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머리90분과 눈물의 집단 삭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 머리손질 시간 허비 ... "왜 안 구했나 진실은 아냐"

2016-12-07     이명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참사 당일 긴박한 국가 재난이 벌어지던 상황에서 전용 미용사에게 특유의 올림머리 손질을 받느라 90분 가량을 허비했다는 뉴스가 국민을 경악케 하고 있다.

이는 <한겨레>가 해당 미용사인 서울 청담동의 모 헤어숍 정모 원장을 접촉해 들은 이야기다. 한겨레 보도 이후 SBS는 정모 원장이 이날 오전에도 평소처럼 박 대통령의 머리를 만졌고 낮 12시께 다시 청와대로부터 급히 호출을 받아 1시께 청와대에 도착해 박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는 이 날 오후 박 대통령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에 앞선 것으로 정 원장은 상황에 맞춰 일부러 대통령의 머리를 부스스하게 연출했다는 식으로 밝혔다.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 박 대통령은 오전 11시 23분 “315명의 미구조 인원들이 실종 또는 선체 잔류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전화로 받았으나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의 전용 미용사를 호출한 것은 12시이다. ‘부스스한’ 올림머리 손질을 마친 박 대통령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중대본 방문 지시를 내렸고 그로부터 2시간 15분 후인 5시15분께 중대본에 나타나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라고 물었다.

국가 재난 상황에서 일어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과 관련해 굿, 미용시술 등 이제까지 수없이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추측이 난무해 왔다. 따라서 ‘올림머리 90분’으론 오리무중 7시간을 설명하기 부족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특히 청와대가 이날 미용사 방문을 시인한 것이 “참사 당일 대통령 관저에 외부인 출입은 없었다”라는 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의 발언과 배치돼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진 셈이다.

올림머리 90분 vs. 유가족 눈물의 단체삭발

2015년 4월 집단 삭발식에서 시행령 폐기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오열하는 유가족(왼쪽)의 모습과 2014년 4월 16일 오후 5시가 넘어 중대본에 나타난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의 모습.

이에 대해 단원고 세월호참사 피해자인 유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는 심경을 전했다. 그가 올린 글에는 “올림머리를 하려고 미용사를 불렀든, 머리를 헝클려고 미용사를 불렀든, 세월호 가족들이 정말 알고 싶은 것은 ‘왜 구조하지 않았냐’다”라며 “박근혜가 그 시간에 머리를 올리고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고 해서 진실이 밝혀진 건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라고 적혀 있다.

미용실 원장의 증언이 사실인지 여부와 대통령의 무책임한 7시간에 대한 의혹은 더 낱낱이 밝혀져야 하나 그의 ‘올림머리 90분’은 ‘왜 구하지 않았나’를 끊임없이 물으며 지난해 집단 삭발식마저 감행한 세월호 가족들의 절규하는 모습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지난해 4월 2일 세월호참사 유가족 및 생존자 가족 52명은 정부의 배·보상 절차 강행에 항의하고 정부 입맛대로 요리한 시행령을 철폐하라며 집단으로 삭발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당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던 집단 삭발의 현장에서도 이들은 한결같이 선체 인양과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