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부모들 8일째 노숙하는 이유

발달장애인부모연대 등 “탈시설 이후 후속대책” 촉구

2016-05-11     허수영 기자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회원들은 4일부터 서울시청 후문에서 노숙농성을 벌이며 점심시간 마다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대표 김남연)와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대표 강복순) 회원들은 4일부터 서울시청 후문 앞에서 8일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숙농성은 이들 단체가 서울시에 제안한 6개 주요 정책에 대한 답변이 발단이 됐다. 서울시는 6개 정책안에 모두 불가를 통보하거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부모 단체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주거대책이다. 특히 서울시가 탈시설 정책을 시작하면서 부모가 사망하는 경우 발달장애인들이 갈 곳이 없다는 데 가장 큰 걱정을 하고 있다.

탈시설 정책이란 발달장애인들이 수용시설 안에 갇혀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을 말한다. 이론적으로는 발달장애인의 정신적‧신체적 건강과 사회적응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탈시설을 하는 만큼 지역사회 정착 지원이 따라 줘야 하는데, 후속대책이 미흡해 오히려 발달장애인들과 가족들의 고통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평생 수용시설에 갇혀 산다면 최소한의 보호는 받을 수는 있겠지만 지역사회로 나오게 되면 부모가 사망한 뒤엔 최소한의 보호장치마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강복순 대표는 “탈시설 정책을 펴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게 되면 부모가 죽은 뒤 발달장애인들의 부양은 고스란히 형제들에게 돌아간다. 특히 중증장애인은 관리가 힘들어 사회복지사들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 관리인 구하기도 힘들다. 오죽하면 발달장애가 있는 자식을 먼저 죽이고 자신도 죽는 부모가 생기겠냐”고 대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발달장애인 주거지원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 4일 10억 원의 예산으로 공동생활가정 10가구를 늘려서 최대 40명을 수용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에만 재가발달장애인수가 2만 명에 이른다는 게 발달장애인 부모 단체들의 입장이다. 주거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부모 단체들은 시범사업의 규모를 늘려 100억 원의 예산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서울시 장애인복지과 담당자는 “법이 바뀐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복지정책을 실시할 경우 보건복지부와 협의가 필요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답변했다.

강 대표는 “다른 요구안은 몰라도 주거대책 문제만큼은 최우선적으로 수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서울시가 요구안을 수용할 때까지 노숙농성을 계속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