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조선산업 위기, 어디서 왔나?

[기획]조선산업 구조조정, 그것이 알고 싶다(1)

2016-06-06     강호석 기자

세계 1위를 자랑하던 한국의 조선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20여개의 중소형 조선소는 말할 것도 없고, 빅3(현대, 대우, 삼성)마저 경영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2만5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고 쫓겨난다. 민플러스가 조선업 위기의 원인과 현황을 진단하고, 인력 구조조정의 실태를 심층 분석했다. 아울러 노·사·정이 내놓고 있는 대책도 함께 따져봤다. [기획]‘조선산업 구조조정, 그것이 알고싶다’는 (1) 조선산업의 위기, 어디서 왔나 (2) 조선산업은 정말 사양산업인가 (3)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한가로 구성된다.[편집자]

부동의 세계 1위 한국 조선산업

[자료 허민영 신원철(2009) 인용]

일본을 앞질러 세계1위 자리를 차지한 한국 조선업은 컨테이너선,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주력하면서 2007년까지 10년간 ‘초활황기’를 누린다(그림1). 이 기간 저임금 하청노동자 중심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추가 이윤을 더 확보한다. 2008년 기준 조선업 종사 노동자 15만 명 중 하청이 8만6천여 명(2000년 대비 2배 증가)으로 과반을 넘어섰다. 조선업 붐이 일자 중소형 조선소가 급증하고 해외 진출(현대중공업: 베트남, 대우조선해양: 중국, 삼성중공업: 중국, 한진중공업: 필리핀)에도 열을 올린다.

조선산업 미국발 금융위기 직격탄 맞다

그런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순식간에 세계경제를 냉각시켰다. 이렇게 실물경제가 위축되자 곧바로 해상물동량이 급격하게 줄었다. 선박을 사고파는 해운시장엔 거래가 사라졌다. 세계 조선시장엔 수주 취소와 인도지연 사태가 줄을 이었다. 조선가(價)와 운임료는 끝없이 추락하며 파국을 맞는다. 2010년과 2013년 일시적으로 반등을 이루기도 했으나 세계 조선시장은 장기 침체에 접어들었다(그림2).

[자료 클락슨Clarkson 인용]

공급 과잉이 부른 재앙

2008년부터는 신(新)조선 수주도 급감했다(그림3). 그 동안은 수주 잔량으로 버텼지만 2014년에 들어 그것도 바닥에 이르자 일제히 경영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국내 조선3사(현대, 삼성, 대우)의 영업 손실은 총 10조9천억 원(현대: 4조7천억원, 삼성: 1조5천억원, 대우: 4조4천억원)에 이르고(그림4), 공급 과잉이던 중소형 조선소는 더 상황이 심각해져 구조조정 7곳(자율협약 3곳, 법정관리 4곳), 폐업 11곳으로 초토화된다.

[자료 각사 감사보고서 인용]
[자료 각사 감사보고서 인용]

해양플랜트에서 대규모 적자 발생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불황의 탈출구를 찾던 조선3사가 2010년 일제히 해양산업에 뛰어들었는데 이것이 패착이 된다. 해양플랜트란 해양자원(석유, 가스)을 시추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건조하는 산업. 당연히 유가(油價)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치열한 영업활동으로 해양플랜트 수주 잔고가 3사 평균 20조원을 상회하고 산업 비중이 절반을 넘을 정도로 커진다. 그런데 이때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에 성공하자 석유 생산국들 간에 유가전쟁, 속칭 ‘치킨게임’으로 유가가 폭락한다.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60달러 미만으로 거래되자 석유를 뽑아낼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 7천억 원에 달하는 드릴쉽(석유 시추선) 계약이 취소되고,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그림5).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해양플랜트 시장에 뛰어들다보니 참극을 낳은 것이다. 조선3사의 2014년 대규모 적자는 대부분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발생했다.

[그림5 자료 각사 감사보고 인용]

사라진 일자리 2만5천개

2014년부터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하고, 조선3사의 경영부실이 가시화되면서 드디어 인력 감축이 시작됐다. 조선3사는 정규직 감원에 착수한다. 2015년 현대는 1500명, 대우는 200명의 관리직을 감원한다. 2016년 현대는 3천명에 이르는 사무관리직(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고 있다. 대우는 2천여 명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대규모 감원 사태다. 2014년 말부터 최근까지 현대에서는 8530명, 대우에서는 534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그림7, 8). 특히 대우의 해양플랜트 사업이 마무리되는 6월에 1만에 이르는 사내하청 일자리가 사라진다. 조선산업 경영 실패의 후과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