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오 의원 기고] 왜 최저임금이 1만원 돼야 하냐면…

“사람이 귀중하고 노동이 존중 받는 사회적 기풍 만드는 첫걸음”

2017-07-07     윤종오 국회의원

지난 두 달간 문재인 정부는 국민에게 많은 위안과 감동을 주었으며 정권교체를 실감하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5.18항쟁 유가족 등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전했으며 낮은 자세의 소통과 참신한 인사, 국정교과서 방침 폐기, 국정원·검찰개혁 등 적폐청산,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일자리정책 등 기대 이상의 행보로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의 성과로 등장한 정권이며 적폐청산과 민주개혁의 국민적 열망을 실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치 않다.

개혁적이고 도덕적인 인재풀의 제한으로 내각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는 사이 적폐세력이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으며 고단한 국민의 삶을 빠르게 개선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권 초기 높은 지지도는 국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사그라질 수 있다. 

이런 조건에서 국민의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2018년 최저임금 논의가 6월말 심의시한을 넘겨 7월16일 법정 최종시한을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 노동자위원들은 최저임금 1만원을 제출했으며 사용자위원들은 현행 6470원에서 155원 인상안을 제출한 상태다. 

최저임금 1만원을 둘러싼 공방은 노동자의 임금 수준 문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문제다. 

적폐청산은 특권세력의 사익을 위해 반민주적, 비정상적으로 지속되던 국정운영을 정상화하는 것이며 국민들은 탄핵과 정권교체로 적폐청산 의지를 보여주었다. 

정치권력의 민주화와 함께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적폐청산 과제는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 국민들은 비정규직의 광범위한 확대와 경제적 불평등으로 현실에 대한 절망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다. 

▲ 윤종오 의원이 최저임금 1만원 국민발안운동 서명용지를 국회의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은 비정규직 철폐와 양극화 해소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될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은 비정규직 사용 관행을 줄이고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는 유력한 방안이다.

사용주들은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고용유연성의 확보’를 위해서 비정규직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늘이는 이유는 비용 절감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고용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이 55~65%수준에 불과한 조건에서 사용주들은 편법과 불법을 통해서라도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최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해 기업주들은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영의 어려움’을 얘기하지 업무의 지속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업주들은 업무의 연속성이 있더라도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2년이 되기 전에 계약을 종료하거나 기간제→파견→도급의 방식으로 제도를 악용하여 비정규직 사용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역대 정권이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유혹을 막을 수 없다.

수십 년 동안 쌓여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임금을 대폭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최저임금 1만원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게 되면 상시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사용의 이유가 사라지게 될 것이며 비정규직 철폐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측과 언론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서는 안 되는 대표적인 이유로 중소영세사업장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원하청 불공정거래 금지, 카드수수료 인하, 골목상권 보호 등의 대책을 병행해야 되지만 최저임금을 대폭적으로 인상할 경우 중소상인들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영업을 그만두고 노동자로 취업하겠다고 한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하자는 것은 한국사회를 그런 사회로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규모는 600만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0%를 차지한다.

OECD국가 평균이 10~15%인 것에 비쳐보면 자영업자 비중이 매우 높으며 실제 한집 건너 한집꼴로 치킨집, 커피전문점, 편의점이 들어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자영업자가 많은가? 

20여년 전부터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40, 50대 노동자를 대규모로 강제퇴직시키고 있으며 이들이 할 만한 마땅한 직장이 없어서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영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넘쳐나니 상가임대료는 턱없이 올라가고 프랜차이즈업체들의 횡포는 그치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 중소상공인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알바임금이 아니라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갑질과 건물주의 과도한 임대료 때문이다. 

직장에서 내몰려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기업들이 해고를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최저임금 1만원을 통해 일할 만한 직장을 만들어야 자영업의 과잉경쟁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은 사람이 귀중하고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적 기풍을 만드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