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피눈물 나는데 사드 찬성이라뇨?!”

국회 토론회서 관광·유통업 종사자와 중소상인들 격정 토로

2017-04-06     허수영 기자

“사드가 전쟁을 막아주는 무기라는데 우리 같은 사람은 전쟁 나서 죽으나 굶어죽으나 마찬가집니다. 차라리 전쟁 나면 있는 놈이나 없는 놈이나 같이 죽기라도 하겠지. 이건 결정은 자기들이 해놓고 우리만 죽으라는 말 아닙니까?”

중국의 ‘사드 보복’에 직격탄을 맞은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토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6일 오후 국회에서 무소속 김종훈 의원과 정의당 김종대 의원 주최로 열린 ‘사드배치 강행에 따른 관광, 유통업계의 불황과 고용위기’ 토론회. 면세점과 호텔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와 중소상인, 노점상, 관광통역안내사 등이 참석해 각자가 겪고 있는 고통을 자세히 알렸다. 

제주와 서울에서 온 면세점 노동자들은 “중국인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서 매출이 전년 대비 50~80% 정도 줄었다”며 “3월 말부터 아르바이트생들이 가장 먼저 잘려나가기 시작했고 비정규직은 정규직 전환이 취소되고 정규직도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도 “매출이 실질적으로 50% 감소했으며 호텔에 딸린 카지노들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호텔업계도 마찬가지로 직원들에게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동대문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우종숙 중부노련 지역장은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이 워낙 많아 노점상들도 조선족 통역사들을 둘 정도였는데 지금은 손님이 없다. 그래도 통역사들이 갈 데가 없으니 매출이 떨어져도 월급은 계속 주고 있다”며 “노점뿐만 아니라 일반 상가들도 폐업하고 있고, 월세 없이 관리비만 내고 장사하라고 해도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다. 쇼핑몰이 전기요금을 못내 전기가 끊어지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우 지역장은 또 “투표권을 가지고 40년 넘게 야당만 찍어 왔는데 아무도 정확한 답변을 해주지 않는다”라며 “야당 사람들 지금 보면 대통령 만들겠다는 욕심밖에 없고 국민은 죽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재흥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은 “정부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내놓은 대책이란 것이 고작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뿐이다. 이마저도 기업은 2년의 거치기간이 있는데 자영업자들은 거치기간도 없이 바로 상환이 시작된다. 자신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를 입증할 서류를 작성하려면 장사를 또 며칠 접어야 한다”라며 “정부가 발로 뛰면서 직접 실태조사를 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내놔야 할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문경숙 관광통역안내사 노조위원장은 “다른 분들은 중국고객 이외에 타국이나 국내고객이라도 있겠지만 저희 1만 명의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들은 아예 완전한 백수신세가 됐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우리를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일언반구 대책이 없는 것”이라며 분을 삭였다.

관광통역안내사들은 사드 문제로 인한 피해 이외에도 제도 미비와 여행사의 갑질 등으로 인한 그 동안의 갖가지 설움을 털어놨다. “우리는 특수근로자라 4대보험도 안 되고 돈을 못 받으면 곧바로 민사소송으로 가야 한다. 또 어느샌가 가이드가 아닌 상품판매원으로 전락해 판매실적이 저조하면 여행사에 벌금을 물고 질책을 받아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짧은 시간에 다 털어놓기 어려울 정도로 고충이 심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각자의 사연을 얘기할 때마다 곳곳에서 탄식이 터질 정도로 관련업계 당사자들은 벼랑 끝까지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토론회 중간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방금 전 사드배치 찬성입장을 밝혔다”는 속보가 전해지자 현장 분위기는 더욱 침통해졌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종훈 의원은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한 피해상황은 정부부처 같은 곳에서 수치로 내놓는 것과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완전히 다르다”라며 “사드 문제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종대 의원도 “집권이 유력한 대권후보들 누구도 사드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방향이 없다”라며 “이번 대선에서 어떻게든 사드배치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돼서 각 정당과 후보들이 대책을 내놓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