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위기인가? 기회인가?’

신승철 민주노총 전 위원장, 정책대대 더 큰 진보와 노동운동 희망의 촛불 되길

2017-02-06     강호석 기자
촛불이 밝힌 국민항쟁이 민주노총에겐 어떤 의미일까? 대선방침과 정치전략이 결정되는 정기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신승철 민주노총 전 위원장을 만났다. 지난해 정책대대의 무산과 촛불정국, 다시 점화된 정치방침과 정기대대를 위원장(한상균) 구속 상태의 민주노총이 어떻게 헤쳐 왔는지 전직 위원장의 눈으로 들여다보았다.

“예전 촛불과 지금 촛불은 이 땅의 평등과 인간존엄에 대한 이념적 가치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 이번 촛불을 혁명, 촛불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라고 정의한 신승철 전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정권교체라는 현상적 요구를 넘어 70년간 쌓인 우리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운동적 관점에 활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촛불정국이 진보진영에겐 기회가 아닌 위기다. 진보가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지 못하면 확장력을 잃고, 대중들로부터 고립되고 만다”라고 진단한 신 전 위원장은 새로운 진보 운동의 출발점이 될 민주노총 정기대대에서 “대공장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새로운 진보를 위해 우리 스스로는 무엇이 변해야 하는지, 더 큰 그릇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보완 할지를 토론하자”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신승철 전 위원장과의 1문1답이다.

-촛불의 중심구호가 ‘박근혜 퇴진’이라는 점도 그렇고, 탄핵과 조기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촛불이 줄어 든 것을 보더라도 촛불은 정권교체가 목표이지 않을까?

“2002년 미선이·효순이, 2004년 노무현 탄핵, 2008년 광우병 때도 촛불을 들었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은 이 땅의 평등과 인간존엄이라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 가치가 충돌했다는 점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
언론은 대선 후보들을 특검보다 더 많이 다루고 있지만, 촛불 광장은 70년 적폐청산이라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차기 정권이 누가 될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촛불의) 관심이 쏠렸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정권교체는 절박한 과제다. ‘죽 쒀서 개준’ 지난 역사적 경험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정권교체는 중요하다. 다만 선거만 하면 보수·개혁 진영은 ‘좌’ 클릭하고, 진보진영은 ‘우’ 클릭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과정에서 진보는 목표를 잃어버리고, 새로운 토대도 마련하지 못했다. 만약 진보진영이 단일한 세력을 형성해 우리사회의 근본문제를 제기하면서 대선 판을 흔든다면, 정권교체를 실현하면서 사회 진보도 이룰 수 있다. 대선방침은 조합원 개별의 투표 행위가 아니라 민주노총이라는 집단의 힘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때문에 정권교체에 일방적으로 표를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의제를 (야당이) 얼마나 채택할 것이냐’를 두고 정책연대와 민중후보 전술을 선택하면 된다”

-민주노총과 진보진영의 단결력과 실천력을 고려할 때 촛불 민심을 대선 판에서 실현할 만큼의 실력이 있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의미 없는 질문이다. 민주노총은 운동하는 집단이다. 적은 가능성이라도 가야할 길이라면 탄압을 뚫고라도 전진하는 것이 운동이다. 이런 과정에서 실력도 키워지는 것이지, 안 될 것 같다고 미리 포기하는 것은 변절이다.
특히 오늘과 같은 국민주권시대, 국민들이 대의제의 한계를 넘어 직접민주주의를 광장에서 펼치고 있는 이때, 민중의 힘을 믿고, 조합원의 결심을 믿고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기 실력, 자기 그릇, 자기 주장만 내세우면서 실천을 주저하다간 87년의 실패를 반복하고 만다”

-87년 항쟁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민중진영이 조직화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촛불항쟁이 이뤄야할 우리 사회의 새로운 단계는 뭘까?

“민주주의는 형식과 절차가 아니다. 민(民)이 스스로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민주사회의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민주주의는) 완성된다. 촛불은 ‘다수결’, ‘대의제’와 같은 절차적 민주주의의의 한계를 넘어 직접민주주의, 국민주권시대를 선언했다. 위임받은 권력이 주인 말을 듣지 않으면 철퇴를 내린다. 진보진영도 예외는 아니다. 크든 작든 위임한 권력을 대중에게 어떻게 되돌려 줄지를 고민하지 않으면 진보의 운명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민주노조가 처음 만들어질 때만 하더라도 ‘우리 위원장님’이라며 진심으로 따랐지만, 지금 민주노총의 모습을 그렇지 않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진보정치 실패와 관련 있다. 노동조합은 이익집단이면서도 사회정의 실현의 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산별노조로 규모를 확장하고 진보정치를 통해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다. 진보정치가 분열로 실패하고, 노동조합이 우경화 됐다.
또 다른 이유는 민주노총이 덩치가 커지면서 대의제를 뛰어넘는 민주주의 운영원리를 구현하지 못했다. 방침 관철에는 규율이 서지 않고, 결의에는 실천이 따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번 촛불혁명을 함께하면서 새로운 진보정치를 시작했고, 직접민주주의를 민주노총에서 구현하는 혁신 운동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의 희망의 불꽃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민중단일후보를 내고, 대선 실천단으로 선거를 치루고, 그 성과로 선거연합정당을 건설한다는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정치방침의 의미는?

“한마디로 ‘진보는 통합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분열의 오류를 범했던 진보진영이 단결의 플랜으로 대선방침과 정치전략을 정기대대에 제출했다. 가진 놈에게 충성하던 권력을 노동자 민중이 되찾을 방법은 죽을 각오로 싸우는 수밖엔 없다. 절대 순순히 물러날 놈들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노동자의 투쟁이 멈추면 불평등한 인간파괴의 사회로 다시 돌아간다. 투쟁의 동력이자 승리의 담보는 오로지 단결과 통합이다. 대의원들은 정치방침이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통합을 위해 무엇을 버리고, 단결을 위해 무엇을 보안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정파간, 정당간 감정의 골이 깊은데, 단결과 통합이 제대로 실현될까?

“계속 볼거냐? 다시는 안 볼거냐?의 문제다. 외부의 적과 싸우다 내부에서 다툼이 있었다. 합의 이혼 단계지만 자식과 부모의 입장을 고려해서 완전히 발길을 끊지는 않는다. 그렇게 서로 만나다 보면 감정도 사그라들고 같이 할 수 있는 일도 생긴다. 지난해 총선에서 울산과 창원은 좋은 선례를 남겼다.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절박함 만큼 단결의 의지도 생기리라 믿는다”

-7일 민주노총 정기대대를 앞두고 대의원과 조합원들에게 드리는 당부?

“민주노총은 사회 변화를 주도해 왔다. 지금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진보를 조직하기 위해 우리 자신이 변해야 한다. 촛불정국은 (진보진영에게) 기회가 아닌 위기다. 진보가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지 못하면 확장력을 잃고, 대중들로부터 고립되고 만다. 나는 여전히 진보다로 자위할 것이 아니라 아파하는 민중의 곁에 다가서기위해 혁신하고 또 혁신해야 한다.
정기대대에서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옳으냐 그르냐를 논쟁 하지 말고, 노동자가 지향 할 가치에 대해 충분히 토론되면 좋겠다. 원안이 통과 되든, 수정안이 나오든, 폐기가 되든 대의원대회가 허심탄회한 고민이 나누어지는 민주주의의 광장이었으면 한다. 더 큰 진보와 노동운동의 새로운 희망이 될 촛불로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가 활활 타오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