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격변기, 한국은 누구편이냐?

120년만에 다시 선 갈림길, 한미일동맹이냐, 민족대단결이냐

2017-03-23     강호석 기자
▲ 사진출처 뉴시스

인신무외교(人臣無外交. 신하 된 나라에는 외교권이 없다)는 조선시대 유일한 외교 정책이었다.

그렇다면 외교권은 누구에게 있다는 말인가? 조선 초기에는 명나라, 후기에는 청나라에 있었다.

외교권을 넘겨주고 사대의 예를 다하는 것도 일종의 외교라 할 수 있으니 조선의 외교정책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 명·청 교체기(광해군, 인조)를 제외하면 큰 혼란 없이 대외정책이 유지되어 왔다고 하겠다.

문제는 구한말 격변기가 도래하면서 발생한다. 격변기란 “조선은 누구편이냐?”는 물음에 “청의 편입니다”는 대답만으로 평온해질 수 없는 상태. 즉, 패권 구도가 바뀌는 시기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다. 일대 혼란에 휩싸인 조선은 일본에 줄을 서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듬해 일본이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을미사변을 일으키자 고종은 러시아 공관으로 몸을 피한다. 일명 아관파천.

이것도 잠시,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또 승리한다.

조선은 고심 끝에 미국에 구원을 요청하지만, 1905년 일본의 가쓰라 총리와 미국의 태프트 장관이 만나 ‘조선은 일본이 먹고, 필리핀은 미국이 점령한다’는 밀약을 체결한다.

같은 해 일본은 덕수궁에서 외교권을 강탈하는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1910년 대한제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된다.

구한말 격변기를 감지하지 못한 조정 대신들은 청나라가 썩은 동아줄인지도 모르고 끝까지 움켜쥐고 있다가 결국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다.

그로부터 120년이 지나 이 땅에 데자뷰처럼 격변기가 다시 찾아왔다.

“한국은 누구 편이냐?”고 묻는다. 지난 70년 동안 “미국 편입니다”라고 답하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그랬는데…

미국의 만류에도 중국 경제권으로 편입되는 AIIB에 가입해야 했다. 중국의 ‘사드보복’을 미국은 막아 주지 않는다.

일본 군국주의가 무장을 하고 한반도 재침략을 노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합동군사훈련을 하는데 미국은 겁을 먹은 건지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격변기’가 도래했음이 분명하다.

120년 전 격변기에 나라를 빼앗겼던 우리 민족은 지금 남북으로 갈라진 채 여전히 미국 바짓가랑이만 붙들고 있다.

일본과 군사동맹을 맺고 같은 민족과는 대치하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이 땅의 주권자들이 직접 선택할 때가 왔다.

“격변기, 우리는 누구와 손잡고, 어떻게 힘을 키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