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노점상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극히 일부 사례를 노점 탄압에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

2017-04-28     박성태 민주노련 정책국장

최근뿐만 아니라 꾸준히 보도되는 노점상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 중에서 ‘기업형 노점상’이라는 표현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노점단속 주체인 지방자지단체 공무원들 입에서 나오는 말이며, 특정한 몇몇 노점상에게 물리적이나 금전적으로 피해를 입은 생계형 노점상들의 입에서도 나오는 말이다. 이와 동시에 노점상이 빌딩이나 건물을 가지고 있다느니 1년에 수억 원을 번다는 것과 같은 뜬소문은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렇게 부정적인 이미지만 가득한 ‘기업형 노점상’은 어떤 존재들일까. 

노점상단체에서 사용하기도, 듣기도 껄끄러운 말이 바로 ‘기업형 노점상’이라는 표현이다. 왜냐하면 기업형 노점상이란 모호한 개념이 노점상을 단속하는 명분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실체도 불분명한 모호한 개념이 수많은 생계형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부정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걸까. 우리는 기업형 노점상과의 전쟁을 선포하기 전에 그 개념의 모호함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 사진제공: 민주노점상전국연합

‘기업형 노점상’, 그 모호한 개념으로 생존권을 탄압한다

마차 크기가 크면 기업형 노점상인가. 혹은 단기간 보조원을 고용하면 기업형 노점상인가. 그렇게 단순하게 규정하는 것은 무리다.

어떤 노점상은 크기가 꽤 크다. 하지만 알고 봤더니 그 마차에는 노점상 4명이 공동장사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노점은 기업형인가. 또 어떤 노점은 조그맣게 운명되고 있지만 손님이 몰리는 몇 시간동안 1명의 보조원을 고용하여 두 명이 장사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노점은 기업형인가. 또 어떤 사람은 집을 한 채 소유하고 있고 장사하는 데에 필요한 트럭을 소유하고 있으며,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모아 은행예금도 있어서 재산이 3억2천만 원쯤 되는데 집을 구매하기 위해 대출을 1억 원쯤 받아서 갚고 있는데 직업이 노점상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기업형 노점상인가. 

위 몇 가지 사례에서 사람들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업을 하는 자영업자 혹은 보조원을 단시간 고용하는 자영업자, 혹은 재산이 3억 원이 넘는 자영업자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지만 그 자영업자를 기업형 사장님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노점만 유독 ‘기업형’이라고 매도를 당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노점상을 단속하는 공권력과 노점상의 철거를 통해 이득을 얻는 건물주 등에 의해 만들어져서 유포되기 때문이다.

1인이 여러 자리의 노점을 갖고 있는 경우를 기업형 노점이라 규정한다

생계형 노점상들과 노점상단체는 이런 여론의 공격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노점상 스스로 기업형 노점의 개념을 구체화하고 이를 대내외적으로 공식화하면서 대응해왔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은 규약을 통해 기업형 노점상을 ‘1인이 여러 대의 노점을 운영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기업형 노점을 금지하고 있으며, 여러 자리를 갖고 있는 기업형 노점이 자리를 매매하거나 임대하여 이득을 취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는 노점상 스스로 보기에도 노점상 내의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기에 정의롭지 못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사람들은 굳이 생존권 투쟁에 연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형으로 보이는 노점상들이 전국단위의 노점조직에 가입하여 단체의 이름값을 활용해 그들의 이익을 더 확대하고자 하는 사례가 있었다. 그런 행동들이 문제가 되면서 노점상조직이 현장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또한 그런 내용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노점상 전체가 매도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민주노련은 그들을 옹호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조직 내부적으로 자율질서를 통해 더욱 기업형 노점에 대한 경계를 스스로 강화해야 한다고 교육하고 있다. 

대부분의 노점상들은 기업형이 아니며 실제로 가난하다

조직의 가입 여부를 떠나서 대다수의 노점상들은 기업형이 아니다. 설사 어떤 노점 현장에 1~2명의 기업형 노점이 있다 하더라도 주변의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의 노점상 대부분은 일반적인 생계형 노점상이다. 어떤 현장에 1명의 기업형 노점이 10명에게 임대를 주고 있다 하더라도 문제되는 인물은 1명이지 임대료를 지불하는 10명의 노점상이 아니다. 기업형 노점을 극복하는 방법은 임대료를 내고 있는 10명 노점상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10명에게 임대료를 받는 1명의 기업형 노점운영자에게 더 이상 임대료를 받지 못하도록 제어하거나 그를 노점 현장에서 축출하는 것이다.

2016년 7월부터 9월까지 서울 노원구청에서 조사한 노점상 재산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해보자. 재산 실태조사결과 노점단체에 소속된 163명의 노점상 중에서 노원구가 정한 재산기준(3억 원)을 초과한 노점상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조사대상 노점상의 평균 재산은 6천만 원으로 밝혀졌다.

▲ 자료출처: 노원구청

이 자료에서 재산이 3억 원을 넘는 사람이 163명 중 3명이 있었으나 이들도 채무관계 증빙을 통해 실제 재산은 3억 원 미만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대상 노점상 중 70% 이상이 재산 1억 원 미만의 가난한 서민이고, 20%에 육박하는 노점상들은 재산이 하나도 없거나 마이너스 상태인 절대빈곤 상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로 밝혀졌다.

우리는 기업형에 대응하는 용어로 ‘생계형’이라는 용어를 시용하고 있다. 하지만 생계형이라는 개념 역시 모호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다만 우리는 기업형이 아닌 노점상을 생계형이라고 표현할 수 있으며 굳이 부연하자면 노점이 아닌 방법으로 적정한 생계와 문화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사람들을 생계형 노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곳만을 운영하는 노점상의 평균재산이 6천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면 평균적으로 노점상은 생계형이라는 표현을 굳이 수식어로 달지 않아도 그 자체로 생계형일 수밖에 없다. 

노점상의 자율질서, 그리고 기업형 노점상과의 전쟁 선포

노점관리대책이라는 틀로 노점상의 생존권을 중장기적으로 옥죄는 방식에도 우리는 단호히 반대한다. 주민들과 보행자들의 보행권·위생·안전과 노점상의 생존권이 상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역사회 내에서 노점자율질서를 인정하는 것이다. 자율질서 속에서 영업시간·규격·품목·장소가 노점상 스스로 제어될 때 주민들의 상식적인 민원이 원만하게 해소될 수 있다. 노점상의 의견이 무시된 채 진행되는 일방적인 규제는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행정대집행에 의한 강제 철거는 커다란 저항과 안전의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노점상의 자율질서를 요구하면서 민원과 생존권의 조화를 도모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점상도 자율질서 속에서 상식적인 민원의 해소는 물론 기업형 노점에 대한 논란까지 해소해야 한다.

‘기업형 노점상과의 전쟁’은 공권력에 의해 선포되기보다는 조직된 노점상들이 스스로 결심과 실천을 통해 지역의 시민사회와 진행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타당한 방식이다. 노점상 스스로가 기업형 노점상 논란이 노점상 전체의 생존권 투쟁을 흠집 내는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