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 경제보복’ 구체화되고 있다

롯데 등 한국기업에 납품 거부, 통관 불허, 홈페이지 해킹 등 의심사례 잇따라

2017-03-02     허수영 기자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도입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구체화되고 있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이런 보복조치는 사드미사일 포대 부지 제공에 동의한 롯데그룹을 시작으로 다른 기업들에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과 기업의 핵심 타깃이 된 곳은 역시 롯데다. 연간 매출 10억 위안(한화 1700억여 원)규모의 중국 스틱과자 업체 웨이룽 식품은 1일 롯데마트에 납품한 제품을 빼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웨이룽은 자사 SNS에 장쑤성 옌청 롯데마트 매장에 텅 빈 자사제품 코너 사진을 올리며 “중국내 다른 지역의 롯데마트 매장에서도 순차적으로 제품을 뺄 것이며 더 이상 롯데와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검험검역국은 최근 한국에서 수입된 롯데의 요구르트 맛 사탕에서 금지된 첨가제가 적발됐다며 롯데의 사탕 600㎏, 300박스에 대해 소각 조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의 이런 조치에 대해 국내 업계에선 “그동안 관행으로 넘어갔던 미미한 법 위반 사항을 엄격히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동북지역 언론인 랴오선완바오는 “롯데에 여전히 갈 것이냐”는 온라인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2일 오전 5시 현재 7만6000여 명이 참가했고 “롯데를 반드시 제재해야한다”는 응답을 누른 경우가 95.6%에 달했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웨이라이왕도 베이징 롯데마트 매장 앞에서 시민들에게 계속 갈 것이냐고 묻는 동영상을 올렸다.

3월 들어 ‘사드 반대’, ‘한국제품 제재’, ‘롯데 제재’ 등의 손팻말을 든 시위자들이 칭다오 한국 총영사관 앞에서 시위하는 사진이 웨이보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엔 지린성 지린시의 장난 롯데마트 앞에서도 10여 명의 중국인이 “롯데가 사드를 지지한다면 당장 중국서 나가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했다.

한편 1일 해킹으로 다운된 롯데의 중국 홈페이지는 이날도 여전히 복구되지 못한 채 불통 상태로 확인됐다. 롯데측은 바이러스를 활용한 외부 해킹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사의 롯데마트관을 전격 폐쇄한 중국 인터넷 쇼핑사이트 징동닷컴은 전산시스템 오류에 따른 오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징동닷컴의 이런 조치는 롯데그룹이 이사회에서 사드 부지제공을 결정한 27일 직후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이란 의혹을 피할 수 없다.

2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시리즈의 중국 최대 고객사 메이주가 지난해부터 삼성 제품 대신 대만 제품을 사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메이주는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모바일 AP제품의 사실상 유일한 대형 고객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측은 메이주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을 공급시기와 물량 문제로 분석하고 있지만 한국 사드배치의 영향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현재 30여 명의 직원을 중국에 파견해 계약조건을 다시 협의하고 있지만 공급을 재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사드 한국배치 논란이 커지자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중국의 예상 경제보복 시나리오를 7단계로 구분해 발표한 바 있다. 최근 알려지고 있는 한국상품에 대한 제재는 4단계에 해당한다. 2, 3단계에 해당하는 중국내 한류콘텐츠 유통 제한이나 한국 여행 제한도 이미 실제 관련 사례가 보고됐다. 한국 정부가 사드배치를 강행할 경우 다음 단계인 중국 내 한국 기업에 대한 세무, 노사관계 악화와 차이나머니 철수 등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