 돌렸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빅터 차 CSIS 석좌의 대사 지명 철회 보도에 대한 논평을 요청 받자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가 차기 주한미국 대사로 내정된 적이 없다”면서 “기자들이 앞서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전했다. 언론이 앞서나갔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10일께 우리 외교부에 아그레망(주재국 사전동의)을 요청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번 차 석좌가 낙마한 직후엔 다시 우리 외교부에 미국이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일 언론브리핑에서 “미국측은 한국측과의 적절한 협의 이전에 관련 상황(차 석좌의 낙마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서도 우리 측에 대해 양해를 구하여 왔다”고 밝혔다. 

아그레망 절차를 마쳤다는 것은 두 나라가 대사 임명에 합의했다는 뜻이다. 백악관이 우리 정부에 아그레망을 요청하고, 다시 이를 철회한 것에 양해까지 구했는데도 차 석좌가 주한미대사 후보에 지명된 적이 없다고 외교를 담당한 국무부가 강변하는 것은 주재국을 업신여긴다는 비판을 들을 만한 행태다. 

그래서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1일 MBC 뉴스와 인터뷰에서 “보통 아그레망이 전달이 된다는 건 거의 모든 임명 절차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고(중략) 그런데 이거를 다 끝내놓고 낙마를 시킨다는 것은 상당한 외교적인 결례”라고 지적했다. 

대사 내정자를 돌연 바꾸는 행태도 문제지만 사전에 주재국에 아무런 설명도 없는 것은 안하무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MBC 뉴스는 “과연 한국과 미국이 동맹국이 맞나 싶을 정도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동맹을 운운하지만 우리 정부를 얕보고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