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15 광화문에 자주의 함성이 넘치게 하자

미국이 한국을 지키는 것인가, 한국이 미국을 지키는 것인가

2017-08-14     현장언론 민플러스

올해로 광복 72주년을 맞는다. 촛불항쟁이 승리한 후 첫 번째 맞이하는 광복절이다. 영화 ‘박열’, ‘군함도’ 등으로 일제침략과 만행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다시금 높아지고, 전국 곳곳에서 ‘위안부 소녀상’, ‘징용노동자상’ 건립운동이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다. 
8.15 당일은 전국에서 1만여 명이 광화문에 모여 오후 3시반부터 ‘8.15범국민대회’를 개최하고, 오후 5시에는 ‘미·일 대사관 인간띠잇기 행사’를 펼친다고 한다. 앞서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는 민주노총의 ‘자주없이 민주없다, 전국노동자대회’를 비롯하여 농민, 여성, 빈민, 청년, 시민단체들이 파이낸스, 세종문화회관, 동화면세점, 롯데백화점 등지에서 자체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부대행사로는 8.15 통일비빔밥 나누기, 코리아 국제평화포럼 연서명운동도 진행된다. 

따지고 보면 일제 패망 이후 분단과 전쟁의 책임자는 미국이었다. 분단 대상국으로 전범국 일본이 아닌 한반도를 택한 것도 미국이고, 38선을 그은 것도 미국이며, 오늘날까지 분단을 영속화하고 있는 것도 미국이다. 미국만큼 한반도 분단으로부터 큰 이익을 얻은 나라는 없다.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민족이었다. 4.19혁명을 뒤집어 엎은 5.16쿠데타 뒤에는 미국이 있었고, 광주학살이 용인된 배후에도 미국이 있었다. 외환위기를 불러일으켜 오늘날 양극화, 헬조선사회를 만든 것도 사실 미국의 책임이 크다.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경제성장에서 미국은 오히려 방해자였고, 억압자였다. 그 세월이 72년이 지나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를 분단시키고 이를 억지로 유지시키면서 단물을 빨아먹을 만큼 빨아먹었으면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다.

불행하게도 해방 72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한반도 핵전쟁위기를 불러오고 있는 것도 사실 미국이다. 북이 핵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먼 배경에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려던 위험한 정책이 있었다. 흥남철수를 비롯해 수많은 이산가족이 발생한 이유도 미국이 한반도에 핵폭탄을 투하하려 한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북이 핵개발이 아니면 안되겠다고 나선 이유도 결국 미국에게 있다. 미국은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거짓말로 세계를 속이고 이라크를 침공하여 후세인 정부를 무너뜨렸고, 아직도 중동지역은 전쟁상태에 있다. 리비아 가다피 정권에게는 핵개발을 중단하면 평화를 보장하겠다고 해놓고서는 결국 무너뜨렸다. 북이 핵을 개발하는 문제만 놓고 보면 미국은 아무 할 말이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미국에게 북핵 개발을 막을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제네바 합의, 9.19공동성명 등 모든 계기를 다 팽개친 것도 미국이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북에게 핵개발 완성의 명분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 걸핏하면 북의 면전에서 전략자산을 총동원한 군사훈련을 연례적으로 벌이고 있는데, 이를 수수방관할 국가가 어디에 있는가. 이러한 모든 행동은 결국 북한붕괴, 북진통일만이 제일이라는 시각이 아니고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북은 살아남았고, 미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을 들고 나타났다. 

지금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미국은 북을 힘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이제 미국이 접을 때다. 이제 미국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를 걸지 말고,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하고, 미국 내에서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미사일 시험 중단이라는 ‘쌍중단’을 선언하고 북과 대화에 들어가야 한다. 이미 북은 지난해에 유엔에서 미국이 훈련을 중단하면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런 북과 대화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그런데 미국은 오히려 전쟁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 북이 굴복할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통해서 원유중단 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하면 북이 굴복할 것이라는 그릇된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도 않겠지만,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결국 전쟁을 하자는 것이다. 그 전쟁이 나서 “수천 명이 사망한다면 그건 저쪽(한반도)에서 죽을 것이고, 여기(미 본토)에서 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인가? 이런 시각의 미 대통령이 주도하는 한미동맹에 한국이 걸 수 있는 기대치는 눈꼽만큼도 없다. 오직 민중의 힘으로 그 광기를 다스리는 것만 남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금 한반도 안보의 실체가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미국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북은 미국본토를 겨냥한 ICBM을 시험발사하고 있는데, 이에 분노한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본토방어용 미사일방어망인 사드배치를 강행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배치에 대한 경제보복, 외교압박을 넘어 성주 타격용 무인전투기를 개발하는 등 군사적 대응으로까지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미국은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한다. 이것이 오늘날 한미동맹의 실체이고 민낯이다. 그것도 동족을 적으로 돌리고, 원수로 삼으며 미국을 위해 봉사하는 어이없는 동맹이다. 이제 미국이 한국을 위해 무엇을 한다는 것은 역사도 아니었지만 현실도 논리도 아니다. 미래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낡은 한미동맹은 관념이자 주술일 뿐이다. 

광복 72년은 예속적인 한미동맹에서 벗어나 다시금 21세기 “자주”를 선언하는 자리여야 한다.
광장에서 시작하여 정부차원의 자주적 균형외교를 시작하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 촛불혁명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 땅의 민중은 이제 어젯날의 민중이 아니다. 미국이 주면 주는대로 먹고 사는 민중이 아니다. 어제는 박근혜 주술과 망령에 벗어났다면 이제는 미국에 대한 주술과 망령에서 벗어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72주년 광복절 축사에 대한 내외의 관심이 지대하다. 한미동맹 일변도의 기존 정책을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달라는 당부만 하고 싶다. 

답은 민중에게 있고, 촛불에 있다. 이미 지리멸렬하고 무기력한 정치권 대신에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것도 촛불민중이요, 지금 반민주적폐, 반민생적폐를 넘어 분단적폐를 근원적으로 청산하는 투쟁의 몫도 결국 민중에게 달려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광기가 한반도에 전쟁의 방아쇠를 당기지 않도록 이제 민중이 나서자. 박근혜 국정농단을 심판한 촛불정신으로 이제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대결정책을 대화정책으로 바꾸어내는 자주의 함성이 광화문에 흘러넘치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