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를 통해 다시 보는 여성의 몸

(사)부산여성회, ‘1회용 생리대 유해물질에 공분한 여성들’ 집담회

2017-09-21     이정아 현장기자

신문지로 말아 검은 봉지 속에 꽁꽁 감춰 은밀히 거래되었던 생리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일회용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그 유해 화학물질이 여성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 문제는 갑자기 ‘핫’해진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끊이지 않는 사회적 이슈였다. 안정성 논란으로 여성들의 불안감이 공포에 이르렀음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대응은 안일하고 소극적이다. 이에 공분한 여성들의 집담회가 최근 부산지역의 대표 여성단체인 (사)부산여성회의 주관 아래 열렸다. 

"생리라는 말은 월경에 대한 완곡한 표현이다. 월경이 나오기까지의 복잡하고 신비롭기까지 한 과정을 성공하지 못한 더럽고 실패한 잔해로 배웠다. 여성 스스로도 자신의 몸에 대해 알아야 하고, 생리대에 대한 지식과 정보야말로 여성 건강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대안으로 수입 면 생리대를 찾는 여성들이 많다. 그마저도 품절 대란이라 구할 수도 없고, 비싼 가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면 생리대를 직접 만들어 쓰거나 국내에 시판이 허용되지 않은 생리컵으로 눈을 돌리는 실정이다. 의약외품에서 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선택의 다양성을 두어야 한다." 

"생리대 문제가, 여성 문제의 해결이 남녀 대결구조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공공재로 지정하고, 안전하게 월경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인공위성을 띄우고, 달나라도 가는 마당에 20년 전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개선과 제도 마련은 뒷전에 특정 제품 죽이기만 강조되는 것이 우려된다." 

"생리대 부작용을 얘기하면 꽉 끼는 옷 때문,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여성 개인 탓으로 돌린다. 여성들의 몸과 마음을 살피는 법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월경 인구의 80% 이상이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고, 평생 약 1만2000개를 소비하고, 이를 위해 약 600만 원 이상을 지출한다. 생리대의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가격만 비싸고, 여성의 건강은 외면하는 기업들을 언제까지 두고 볼 건지 정부에 묻고 싶다." 

당황스러웠던 초경의 추억과 완경('폐경'은 '폐기한다'는 뜻의 남성 중심의 부정적인 낱말이므로 '월경이 완성됐다'는 '완경'으로 표현한다)의 부작용까지 어디에서도 털어놓지 못했던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한데 모으는 뜻깊은 자리였다. 

여성에게 생리대는 끊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생활필수품이고, 일상이자 생명이다. 부산여성회는 여성들의 알 권리, 안전할 권리를 위해, 여성의 건강권 나아가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힘을 모아 끝까지 함께 싸워나갈 뜻을 밝혔다. 

남성과 달리 여성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한 달에 한번 피를 흘린다. 여성의 월경은 불경스러운 것도 마법에 걸린 것도 아니다. 뇌하수체와 시상하부, 난소와 자궁, 갑상선과 콩팥 위샘까지 이에 관여하고,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주기가 늦춰지거나 빨라지며 사라지기도 하는 정교한 여성 건강의 지표이다. 

‘안전한 먹을거리로 국민 행복을 이끌겠다’는 식약처 덕분에 오랫동안 크게 웃었다. “안전한 게 아니라 안 전한 거겠지!” 최근 식약처는 건강 역학조사와 위해성 평가를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충고를 무시하고 휘발성 유기 화합물질만을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피해 제보를 호소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식약처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 있는 답변과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