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이재용 구속, 삼성 새로 태어나는 계기”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출연해 “재벌 개혁의 출발점 될 것”

2017-02-14     김동원 기자
▲ KBS뉴스 화면 캡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특검이 14일 구속 영장을 재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이 부회장 구속 영장이 다시 기각되는 것은 이 부회장 본인과 삼성그룹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직 검찰 총장의 분석이 나와 관심을 모았다.

종편 등 수구보수언론이 거대 광고주인 재벌 편에 서서 벌써부터 이 부회장 구속이 기업 가치 하락 등 국가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는데 검찰을 책임 졌던 법률 전문가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어서다.

18대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수사 과정에서 사실상 쫓겨난 뒤 두문불출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이날 tbs(교통방송)의 아침 시사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 수사를 주제로 대담하면서 “만약에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기각이 된다면 그것은 이재용 부회장 본인이나 삼성, 그리고 나아가서 국가 경제에도 썩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 전 검찰총장은 지난 2003년 검찰 특수2부장 재직 당시 맡았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배정 사건과 이번 이재용 부회장 구속여부의 발단이 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를 견주며 “(에버랜드 사건은)삼성그룹 내부의 문제였기 때문에 삼성 내부의 임원들만이 여기에 가담을 했다. 그런데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사건의 경우를 보면 2100만 명이 넘는 국민연금 가입자 전체가 잠재적인 손해자가 됐다”며 사안 심각성을 강조하며 말을 이었다.

채 전 총장은 “그 수법을 보더라도 단순히 삼성그룹의 문제로 해치운 게 아니라 뇌물공여까지 해가면서 국가 기관까지 총동원했다는 말이다.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손해의 범위, 수법 면에서 두 사건은 굉장히 굉장한 차이가 있다. 즉 한마디로 손해 범위는 국민 대다수로 굉장히 광범위해졌고 수법 또한 매우 대담해졌다는 거다. 그래서 제가 이전의 에버랜드사건을 수사했던 경험과 이번의 언론보도를 통해서 느껴지는 것은 재벌들을 처벌해야 할 때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그 폐해는, 손해는 더욱 커지고 또 그 수법 또한 아주 악질적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라고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진행자인 김어준씨가 “그런데 이번에도 틀림없이 얘기가 나올 텐데, 재벌총수 구속하면 국가경제에 악영향이 있다고 하면서 구속하지 말라고 한다. 이 부분은 직접 (정몽구 회장 등)재벌총수를 구속해본 경험이 있는 분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묻자 채 전 총장은 “오히려 해당 기업의 투명성이나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보는 쪽이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채 전 총장은 “만약 이번의 삼성 (이재용)부회장에 대해서는 제대로 원칙적으로 수사돼서 처리가 이뤄진다면 여러 가지 좋은 순기능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원칙대로 구속이 된다면 다시는 이런 식의 발상이나 시도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 될 거라는 얘기다. 그래서 그렇게 해도 된다고 조언했던 사람(법률가, 전문가)들은 다 잘려나갈 것이고 오히려 삼성 경영진 내부에서는 앞으로 총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합법적이고 윤리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되겠다고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리하면 “삼성이라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결국은 삼성이 좀 더 투명해지고 합법적인 기업이 되고 더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새로 태어나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부언했다.

채 전 총장은 이어 이 부회장 구속이 재벌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말했다. 즉 “우리나라에서 삼성이라는 기업의 위치가 있잖느냐. 그랬을 때 삼성 이외의 다른 재벌들도 삼성그룹의 사건이 어떻게 처리가 되느냐는 그런 부분을 굉장히 예의주시하게 돼 있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우리나라 재벌들, 나머지 재벌들 전체에게도 큰 시그널을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행자인 김씨가 “정경유착은 삼성 부회장 한 사람 구속으로 해결될 수도 있겠다”고 의미를 부여하자 채 전 총장은 “제가 보기에는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 거기에서 가장 큰 시그널이라는 것은 무엇이냐 하면 아무리 경제 권력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합법 경영을 하지 않으면 예외 없이 총수가 구속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럼 그것이 무엇이냐. 국민들이 그렇게 갈망하고 있는 재벌 개혁의 출발점이 된다는 말”이라고 이 부회장 구속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