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수치’만 있을 뿐 원인과 대책은 모르쇠?

용산대책위 등 ‘용산 미군기지 전면적인 내부오염조사 및 오염정화’ 촉구

2017-12-05     권순영 현장기자
▲ 용산미군기지 온전한 반환을 위한 대책위원회(용산대책위)와 불평등한 한미SOFA 개정 국민연대(SOFA개정 국민연대)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미군기지 전면적인 내부 오염조사 및 오염정화’를 촉구했다. 

지난달 29일 한국 정부와 주한미군은 ‘용산미군기지 지하수 환경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기지 내부는 지하수 조사관정 25곳 중 17곳에서 오염도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특히 벤젠의 농도가 기준치의 무려 672배에 달한 관정도 파악됐다. 총석유계탄화수소(TPH)는 12.5배, 톨루엔은 7.6배, 에틸벤젠은 6.4배, 크실렌은 13.1배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모두 인체에 매우 유독한 오염물질들이다. 

이에 ‘용산미군기지 온전한 반환을 위한 대책위원회(용산대책위)’와 ‘불평등한 한미SOFA 개정 국민연대(SOFA개정국민연대)’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미군기지 전면적인 내부 오염조사 및 오염정화’를 촉구했다. 

김은희 ‘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 대표는 “미군측이 2003년에 내부오염을 모두 정화했다고 발표했음에도 왜 바깥의 벤젠 수치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가”라고 반문하곤 “내부가 정화되지 않았거나, 서울시민들이 모르는 다른 유출사고가 일어난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이번에 발표한 결과는 작년에 조사한 결과에 불과하다”면서 “정부와 주한미군이 공개한 내용 또한 ‘수치’만 있을 뿐 벤젠이 기준치의 672배가 나오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권정호 변호사(SOFA개정국민연대 집행위원장)는 “애초 정보공개를 거부하던 미군당국이 최근 오염실태를 공개하기로 입장을 바꾼 이유가, 정보공개에 합의하면 오염 정화비용을 한국정부의 방위비분담금으로 해결하기로 하는 이면합의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거듭 의구심을 표하면서 “이런 우려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권 변호사는 또 “만약 그렇다면 부평에 있는 캠프마켓을 비롯한 모든 미군기지의 정화비용이 우리국민의 혈세로 나간다는 것인데,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경계하곤 “촛불의 힘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 환경부가 미군에게 한미합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며 환경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최나영 용산대책위 공동대표(민중당 서울시당 공동위원장)는 “미군이 남의 나라 땅에서 남의 돈으로 남의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면서까지 주둔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주한미군의 오만을 꼬집곤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자”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회견문을 통해 "심각한 오염이 방치된 채로 시간이 흘러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으며, 정화 계획은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규탄하며 ▲용산기지 내부조사 결과에 대한 최종보고서 및 한미당국의 입장, 계획에 대한 즉각 공개 ▲용산 미군기지 내부 전체에 대한 토양지하수 오염조사 실시 ▲한국 국내법 기준에 맞춰 주한미군이 정화 방안 마련 및 시행 ▲실효성 없는 SOFA 환경조항 개정을 요구했다. 

용산대책위는 연말까지 매주 4회(월, 수, 금, 토) ‘환경평화용산행진’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 서울시민들이 용산기지 오염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대책을 함께 마련할 수 있게 공청회를 갖고, 미군기지 오염문제가 발생한 다른 지역의 단체들과 공동대응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