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자기가 만든 인권조례 폐기하는 반인권집단”

자한당 도의원들, 충남인권조례 폐지 추진에 녹색당·충남 인권위 등 반발

2018-01-17     김동원 기자
▲충남도 인권위원회 위원들이 17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의 ‘충남인권조례 폐지’ 추진에 강력 반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 :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충남도의회에서 자기들이 제정한 인권조례(충남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없애겠다며 폐지 조례안을 발의, 물의를 빚고 있다. 지역 인권위원회는 물론, 진보정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충남 인권조례는 지난 2012년 5월 당시 자유선진당과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주도적으로 발의해 제정했다. 더욱이 자유선진당은 그해 말 새누리당과 통합했다. 게다가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2015년 10월 현 충남도의회 재석 의원 36명 가운데 35명 찬성으로 현재의 ‘인권조례 전부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러던 자유한국당 도의원 26명이 지난 15일 ‘충남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입법 예고했다. 자기네가 제정하고 개정한 인권조례를 5년여 만에 아예 폐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충남권의 일부 기독교계가 조례 폐지를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엔 둔 행태로 보인다.

현재 전국엔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충남 등 16곳에 인권조례가 제정돼 있는데 도의회가 직접 나서 폐지를 시도하는 곳은 충남이 처음이다. 

녹색당은 17일 ‘자기가 만든 인권조례 스스로 폐기하려는 자유한국당은 반인권 집단이다’란 제목의 논평을 내 “각 지역에서 인권조례를 폐지하거나 제정을 막으려는 혐오세력의 시도는 끊임없이 있어왔으나, 도의회가 직접 나서 인권조례 폐지안을 상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충남도의회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도의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녹색당은 “지자체 인권조례는 헌법상 평등권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국제 인권규범의 지역화를 위한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고 행정서비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규정한다”고 인권조례의 기본 취지를 환기하곤 “혐오세력의 무도한 떼쓰기에 도의원들이 직접 나서 자신들이 스스로 입법한 인권조례를 폐기하는 안을 발의했다는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현재 충남 인권조례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하고 있지 않아, 그 미비를 보완해 개정하는 것이 도의회의 의무다. 자한당 충남도의원들은 의무 방기를 넘어 차별과 혐오에 도리어 적극 나서고 있으니 당과 의원들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충남도 인권위원회도 이날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한국당 소속 충남도의원들의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발의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짓밟고 독재시대로 돌아가려는 것이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을 발의한 도의원은 자유한국당 24명, 국민의당 1명 등 총 26명으로 알려졌다. 충남도의회 의원 구성이 자유한국당 27명, 더불어민주당 11명, 국민의당 2명 등 총 40명으로 이번 발의안에 참여한 의원들만으로 인권조례 폐지안 통과는 가능하다. 하지만 도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도지사가 거부하면 도의회는 의원 3분의 2 이상(27명)의 동의를 얻어야 폐지안을 재의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