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촉구

광화문광장서 시민 2000여명 참가… 백남기투쟁본부 “사건 완전히 해결해야”

2017-09-24     김동원 기자
▲23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 [사진 : 뉴시스]

‘생명평화일꾼 고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가 23일 저녁 백남기투쟁본부 등 정당·단체 회원과 시민 등 2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됐다.

고인은 지난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하던 중 경찰의 물대포 공격에 맞아 쓰러진 뒤 317일간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가 지난해 9월25일 유명을 달리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이날 대회에서 “위대한 촛불의 힘으로 ‘나쁜 정권’을 쓰러뜨리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이제야 서울대병원은 (고인의)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정정하였고, 1주기를 앞둔 지난 19일 정부는 ‘백남기 농민 사건은 공권력의 난폭한 사용으로 인한 사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공식 사과를 했다”면서 “백남기투쟁본부는 정부의 사과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의 과제가 남아있음을 확인하고, 다시는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오늘 추모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대회 추모사에서 “우리가 백남기 농민을 사랑하고 마음속 깊이 추모하는 것은 그 분이 박근혜 정권의 폭력에 억울하게 돌아가셨기 때문만이 아닐 것”이라며 “백 농민의 삶과 정신이 우리사회를 깨끗하게 하고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분은 불의 앞에 항거하고 진리 앞에 주저함이 없었다”고 그의 희생을 기렸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사회대개혁을 지체 없이 진행해야 하며 특히 농업을 살리기 위한 책임 있는 개혁조치를 실행해야 한다”면서 “백남기 농민의 1주기가 됐지만 쌀값은 박근혜 정부 때와 똑같이 30년 전 수준이다. 쌀 1kg에 1700원도 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농민들이 최소한 요구하는 1kg에 3000원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농업을 살리는 개혁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민문정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추모사에서 “우리는 그 날의 차벽이, 물대포가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배반하고 공권력을 불법 사용한 것임을, 그로 인해 안타까운 죽음이 일어났음을 확인했다”면서 “이제 남은 것은 책임자 처벌과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검찰은 더 미루지 말고 물대포 국가폭력살인사건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책임자 처벌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19일 있은 정부의 공식사과에 대해 “너무 늦은 사과다. 이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수립으로 지체 없이 나가야 한다”면서 “또 정부가 2015년 11월14일 불법부당한 공권력 사용이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음을 인정한 만큼 그해 민중총궐기로 수감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또한 석방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직무대행은 이어 “백남기 농민이 심은 민주주의 밀알은 바로 우리 가슴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와 평등, 생명과 평화가 숨 쉬는 세상을 만들고자 평생을 노력하셨던 당신의 뜻을 쉼 없이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다시는 공권력에 의해 국민이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를 하려면 다른 무엇보다 책임자 처벌이 분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보다 구체적으로 집요하게 크게 외치면서 기소하고 처벌하라는 싸움을 우리 모두 함께 해야한다. 그 싸움에 저와 세월호 유가족이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추모대회를 찾은 백남기 농민의 큰딸 도라지씨는 “아버지를 기억하시고 많은 분들이 모여 주셔서 감사하다”고 대회 참가자들에게 인사하곤 “(이낙연)총리의 사과말씀 등 국가의 인권 문제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봤지만 7명을 고발한 지 2년이 돼 가는데 아직 기소조차 안 돼서 저희 가족은 속이 타들어간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이라며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이날 추모대회엔 정의당 이정미 대표, 새민중정당 김종훈 상임대표와 윤종오 의원 등 진보정당 지도부가 함께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송경동 시인이 추모시를 낭송했고 이소선합창단과 가수 문진오 씨, 이상은 씨가 각각 추모노래를 불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4개 농민단체가 참여한 ‘농민의 길’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르메이르빌딩 앞에서 ‘백남기 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가졌다. [사진 : 뉴시스]

한편, 이날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4개 농민단체가 참여한 '농민의 길'은 오후2시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사전 농민대회를 갖고 하나로마트 등 농협판매장에서 수입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을 규탄하곤 “농림축산식품부는 1㎏당 쌀값 3000원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사전집회를 마친 농민들은 광화문 중앙광장을 거쳐 종로1가 서린로터리(르메이르빌딩 옆)까지 대형트랙터를 앞세워 행진한 다음 오후4시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백남기 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진행했다. 농민들은 결의문에서 “문재인 정부는 우리 쌀 농업을 지키고자 했던 백남기 농민의 뜻을 받들어 농정대개혁을 실시하라”고 요구하곤 “수천만 촛불로 이룬 정권교체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농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쌀값을 보장하고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한 공약이 하루빨리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