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 전쟁위기 악순환을 끊자

2017-08-11     현장언론 민플러스
▲ 미국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일명 죽음의 백조)가 30일 오전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북한의 미국에 대한 공세가 예사롭지 않다. 괌 주변수역을 겨냥한 미사일 포위사격계획 발표는 그 사안의 성격상 말폭탄 정도로 치부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엄중하다. 이것은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발표이기 때문이다. 적대국이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 영토 인근을 직접 겨냥하여 그것도 공개적으로 사격을 가하겠다고 선포한 것은 역사상 초유의 사태다. 미국으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었다. 미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전면전을 각오하고 군사적으로 맞대응을 할 것인가 아니면 극적으로 정치적 타결을 도모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 말대로 한반도 위기가 임계점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처럼 임계점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정부의 대책 발표는 지극히 안일하고 무책임하다. 청와대는 “북한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것과 “한반도 긴장해소와 평화관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전부다. 외교부 역시 "북 위협적 언사 도 넘어…즉각 중단해야"가 고작이다. 어디에도 국민을 안심시킬 만한 방안이 없다. 또 어디에도 북에 대한 비판만 있지 트럼프 정부의 거센 압박과 도발적 언사에 대한 비판은 없다. 문재인 정부가 계속해서 이런 태도를 취하는 한 한반도 위기 해결을 위한 의미있는 역할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 위기가 극한에 이르게 된 원인은 무엇보다 그간 중국, 러시아 등이 제안한 한미연합훈련의 중단과 북의 핵, 미사일 시험 중지를 매개로 한 북미간 대화를 미국정부가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이 방안은 북한 역시 2015년부터 제안해 온 바이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와 일부 언론에서도 동의하였지만 당사자인 트럼프 정부가 계속해서 받아들이지 않고 끊임없는 비핵화 압박만을 되풀이 해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부 조차 전임 박근혜 적폐정권과 똑같이 미국의 이런 입장에 편승해 비핵화 압박과 제재만을 앞세운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만 하더라도 북한이 ICBM을 시험발사하자 최고 수위의 유엔안보리 결의를 밀어 부치고, 미국 국내법으로 북의 숨통을 막으려는 봉쇄수준의 대북제재법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군사적으로는 ‘예방전쟁’, ‘정권교체’, ‘선제타격’, ‘참수작전’ 등 온갖 살벌한 표현을 동원한 전쟁위협을 가하고 실제로 2척의 항모전단 한반도 파견, B-1B 전략폭격기 한반도 상공 폭격훈련, ICBM 미니트밴3 시험발사, 특수전 무력의 한반도 진출 등을 전개하였다. 여기에 더해 중국에게는 경제제재 위협과 사드 추가배치등의 압박을, 러시아에 대해서는 아예 러시아제재법에 의한 압박을 통해 이들 나라들이 북을 압박하게 하는 일종의 이이제이 전술을 취하고, 미얀마,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게도 북과의 거래단절을 요구해 북한을 총체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시도가 진행되었다. 문자 그대로 북의 굴복을 강요하는 미국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압박과 제재’가 전개되었던 것이다. 당연히 미국의 이런 적대행위가 이달 21일 시작될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훈련으로 이어진다면 정세는 가히 폭발직전에 이를 것이라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예견된 바다. 북한의 괌 수역 사격 발표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사실 북한의 괌 수역 사격계획 발표는 예상을 뛰어넘은 대응이다. 북한은 이 발표 이후 '전민 총결사전'을 주장하고 나섰다. 노동신문은 11일 '조선을 당할 자 세상에 없다'라는 제목의 정론에서 "판가리 결전은 시작되었다"고 군인과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곳곳에서 군인과 주민들의 결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사실상 전면전을 상정한 대비양상이다. 그리고 괌을 겨냥한 발표는 전쟁이 벌어진다면 한반도 만이 아니라 미 본토 또한 전장이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이제 미국의 선택지는 좁혀졌다. 하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앞서 선제타격을 하거나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 요격시스템(MD)을 동원하여 격추하는 등 전쟁에 나서는 길이다. 이런 대응은 반드시 전면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바로 정치적 타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에 나서는 길이다. 더 이상 기존처럼 제재와 압박을 지속하면서 시간을 끄는 방식은 계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운명이 결정적 고비에 섰다.

다행스런 점은 북한이 국가전복혐의로 구속하였던 캐나다 국적의 임현수 목사를 캐나다 총리 특사단의 방북 이후 지난 10일 석방하였다는 점이다. 이에 관여하였던 스웨덴 외교부장관이 “북한에 대한 최선의 접근 방법은 대화”라고 말했듯이 북한은 ‘대화를 통한 해결’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 연일 “화염과 분노”등 호전적 발언을 이어가던 트럼프 대통령도 10일 국가안보회의(NSC) 이후 기자들에게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우리는 항상 협상을 고려할 것” “때가 됐다. 누군가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임스매티스 국방장관도 “전쟁의 비극은 '파멸적'(catastrophic)”,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외교적 접근을 선호한다"고 밝힌 점은 한반도 위기의 극적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일부 호전세력을 제외하고 누구도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지난 25년간 이어져온 한반도 위기의 악순환을 끝낼 때가 되었다. 전쟁위기를 항구적 평화로 전환시키는 길을 열어야 한다. 이 전환의 고리는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북의 미사일 시험 중단이다. 이 이외 한반도 관련국 그 누구도 대화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럼에도 결정적으로 중요한 이 시기에 문재인 정부가 한미연합훈련의 당사자임에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이는 것은 참으로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대미추종 일변도의 정책은 스스로 자신의 손발을 묶는 거와 같다. 이제 촛불 국민이 다시 나서야 할 때다. 미국에게 직접 대북적대정책을 끝낼 것과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