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조선일보, ‘평화’ 외친 한강 기고마저 트집”

조선일보, 10일자 ‘만물상’서 “누가 한국인 대변 자격 줬나” 억지에 질타

2017-10-11     김동원 기자
▲한강 작가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문제 삼은 조선일보 ‘만물상’ [사진 : 민언련 홈페이지 갈무리]

한강 작가가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으로 기고한 것을 조선일보가 문제 삼자 민주언론시민연합이 “‘평화’ 외친 기고마저 트집 잡는 조선일보”라고 반박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10일 저녁 홈페이지에 올린 신문모니터 보고서에서 한 작가의 기고에 대해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북미 간 갈등이 험악해지면서 실존하는 전쟁 위기를 지적했단 점에서 국제 사회의 호응을 얻고 있었지만, 조선일보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며 이렇게 꼬집었다.

민언련이 비평의 도마에 올린 것은 10일자 조선일보 ‘만물상’ 꼭지에 실린 김태익 논설위원의 <한강의 뉴욕타임스 기고>란 제목의 칼럼. 김 논설위원은 여기서 한 작가의 “한반도 위기 상황을 보는 관점”을 문제 삼았다. 

먼저 한 작가가 기고문에서 “모든 전쟁은 인간을 ‘인간 이하’의 상태로 만든다”고 한 것을 두고 “그렇다면 핵 도발로 전쟁 위기의 원인을 만든 북한을 먼저 나무랐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한강 씨는 미국의 일간지에서 미국의 시민들을 향해 평화를 호소했다. 그렇기에 생경한 북한의 협박 메시지를 강조하기보다는, 미국 시민들이 뽑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메시지를 인용한 것”이라며 “이를 두고 (조선일보가)‘한강은 문제의 원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트럼프에 더 몸서리를 칠까, 주민을 굶주리게 하며 핵으로 한반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북한 김씨 왕조에 더 몸서리를 치고 있을까’라고 평한 것은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한 작가가 한국전쟁을 ‘대리전’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조선일보가 “명백하게 사실을 잘못 기술한 것”이라고 단정하자 민언련은 “한국전쟁을 당시 냉전체계의 일부 속에서 미소 간 대리전의 양상으로 해석하는 경우는 이전부터 꾸준히 있었다”며 이렇게 반박했다. “전쟁의 원인을 한반도 외부에서 찾는 시각들은 대체로 한국전쟁을 스탈린의 영향력 아래에 시작한 전쟁으로 파악합니다. 그렇기에 한강 씨의 ‘한국전쟁은 강대국들이 한반도에서 자행한 대리전’이란 표현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표현입니다.”

더욱이 조선일보가 “이 글이 필자 개인 의견을 마치 한국인 전체 의견인 것처럼 썼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라고 강변하자 민언련은 “뉴욕타임스에 기고하는 것은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라고 맞받았다. 이어 조선일보가 “누가 그에게 북핵과 한반도 전쟁 위기에 대해 한국인을 대변할 자격을 주었나”고 따지자 민언련은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음에도 ‘자격’ 운운하며 트집을 잡는 모습은 구차해 보일 뿐”이라고 혀를 찼다.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이런 반응은 ‘남북 대화 혐오증’에 기인한 주장으로 보인다”면서 “이 (북한 김정은)정권이 가진 폭력성을 억누르고 최소화하려면 무엇보다 평화로운 방법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한강 씨의 기고문은 ‘승리로 귀결되는 어떠한 전쟁 시나리오도 없다’는 부제를 달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