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힘 기르는 토론교육이 민주시민교육

[박미자 샘의 혁신교육, 길을 찾다. 12] 사드배치 관련 교육부 공문 분석, 계기교육 관점

2016-10-18     박미자선생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기본법 2조에는 우리교육의 목적을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민주시민교육을 해야 하느냐의 여부는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을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다만 교육현장에서 어떤 방법과 과정을 사용하여 교육하는 것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하고 인간답게 사는 힘을 기르는 과정으로 적법하고 적합한지에 대한 토론이 필요할 뿐입니다. 학교교육에서 계기교육은민주시민교육의 한 방향으로 중요한 사회쟁점이나 정치적 사안들에 대한 교육활동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교육부는 “사드의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전국의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발송하였습니다. 이 공문에서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서는 동자료를 관내 각급 학교 교직원, 학부모 및 학생들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드안전교육 공문을 보낸 지 이틀 만에 “시도교육청 평가에 통일안보교육지표를 신설해서 반영할 예정이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당시는 사드배치에 대한 찬반의견이 격화되고, 성주군이 사드배치 주요지역으로 부각되면서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성주군민들의 촛불시위가 진행되고 있을 때였습니다.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과 산하 교육지원청 및 직속기관마다 100부씩 사드홍보안내 리플릿을 총 41,600부 발송하고, 동영상, 홍보자료를 안내하고 학생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지도하라는 공문을 시행하였습니다.

교육부의 이 같은 일방적인 사드배치 찬성을 위한 계기교육에 대한 공문과 지침은 전국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교육부의 일방적인 사드홍보자료에 대한 이첩을 시행하는 시도교육청도 있었지만 거부하는 시도교육청도 있었습니다.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논란이 되는 정치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홍보가 아니라 균형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였고,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시대착오적이며, 학생과 학부모를 우롱하고, 학교의 교육적인 역할을 무시하는 행정”이라는 비판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사회적 쟁점사항들과 정치적 사안들에 대한 계기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21세기 민주국가에 적합한 민주시민교육으로서의 계기교육에 대한 토론이 심화되었습니다. 때마침 ‘계기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심포지엄은 학교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계기교육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올바른 계기교육의 방법론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21세기 민주국가에서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서, 보이텔스바흐 합의정신에 입각한 논쟁식 교육을 통한 정치. 사회교육의 교육적 의미와 효과를 검토하는 것이 이 심포지엄의 목표였습니다.

심포지엄에서 주제토론을 맡은 영산대 장은주 선생은 “민주시민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는 정치적 이념과 의견이 서로 다른 시민들이 어떻게 서로 존중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할 것인지에 대한 질서를 배우고 익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교육은 민주시민양성이라는 고도의 정치적 목적을 추구해야하기 때문에 정치적인 주제들을 흔쾌히 가르치되 그 교육이 일방적인 교화나 의식화교육이 되지 않도록 논쟁성의 원칙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사례로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주목하였습니다. 1976년 당시 분단국가였던 독일은 심각한 좌우 대립 때문에 학교와 사회에서 제대로 된 정치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었는데, 1976년에 논쟁성의 원리를 중심으로 민주시민교육 시스템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독일의 보이텔스 바흐 합의는 세 가지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어떤 수단을 통해서든 학생들에게 특정한 견해를 주입하고 독립적 의견을 형성하지 못하도록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강제 또는 교화의 금지’입니다. 둘째, 학문과 정치에서 논쟁적인 것은 수업에서도 논쟁적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논쟁성에 대한 요청’입니다. 셋째, 학생들의 이해관계가 놓여있는 정치적 상황과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의 상태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가 놓여있는 상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분석능력 및 학생의 이해관계의 상태에 대한 원칙’입니다.

우리나라 계기교육의 현황과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서는 전교조 서울지부 조남규선생의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계기교육이 무척 많으며, 이러한 계기교육들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으려면, 입시교육이 지양되어야 한다는 점과 상호존중의 토론 문화를 정착해나가야 하는 점 등 여러 가지 대안을 제안하였습니다.

토론자로 참석하신 학부모와 현장의 교사, 학교장의 공통적인 의견들은 계기수업을 통해서 민주시민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과 민주시민교육의 진행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내용과 더불어 교육의 방법이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계기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와 교실에서 토론과 비판이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게 강조되었습니다. 그리고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내용을 참고하여 우리나라에서도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폭넓은 합의와 원칙이 필요하다는 점들을 강조하였습니다.

지난 9월 30일에 열린 이 심포지엄은 서울특별시교육청이 후원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좋은 교사운동,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공동주최하였으며,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주관하였습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어떻게 민주시민교육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은 학교현장에서 끊임없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많은 교육자들은 민주시민교육이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으로 보았고, 학생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 과정으로 토론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리고 토론교육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쟁점이 되는 사건들과 사안들에 대한 계기교육의 방법으로 중요하게 부각되었습니다. 학생들이 현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하여 자료를 찾아서 읽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을 통해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것입니다. 

 

박미자 샘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잠시 쉬며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로 있으며 담쟁이 조합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와 ‘중학생, 아빠가 필요한 나이’외 다수가 있다.